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선불로 지급하기로 했다고 또 주장했다.
이와 관련,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미국 CNBC 인터뷰에서 중국 외 어떤 나라와 협상에 집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과 (무역 협상에서)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국내 5대그룹 회장들도 미국을 일제히 방문, 이번 주말 트럼프 대통령과의 골프회동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다. 경제부총리, 대통령실 정책실장, 산업통상부장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현재 한꺼번에 미국을 방문 중인 가운데 재계 총수들까지 막바지 관세협상 타결 전선에 투입되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관세 정책을 옹호하던 중 "우린 6500억 달러라는 엄청난 협상을 성사시켰다. 한국은 3500억 달러, 일본은 6500억 달러를 선불로 지급하기로 했다"며 "모두 동의했고, 모두 만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과 합의한 대미 투자액은 5500억 달러인데, 잘못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에도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펀드를 선불 형태로 제공하기로 언급한 바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날 CNBC인터뷰서 협상이 잘 진행 중이냐는 질문에 "문제는 세부 사항에 달려있고, 현재 그 세부 내용들을 해결 중이다"라고 전했다. 한미재무장관회의 등을 언급하며 "많은 사람이 여기로 오는데, 우린 그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재무부에서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에선 한미 협상 관련 질문에 "이견이 해소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현재 논의 중이고, 향후 10일 내 무언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한미간 관세 협상이 주요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혀 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에 대해선 "내가 연방준비제도 의장이라면 한국은 싱가포르처럼 이미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2020년 미국과 600억 달러 규모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었다.
한국 정부는 관세 협상에서 무제한 통화 스와프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통화 스와프 체결은 연준 소관이라는 전제도 달았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등 국내 5개 그룹 총수가 이번 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회동할 것으로 알려진다.
미 USA투데이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7~19일 후원금 관련 행사 참석차 자신의 별장인 마러라고를 찾을 예정이다. 우리 기업 총수들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초청 형식으로 마러라고 리조트에 모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주말쯤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함께 치며 친목을 다질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기업인들이 또다시 지원 사격에 나서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미 관세 협상과 직접 관련된 건 아니지만 우리 기업 총수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면 이 문제가 거론되지 않겠나. (협상에) 긍정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5개 그룹 총수와 별개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을 만나기 위해 16일 미국으로 같이 출국했다. 이달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진 중인 한미 정상회담 전 사실상 마지막 담판이 될 전망이다.
한미는 지난 8월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데 합의했으나 펀드 운용 권한, 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달러 현금 출자는 어렵다는 입장이고, 이를 놓고 미국과 줄다리기식 협상을 벌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