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캐피탈 로고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건설경기와 실물경기 침체 지속으로 금융권 중 특히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캐피탈업계 등의 부실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캐피탈업체들의 부실여신 비율이 작년 말 50% 안팎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또는 여신의 절반 가량이 이자도 못받고 사실상 떼일 위기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여신금융협회 공시포털에 따르면 캐피탈업체들 중 부실비율이 가장 심각한 곳은 오케이금융그룹 소속인 오케이캐피탈과 옛 웰컴금융그룹 소속이다가 작년 10월 한 에너지기업에 매각된 블루코너캐피탈(옛 웰컴캐피탈)이다.
오케이캐피탈의 작년 말 고정이하여신 또는 무수익여신 비율은 무려 46.33%로, 2023년 말 10.94%에 비해 한 해만에 4배 이상 뛰었다.
작년 말 총여신(연결기준) 1조2318억원 중 이자를 제대로 받는 정상여신은 5174억원(42%) 뿐이고, 연체 1~3개월 정도인 요주의여신이 1437억원(11.7%)이다. 나머지는 사실상 부실여신으로 취급받는 고정(2958억원·24%), 회수의문(2241억원·18.2%), 추정손실(508억원· 4.1%) 단계의 여신들이다.
오케이캐피탈의 부실및 무수익여신 현황
무수익 여신이란 연체 3개월 이상이거나 사실상 떼일 상황에 놓여 이자를 제대로 못받고 있는 대출들로, 통상 부실여신으로 불린다.
부실여신으로 분류되면 신용손실충당금을 더 쌓아야 한다. 충당금은 비용이므로 충당금이 늘어날수록 영업이익은 까먹을 수밖에 없다. 오케이캐피탈의 작년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4381억원에 달했다.
여기에다 이자까지 제대로 못받아 순이자손익은 2023년 1529억원에서 작년 874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작년 385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 23년 2767억 적자보다 영업적자폭이 더 커졌다. 당기순손실도 23년 2335억원자에서 작년 4421억원으로, 적자폭이 더 커졌다.
2023년 쯤부터 부동산PF에서 대거 부실이 생기면서 오케이캐피탈은 작년에 잔액기준으로 기업대출을 1조원 가량, 가계신용대출도 1천억원 가량씩 줄였다.
부실이 워낙 많이 생기자 가급적 위험한 신규대출은 취급하지 않고, 기존 대출 중에서도 부실위험이 보이면 만기를 연장하지 않았다. 또 부실성 대출은 대거 매각했다. 예금도 손익에 큰 도움이 안되는 고금리 예금은 대거 줄였다.
그래서 2022년 말 3조6786억원에 달했던 이 회사의 연결 자산은 23년 말 2조3980억원, 작년 말 1조1385억원 등으로 급격히 줄었다. 자산이 3분의1 이하로 줄어들 정도로 엄청난 축소영업을 했다.
이렇게 조심조심하며 안전하다는 대출만 취급했는데도 부실이 이렇게 또 다시 급증하고 적자폭은 더 커진 것이다.
오케이캐피탈의 여신건전성 현황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작년 금융당국이 캐피탈업계 등에 대해 부실자산 분류를 더 엄격히 하도록 하고 부실자산 정리를 독려한 탓도 있지만 부동산 및 실물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부동산PF와 자영업자-다중채무자 및 서민 대출 등에서 계속 부실이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캐피탈업체들의 경우 건당 50억원 이상의 부실채권이 발생하면 여신금융협회 공시포털에 공시하도록 되어있다. 작년 한해 동안 오케이캐피탈이 여신금융협회에 스스로 공시한 부실대출 금액은 모두 3720억원에 달했다.
작년 11월 말 이 회사 자기자본 6006억원의 절반이 훨씬 넘는 액수였다. 전체 부실발생 규모나 자기자본 대비로도 모두 단연 캐피탈업계 압도적 1위다. 올들어서도 이미 지난 3월31일자로 2건 200억원의 부실채권 발생을 공시했다.
오케이캐피탈이 이렇게 과다한 부실과 적자에 시달리자 오케이금융그룹 전체가 작년 오케이캐피탈 살리기에 나서기도 했다.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는 작년 한해 동안 모두 849억원의 오케이캐피탈 부실채권들을 인수해 주었다. 2023년의 인수규모는 91억원이었다.
오케이홀딩스대부와 오케이에프앤아이대부는 작년 말 기준 각각 1200억원 및 900억원의 오케이캐피탈 회사채를 떠안고 있다. 오케이넥스트의 오케이캐피탈 지급보증 잔액도 23년 말 747억원에서 작년 말 1318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오케이금융그룹의 최대 주력기업인 오케이저축은행도 2022년부터 과다한 부동산PF 관련 부실에 시달리던 저축은행이다. 하지만 이 저축은행은 조기에 구조조정과 부실채권 정리를 많이 한 덕에 오케이캐피탈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된 상태다.
오케이저축은행의 작년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은 9.91%(23년 말 7.56%) 수준이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익도 전년보다 많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 적자는 아니다.
하지만 이 저축은행도 대출채권 대손상각비(대손충당금 신규전입)가 23년 2764억원에서 작년 4247억원으로 또 다시 크게 늘었다. 작년 대출채권 처분손실도 2996억원에 달한다.
금융계의 다른 관계자는 “주력업종의 특성 때문인지 오케이금융 주력기업들 대부분이 여전히 부동산PF는 물론 실물경기 악화에 따른 일반대출 부실 확대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블루코너캐피탈 로고
블루코너캐피탈은 옛 웰컴캐피탈로, 작년 10월 말 에너지전문기업 에스티인터내셔널이 웰컴금융그룹으로부터 인수해 회사명을 바꾸었다. 이 캐피탈사도 고금리가 시작된 2022년께부터 부실 급증에 시달리던 대표적 캐피탈사들 중 하나다.
이 회사 역시 대주주 교체를 전후해 대출과 예금을 크게 줄였다. 특히 대출채권을 대거 매각하고 상환받으면서 2023년 말 4407억원이었던 자산 규모가 작년 말에는 1482억원으로 역시 3분의1 이하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그런데도 작년 말 고정이하자산비율은 무려 53.1%(23년 말 10.6%)에 달했다. 연체율도 47.6%에 이른다. 캐피탈업계 전체로 따져도 단연 최고 부실채권비율이다. 총여신 1383억원 중 738억원이 이자를 못받는 무수익여신이다.
작년 6월30일 이후 작년 말까지 불과 6개월여 사이에만 9건 578억원의 부실채권 발생이 공시되었다. 이 회사 작년 10월 말 자기자본 608억원의 95%에 달한다. 자기자본대비 부실발생 규모도 과다하다. 올들어 지난 1월31일 기준으로도 2건 120억원의 부실채권 발생을 새로 공시했다.
대출채권 대손상각비는 2023년 193억원에서 작년 588억원으로 급증했다. 무수익여신 증가에 따른 이자수익 감소로 작년 영업수익이 209억원인데 비해 영업비용은 980억원에 달했다.
이로 인해 영업적자는 2023년 92억원에서 작년 771억원,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193억원에서 691억원으로 모두 크게 늘어났다.
블루코너캐피탈의 부실및 무수익여신현황
이 캐피탈사의 새 대주주는 인수하자말자 자본 확충을 위해 8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 일단 급한 불을 껐다. 대표이사와 감사, 위험관리책임자, 준법감시인 등도 모두 바꿨다.
다른 많은 캐피탈사들은 크게 악화된 영업환경 속에서 흑자 규모는 줄었지만 그래도 흑자는 대부분 유지했다. 하지만 MG캐피탈은 작년 대규모 적자로 적자전환했다.
역시 각종 부실 확대로 손실충당금 전입액이 23년 762억원에서 작년 1413억원으로 크게 늘면서 같은 기간 영업손익이 228억원 흑자에서 795억원 적자로 바뀌었다. 같은 기간 당기손익도 311억원 흑자에서 747억원 적자로 적자전환했다.
MG캐피탈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23년 말 3.94%에서 작년 말 11.01%로 껑충 뛰었다. 대출자산도 크게 줄었다.
MG캐피탈 로고
신한금융지주 자회사인 신한캐피탈도 작년 하반기 이후 자주 부실 발생을 공시하던 캐피탈사다. 작년 6월30일 이후 지금까지 공시한 부실발생 누계액만 1595억원에 달한다. 부실 발생 규모로만 보면 오케이캐피탈 다음 업계 2위다.
하지만 이 회사 연결 자산규모(작년 말 12.51조원)가 워낙 커 전체 여신의 고정이하비율은 작년 말 기준 3.98%에 아직 머무르고 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23년보다는 많이 줄었으나 여전히 1천억원대 흑자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