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본현대생명보험 사옥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푸본현대생명이 3년 연속 적자에다 올 상반기 적자폭도 더 커지면서 보험금 지급에 사용할 자본도 사실상 바닥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이 보험사는 지난 18일 주주 대상 7천억원의 긴급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부랴부랴 발표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손익과 반기 순손익은 1154억원 및 803억원씩의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이 수치는 287억원 및 241억원 흑자였다.

푸본현대생명의 연결 당기순손익은 2021년까지만 해도 1859억원 흑자였으나 2022년부터 적자로 돌아선 바 있다. 2022년 2109억원, 23년 1286억원, 24년 427억원 등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래도 적자규모가 작년까지는 계속 줄어 올해 흑자전환 하는게 아니냐는 기대도 있었으나 이처럼 올 상반기에 적자폭이 더 커지면서 이런 기대는 물거품이 되었다.

푸본현대생명의 영업손익과 반기순손익(단위 원)


올 상반기 적자폭이 다시 커진 것은 보험손익은 작년 상반기 131억원 적자에서 올 상반기 11억 흑자로 그런대로 선방했으나, 투자손익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투자손익은 작년 상반기 419억원 흑자에서 올 상반기 1165억원 적자로 바뀌었다.

투자손익 중 이자수익이나 평가및처분손익 등은 괜챦았으나 기타투자영업손익이 작년 상반기 2748억원 흑자에서 올 상반기에는 2883억원 적자로, 대규모 적자전환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기타투자의 어떤 부문이 큰 손실을 보았는지는 회사 측이 공개하지 않았다.

푸본현대생명의 보험손익과 투자손익

푸본현대생명의 3년 이상 장기간 적자는 구조적으로 연금과 저축성 보험 비율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회계제도(IFRS17)에서 저축성 보험은 순이익 증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다. 저축성 보험은 미래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보험사들은 회계제도 변경 후 저축성 보험을 줄이고 보장성 보험 영업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과거부터 퇴직연금 비율이 높았던 푸본현대생명은 영업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보장성보험 확대에 실패, 이처럼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2년 푸본현대생명(당시 녹십자생명)을 인수한 후 사명을 현대라이프로 바꾼 바 있다. 이후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퇴직연금을 대거 유치, 2021년에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현대라이프는 2018년 대만 푸본금융그룹이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사명을 현재의 푸본현대생명으로 다시 바꾸었지만 소수 주주인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퇴직연금은 아직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고있다. 작년 말 수입보험료 기준 퇴직연금의 비중이 57.1%에 달했을 정도다.

푸본현대생명이 수입보험료 내역


하지만 IFRS17 도입으로 상황이 크게 바뀐게 문제였다. 2022년 293억원의 순이익 기록이 IFRS17 적용에 따라 -2051억원으로 뒤집어진 것이다. 그러면서 3년 연속 적자에 올 상반기에는 적자폭이 더 커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푸본현대생명의 적자 지속 이유로, “2022년 하반기 취급한 고금리 퇴직연금 부채 관련 이자비용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면서 “계리가정 가이드라인 적용 시 발생한 손실부담계약관련 비용도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또 “올 1분기에는 글로벌 증시 악화로 해외주식 평가손실이 크게 증가하면서 1분기에만 725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결국 과다한 고금리 퇴직연금과 해외주식투자 손실 등이 적자지속의 주원인이라는 설명이다.

한기평은 투자손익 증감에 따른 이익변동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2026년 이후 이 보험사의 퇴직연금 이자비용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나 투자손익 의존도가 높은 수익구조를 감안하면 이익 안정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일반 보험사의 수익구조는 CSM(보험계약에서 예상되는 미래이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금액) 상각이익이 투자손익의 변동성을 상당부분 흡수하지만 이 보험사의 경우 CSM 상각이익이 연간 200억원 내외에 그치고 있어 금융시장 변화에 따른 투자손익 증감이 전체 수익성을 좌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푸본현대생명의 킥스비율(한기평 정리)


더 큰 문제는 적자 지속 등으로 보험금 지급능력이 거의 바닥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말 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킥스 K-ICS)은 157%로, 금융 당국 권고치(150%)를 웃돌긴 했다. 하지만 올들어서도 할인율 산출기준 강화 영향으로 킥스비율은 추가 하락, 지난 3월말 145.5%까지 떨어졌다. 6월 말 수치는 아직 내놓고 있지 않지만 더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 보험사는 현재 가용자본 및 위험액 산출 관련 경과조치를 모두 적용하고 있다. 한기평은 이 보험사의 경과조치 적용에 따른 킥스비율 상승효과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169.3%p에 달할 정도로 매우 커 경과조치 효과를 빼면 킥스는 지난 3월 말 -23.8%로 업계 최저수준이라고 밝혔다.

경과조치 적용 전 킥스가 마이너스인 곳은 국내 보험사 중 푸본현대생명이 유일하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파산 절차에 돌입한 MG손해보험도 아직 플러스다. 경과조치는 킥스 도입으로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질 것을 고려해 신규 위험액 측정을 단계적으로 적용해주는 과도 조치다.

푸본현대생명의 실질 킥스가 이처럼 마이너스 상태에까지 빠진 것은 킥스의 핵심인 기본자본부터 크게 취약하기 때문이다. 기본자본이란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위기 발생 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핵심 자본을 말한다.

핵심 자본 중 자본금은 지난 6월 말 1조5301억원에 달하나 이익잉여금은 -4582억원으로 결손 상태이고, 자산과 부채의 평가손익 등을 합산한 기타포괄손익누계액도 -7259억원으로 모두 대규모 적자 상태다. 이익잉여금이 대규모 결손인 것은 3년 이상 지속된 적자누적의 결과다.

이 2개 부문의 대규모 적자로, 지난 6월 말 자본총계는 4662억원으로, 자본금 1조5301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자본잠식상태에 빠져있다.

이를 반영한, 지난 3월 말 기준 이 보험사의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32.4%다. 아주 미흡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자본감소분 경과조치(TAC) 효과를 제외하면 이 비율 역시 마이너스로 산출된다고 한기평은 밝혔다. 실질 보험금 지급능력은 어느 경우로 따져도 현재 마이너스로,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푸본현대생명은 2021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8500억원의 유상증자를 이미 단행한 바 있다. 부족한 자본을 보완해주는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도 많이 발행, 작년 말 기준 보유잔액이 신종자본증권이 1000억원, 후순위채권이 8925억원에 각각 달한다.

그랬는데도 보험금 지급능력이 바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기평은 지난 6월 말 푸본현대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IFSR), 무보증후순위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각각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푸본현대생명의 자본구성

결국 푸본현대생명은 7천억원의 긴급 유상증자를 또 실시하기로 했다. 푸본현대생명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어 7천억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는 대주주의 필요 절차 등 청약 일정을 거쳐 올해 안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한 기본자본 확대, 수익·리스크 최적화를 위한 상품전략, 계약서비스마진(CSM) 증대를 위한 판매전략 등 푸본현대생명의 경영전략과 대주주의 이해가 맞아 유상증자가 결정됐다고 푸본현대생명 측은 설명했다.

푸본현대생명의 현재 최대주주는 대만 푸본생명보험으로 지분율이 82.95%에 달하지만 현대차 계열사들인 현대커머셜(9.01%)과 현대모비스(7.53%)도 아직 적지 않은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두 회사도 유상증자에 동의하고 참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푸본현대생명측 설명으로 볼 때 이 두 회사도 참여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지난 6월말기준 푸본현대생명 주요 주주현황


푸본현대생명은 이번 자본확충을 통해 자본 적정성에 대한 시장 우려를 해소하고, 지급여력 비율 경과조치 없이도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중장기 재무건전성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단계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유상증자를 계기로 영업활동도 적극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이 보험사는 현재 특히 보장성 보험 비중 확대를 추진 중이다. 건강보험, 경영인 정기보험 등을 출시해 종신보험 편중도를 완화하는 한편, GA(보험대리점) 제휴 확대, 전속채널 강화 등 채널보강도 계획하고 있다. 올들어 5월까지 300억원을 상회하는 신계약 CSM도 확보했다.

하지만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장성보험 위주 영업이 효과를 본다면 다행이나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체질개선에 계속 성공하지 못하고 대규모 유상증자 약효도 다 하면 그때 또 다시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한기평도 비슷한 의견이다. 시장내 높은 경쟁강도를 감안할 때 채널경쟁력이 약한 중소형사들의 CSM 확보가 쉽지 않고, 가정 변경에 따른 경험조정 등 보유 CSM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기평은 또 푸본현대생명의 자본관리부담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할인율 산출기준 강화 조치가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가운데 경과조치 효과의 점진적 소멸에 따른 요구자본 증가, 기발행 자본성증권의 Call시점 도래, 가용자본의 높은 금리민감도 등이 K-ICS 비율 관리 부담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