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17일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해 "농산물과 관련해 새롭게 협상된 것은 듣지 못했지만 유일하게 들은 것은 대두(大豆) 정도"라고 말했다.

위 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한미 간 세부 논의 과정에서 대두 수입 문제가 거론되는 가운데 농산물 개방에 대한 원칙이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여러분과 제가 알고 있는 것에 큰 차이는 없다"며 이같이 답했다. 미국산 대두 수입 문제가 이번 관세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앞서 정부는 농축산업 분야에선 추가 개방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최근 미 정부는 관세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에 미국산 대두 수입을 늘릴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방미 중인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측으로부터 대두 수입 확대 요구를 받았는지에 대해 "협상 과정 중이라 확인하기 어렵다"고만 했다.

최근 중국이 미중 갈등 국면에서 미국산 대두 수입을 전면 중단하자 미국은 한국에 대두 수입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현재 대두 수입 물량 절반을 미국에서 구매하고 있다.

대두 생산을 많이 하는 미국 중서부 농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기반이다. 이들은 수출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 수출이 전면중단되자 트럼프 정부에 강력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구윤쳘 경제부총리


한편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한미간 관세협상 진전여부와 관련, 16일(현지시간) 미국이 전액 선불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미국 정부도 이해하고 있어 요구 철회 가능성이 높으나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장관급에서 합의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도 말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이) 3500억달러 이상으로 (투자액을) 늘려야 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3500억달러를 빨리 업프론트(Up front·선불)로 하라는게 미국의 강한 주장이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3500억달러를 선불 형식으로 미국에 투자하는데 동의했다고 여러차례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된 수사로 보였으나, 미국이 실제로 강력히 선불 투자를 요구했다는게 구 부총리의 설명이다.

구 부총리는 이날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도 "어제 주요 20개국(G20) 회의장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여러번 만났다"면서 "선불 지급 요구를 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선트 장관은 재무장관이기 때문에 한국 외환시장을 정확히 안다. 한국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한국에도 좋고 미국에도 좋다고 느끼고 있다"며 "(선불 투자가) 쉽지 않다는 걸 베선트 장관이 잘 이해하고 내부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3500억 달러를 한꺼번에 내기는 어렵다는 걸 베선트 장관도 알고 내부적으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이야기했을 걸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베선트 장관을 통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러트닉 장관을 통해 계속 얘기하니, (협상을 담당하는) 러트닉 장관도 '그 말이 맞다' 할 수 있다. 진전이 있다고 말한 게 그거다"며 “이해도가 높아진 것은 굿 사인(좋은 신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관세 협상은 베선트 장관이 아니라 러트닉 장관이 맡고 있는 만큼, 상황이 기대대로 흘러갈지는 두고봐야할 일이다.

구 부총리도 이후 특파원들이 미국이 선불 투자 요구를 철회할 것이라 시사한 것이 맞냐고 묻자 "한국 외환 시장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알고 있기에 그런 부분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나 정부 내에서, 불가능한 것이니 얘기를 해달라 얘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 '철회했다 안 했다'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협상팀간의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이를 수용할지도 미지수다.

구 부총리는 "실무 장관들은 이해하고 있는데, 얼마나 대통령을 설득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걸 수용하느냐 부분은 불확실성이 있다"며 "그래서 장담할 수 없고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3500억달러를 10년에 걸쳐 투자하는 방안과 원화 기반 대미투자 펀드 방식이 협의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에 대해서는 "어디서 나온지 저도 확인을 해봐야 한다"며 "원화로 한다는 것도 저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오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등과 함께 워싱턴DC의 상무부 청사를 찾아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과 2시간여 협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