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조현 외교부 장관은 13일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와 관련해 “미국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상태”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3500억 달러를) 전부 직접 투자로 할 경우 당장 우리의 외환 문제도 발생하고 경제에 심각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미국 측에 문제점을 다 설명했고, 미국 측에서 지금 새로운 대안을 들고 나왔다. 지금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초 미국이 3500억 달러를 이야기할 때는 직접투자뿐 아니라 대출, 대출 보증까지 포함된 패키지였는데 그 후 이것이 전액 직접투자로 바뀌었고 그래서 우리는 3500억 달러 직접투자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계기에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그때까지 계속해서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상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3500억달러 직접 투자 요구가 선거용 아니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미국의 배경이나 이런 것은 제가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국익을 위해서는 대미 투자보다는 관세율 인상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는 게 정부 입장인지에 대한 질문에 “미국이 대안도 가져오고 그렇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협상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 결론을 빨리 내릴 필요가 있다”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의 회담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종적으로 국익 우선, 실용에 입각한 타결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는 15일 베선트 장관과의 회담을 요청해 놓은 상황이라며 "제가 만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미국 투자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지불하는 방안을 감당할 수 있느냐'는 야당의원 질의에 구 부총리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우리 외환 사정에 대해 지난번에 베선트 장관을 충분히 설득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베센트 장관에게서 우리 외환시장 상황을 이해하고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겠다는 답변은 받았다"고 덧붙였다.
구 부총리는 ‘미일 이면합의’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일본 측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답이 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본이 5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지만, 실제 투자액은 1∼2%이고 나머지는 대출이나 대출 보증’이라는 일본 경제재생상 발언 이후 우리 측 대응을 묻는 질의에 구 부총리는 “관계부처에서 일본 카운터파트와 알아보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우리에게 지금 답을 안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관세협상 타결 지연에다 미중 무역갈등까지 재점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일 장중1430원대까지 급등하자 외환당국이 긴급 구두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기획재정부·한국은행은 이날 공동으로 기자들에게 배포한 문자 메시지에서 "외환당국은 최근 대내외 요인으로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두개입은 보유한 달러를 사고파는 실개입(직접개입)과 달리,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환율 급등락을 줄이는 정책수단이다. 기재부와 한은의 공동 구두개입은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1400원 가까이 오른 지난해 4월 중순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0원 오른 1430.0원으로 출발한 뒤 1434.0원까지 치솟았다가 상승 폭을 줄여 1420원대 중후반에서 거래됐다. 장중 1434.0원은 지난 5월 2일(1440.0원)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직후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나왔고 환율은 1427∼1428원으로 내려왔다. 이날 환율 상승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계속되고 한미 관세협상도 결론이 나지 않은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