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한미 관세 협상 교착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회담을 위해 16일 함께 출국한다.
김용범 실장은 15일 "최근 2주 사이 우리가 보낸 수정 대안에 대해 미국이 상당히 의미 있는 반응을 보였다"며 타결 시점에 대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 기간이 목표"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쪽에서 한참 동안 가타부타 말이 없었는데, 다행히 이번에 김정관 장관이 갔을 때 의미 있는 코멘트를 했고, 우리 입장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며 "이번 주에 장관급이 건너가서 또 논의해볼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과 산업통상부는 15일 언론 공지를 통해 김 실장과 김 장관이 16일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고 각각 공지했다.
두 사람은 함께 워싱턴 DC로 이동해 대미 관세 협상의 '키맨'인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협상할 예정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미 방미 중에 있다. 우리 정부 핵심 경제관계자 4명이 동시에 투입되는 셈이다.
러트닉 미 상무부장관(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우리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감안해 원화와 달러화의 '통화스와프'를 필요조건으로 제시했으나, 미국 측은 '현금 선불'로 직접 투자하길 원해 교착 상태가 이어져왔다.
김 실장은 미국 측이 새로 제시했다는 대안에 대해 "그 내용을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여러 번 회의했다"며 "이번 주에 우리 협상단이 가서 실질적으로 대화를 할 것이다. 선발대는 이미 가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러트닉 장관과 협상에 임하던 김 장관에 더해 김용범 정책실장까지 가세한 것은 향후 중대 분수령이 될 APEC 계기 한미 정상 회동을 앞두고 구체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5∼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 계기에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 관세 협상을 측면 지원한다.
김 실장은 이날 통화스와프를 두고 교착 상태에 이르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김 실장은 "상식적으로 통상적인 투자는 자본금이 있고 대출과 보증이 함께 이뤄진다. 당연히 통상적 프로젝트처럼 진행될 거라고 봤다"며 "8월 초 미국에서 MOU가 왔는데 예상한 것과는 다른 형식으로 돼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도 굉장히 난감했을 거고, 그렇다고 한국이 말하는 걸 무시할 수도 없었을 것"이라며 "막무가내로 하면 우리로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서로 격한 말도 오가는 상황까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드라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 정상이 만나는 계기가 그렇게 자주 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APEC이 실질적으로 큰 목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