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옛 사위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온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혐의로 법정에 세웠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이다.
연합뉴스와 뉴시스 보도 등을 종합하면 전주지검은 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또 이상직 전 국회의원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각각 불구속기소 했다고 24일 밝혔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문다혜씨와 사위였던 서 모씨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전주지검이 서울중앙지법에 공소를 제기함에 따라 문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재판은 서울에서 진행된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하고 있던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채용하게 한 뒤 지난 2018년 8월14일부터 2020년 4월30일까지 급여·이주비 명목으로 594만5632바트(한화 약 2억1700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사위가 받은 급여 등을 이 전 의원이 문 전 대통령에게 사실상 뇌물을 준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이 서씨의 취업으로 그동안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했으므로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본 것으로 판단했다.
이 전 의원의 경우 서씨를 채용한 뒤 급여와 이주비 명목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와 함께 항공업 경력 등이 없는 서씨를 채용해 지출된 급여 등으로 인해 타이이스타젯에 손해를 가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18년 7월 옛 사위 서모씨가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하고 있던 타이이스타젯에 취업하게 된 것부터가 정상적인 채용이 아니라고 봤다. 이 취업이 다혜씨·서씨의 생계 지원을 위해 공모된 특혜 채용이라는 것이다.
타이이스타젯은 서씨의 취업 당시 항공기 운항을 위한 항공운항증명(AOC), 이를 취득하기 위해 요구되는 항공사업면허(AOL) 등이 지연되는 상황이었던 만큼 임원 채용 필요성이 없었음에도 서씨를 채용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딸 다혜씨
서씨는 항공업 관련 경력 등이 없어 전자메일 수·발신 등의 단순 보조 업무만을 수행했고, 장기간 자리를 비우거나 국내 귀국 등 정상적인 업무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 대통령경호처 등이 다혜씨와 서씨의 해외 이주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민정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 관계자는 여러 차례 다혜씨를 만나 태국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 연락처와 국제학교 요청사항 등을 전달하는 등 해외 이주를 지원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또 대통령경호처가 서씨 취업 이전인 2018년 6월부터 다혜씨 가족에 대한 태국 현지 경호 계획을 세워 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실제 해외 경호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형법 제 129조의 뇌물수수·공여죄가 성립하려면 뇌물을 받은 이가 그 직무에 관한 뇌물을 수수해야 한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 사이에 직무관련성이 존재한다고 봤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12월 대통령비서실의 부당한 지원을 통해 비정상적 방법으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내정됐고, 이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면직 신청을 할 때도 면직이 상당히 신속하게 처리됐다.
또 지난 2018년 3월 평양 방북 예술단 전세기 선정에 있어서도 당시 문재인 정부의 운항사 선정, 노선 배분, 항공보험 등을 대체하는 지급보증 제공 등의 조치가 필요했다. 검찰은 이러한 지급보증을 당시 정부가 실시하게 되며 이스타항공이 평양 방북 전세기 항공사로 선정됐다고 봤다.
즉 문 전 대통령은 이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내정, 21대 총선 출마를 위한 신속한 면직, 평양 방북 예술단 전세기 운항 등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직무관련성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직무관련성이 있는 만큼 서씨의 급여 등을 뇌물 성격으로 보고 기소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의 핵심은 대통령이 포괄적 권한을 행사해 정치인이자 기업가인 이 전 의원이 지배하던 항공업체를 통해 자녀 부부의 해외 이주를 지원하는 특혜를 제공받은 것"이라며 "적법한 수사를 통해 공무원 신분인 대통령과 뇌물 공여자만 기소하는 등 기소권을 절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의 딸과 전 사위는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지만, 대통령과 공여자인 이 전 의원을 기소함으로써 국가형벌권 행사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과 가족 관계 등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