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의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홈페이지)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국내 주요 바이오의약품 CDMO 업체들 중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총 사업위험은 낮고 셀트리온도 ‘보통’ 정도인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에스티팜- SK팜테코의 총 사업위험은 높은 편이며, 특히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총 사업위험은 ‘매우 높음’ 단계라는 평가가 나왔다.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는 제약·바이오 기업으로부터 의약품 개발(Development)과 생산(Manufacturing) 과정을 위탁받아 대신 수행해주는 전문 기업을 의미한다.
기존의 단순 위탁생산(CMO)을 넘어, 초기 연구개발부터 임상, 생산, 상용화에 이르는 통합서비스를 제공, 제약사에게 개발 복잡성 축소, 비용 절감, 시장 출시 기간 단축, 전문 기술 접근성 확보 등의 가치를 제공한다.
국내의 대표적인 바이오 CDMO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가 팬데믹 이후 늘어난 수주 기반, 지속적인 생산능력 확충,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MO 시장 성장 등으로 급성장을 거듭하자 국내에서는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후발 기업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바이오 CDMO 진출을 선언하고 있다.
국내 주요 바이오CDMO업체들의 총사업위험 평가(한기평)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최근 보고서에서 바이오 CDMO 산업은 높은 성장성에도 불구, 장기간에 걸친 투자 회수 및 재무부담 감내가 요구된다면서 국내 주요 바이오 CDMO 업체들의 총 사업위험을 이같이 종합 평가했다.
한기평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의미있는 투자성과 창출로 평가받는 사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한정돼 있다고 진단했다. 바이오 CDMO 사업은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 높은 기술적 진입 장벽 및 전문 인력 보유, 엄격한 규제(GMP 인증 등) 및 트랙레코드(Track Record), 규모의 경제 및 통합서비스 제공 등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삼바의 경우 주된 사업전략은 대규모 생산설비에 기반한 주요 빅파마와의 장기 공급계약 체결 및 고객 다변화로, 원재료 후청구 구조로 원가 변동 위험 제어가 가능하며, 1~2년 가량의 생산 스케줄이 확정되어 있는 점, 수주 물량을 바탕으로 6공장 증설 투자가 예상되는 점 등 사업안정성이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CDMO사업의 선순환구조(한기평 정리)
한기평은 이익창출력 개선세 지속, 매우 우수한 재무안정성 유지, 공장 가동률 상승 및 높은 수주잔고 등으로 영업실적 성장세 지속 전망, 대규모 투자지출이 이어지나, 견조한 영업현금창출력으로 재무부담 통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반영, 지난 5월 삼바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언대로 향후 대미 수출 의약품에 고율 관세가 적용될 경우 삼바 제품의 가격경쟁력및 수익성도 일정 수준 저하될 가능성이 있고, 또 관세에 대응, 미국 내 생산설비를 건설하거나 인수할 경우 재무부담이 가중될 여지가 존재하는 점은 삼바의 현재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주요 바이오 CDMO업체들의 설비투자 발표(한기평 정리)
셀트리온의 경우 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했고, 바이오시밀러의 신속한 개발·출시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등 매우 우수한 연구개발 역량이 강점인 업체다. 셀트리온도 바이오시밀러 중심의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작년 12월 100% 자회사인 셀트리온바이오솔루션스 설립을 통해 바이오 CDMO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셀트리온은 지난 7월 CDMO 투자에 이어 미국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약 7천억원 규모의 현지 생산공장 인수도 발표했다. 증설 투자로 확장되는 CAPA는 셀트리온 내부 수요
및 피인수 기업 제품으로 소화 가능한 점 등이 사업안정성을 보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나, 연이은 대규모 투자로 재무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고 한기평은 지적했다.
또 캡티브(계열) 의존도가 높아 계열사의 전략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높아지고, 계열과 경쟁 관계에 있는 고객사가 이해 상충을 이유로 기밀성이 요구되는 위탁생산을 꺼릴 수 있는 한계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향후 캡티브 생산경험을 바탕으로 외부 고객사를 적극 유치하고, 계열사나 모·자회사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항체의약품 CDMO 후발 주자로, 대규모 생산설비 기반의 사업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삼바와 유사한 사업 구조다.
이 회사는 2022년 6월 설립 이후 글로벌 제약사 BMS로부터 미국 시러큐스에 위치한 바이오캠퍼스를 2080억원에 인수,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보했으나 유의미한 수주를 확보하지 못해 ‘수주확보 → 가동률 상승 → 영업현금창출 → 증설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고 한기평은 평가했다.
한기평은 수주 확보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트랙레코드 부재에 있다면서 현재 시러큐스 공장이 유일한 현금 창출재원이며, 현재까지의 영업수익은 자체 수주 확보가 아닌 BMS 내부 물량으로부터 창출되었다고 밝혔다.
올들어 ADC 수주(4월)를 시작으로 OTTIMO Pharma 항체의약품 수주(6월), 글로벌 제
약사의 바이오의약품 수주(8월) 등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하고 있으나,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한기평은 평가했다.
한기평은 2030년까지 4.6조원 규모(1공장 포함)의 대규모 투자까지 계획되어 있어, 수주 확보를 통한 안정적인 현금창출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영업실적 및 재무안정성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SK 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백신 제제에 강점이 있다. 코로나19로 백신 수요가 크게 증가했던 2021~2022년 AstraZeneca 및 Novavax 등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 CMO 사업을 통해 영업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된 바 있다.
이후 2024년 10월 백신 CDMO 사업 강화를 위해 독일의 백신 CDMO 업체인 IDT Biologika를 인수(지분율 60.6%, 인수대금 3564억원)했다. 하였다. 엔데믹으로 2023년 이후 영업적자가 지속된 가운데 IDT Biologika 인수를 위해 약 1000억원을 추가 차입하는 등 과거 대비 재무부담이 확대되었다.
다만, 코로나19 시기에 유입된 대규모 현금을 기반으로 지난 6월말 연결기준 1.1조원 수준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의 재무부담 가중은 크지 않은 수준이다. 또 IDT Biologika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장기계약을 토대로 글로벌 10위권의 시장 점유율을 점유하고 있어 향후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부문 사업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다만 SK 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사업부 적자가 지속되고, IDT Biologika 역시 저조한 채산성을 기록하고 있어 향후에도 영업실적 제고가 없으면 신용도 제약요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한기평은 평가했다.
주요 글로벌 바이오 CDMO업체들의 시장점유율(한기평 정리)
에스티팜의 경우 매출의 90% 이상이 의약품 CDMO 사업에서 발생하고, 그 중에서도 올리
고뉴클레오타이드(RNA 기반 치료제의 주 원료, 이하 ‘올리고’) CDMO 분야에 사업 경쟁력이 있어 올리고 생산설비 증설을 통한 사업 확장을 주 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올리고 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3위이고, 다수 글로벌 제약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어 트랙레코드 또한 우수한 수준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제2 올리고동 신설 및 증설이 완료되면 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1위로 성장도 가능할 전망이다. 2016년 상장 이후 2020년까지 실질적 무차입 구조의 우수한 재무구조도 유지했다.
하지만 생산설비 투자를 위해 2020년과 2023년 전환사채를 발행하며 과거 대비 재무부담이 확대되었다. 또 최근 3개년 기준 상위 3사 고객에 대한 매출 비중이 50% 내외로, 소수 매출처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올리고 CDMO에 대한 매출 집중도 역시 높은 수준이다.
경쟁사인 Agilent Technology(미국, 점유율 2위) 역시 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경쟁 심화 우려도 일정 수준 존재한다고 한기평은 평가했다.
SK 팜테코는 2019년 설립된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 SK 자회사로, 합성의약품과 CGT 분야에 특화된 CDMO 사업을 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생산공장도 있다.
하지만 해외 공장들 인수 이후 생산설비 증설 관련 고정비 부담, CGT CDMO 사업 초기 비용 발생 등으로 2023~2024년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작년말 부채비율 357%로, 재무부담도 과중한 수준이다.
이런데도 작년 세종시에 3400억원 규모의 저분자 및 펩타이드 생산공장 신축 투자를 발표하는 등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재무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한기평은 예상했다.
한기평은 다만 미국과 유럽에 집중된 생산시설, CGT 및 펩타이드 생산시설 등의 높은 성장성을 지닌 분야 진출, 수년간 누적된 트랙레코드 등을 감안할 때 설비 증설 등 현재 사업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영업실적 개선 및 신용리스크 경감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국내 주요 전통 제약사들의 CDMO 사업 진출현황(한기평)
한편 이들 외에 국내 주요 전통 제약사들도 삼바의 검증된 사업 구조 확인 이후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연이어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 제약사는 합성의약품 생산에 특화된 경우가 많아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요구되는 첨단 기술 및 설비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바이오의약품 CDMO 설비 구축을 위한 대규모 투자부담을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충당하기에는 어려워 그룹 차원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또 전통제약사는 신약 개발 및 제네릭 생산이라는 본업과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야해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 전업기업 대비 투자 규모 및 속도 면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는 등의 구조적 한계를 갖고있다.
이에 따라 신규 수익원 확보를 위한 바이오의약품 CDMO 사업으로의 진출은 중단기간 전통제약사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한기평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