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최근 한미무역협상 타결로,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 효과가 당초 약 6.5조원에서 약 5조원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추정했다.
한신평은 또 주요 경쟁국 및 경쟁업체들에 대한 유사한 수준의 관세율 타결을 감안하면 경쟁업체들 대비 이익창출력이 우수한 현대차· 기아의 관세부담은 감내 가능한 수준으로 예상했다.
한신평은 지난 1일 내놓은 ‘한미무역협상 결과 및 주요 산업별 영향’ 보고서에서 관세율 25%가 적용된 지난 2분기(4~6월) 현대차와 기아의 관세부담은 각각 8282억원, 7860억원으로, 관세에 따른 양사 합산 영업이익률 감소 효과는 2.1%포인트(10.3%→8.2%)로 나타났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하지만 협상 타결로 8월 이후 인하되는 관세율 15%를 반영할 경우 이같이 추정된다는 것이다. 다만 기아의 경우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을 통해 준중형 세단인 K4를 연간 15만대 가량 미국에 수출하고 있어, 미국과 멕시코간 관세협상에 따라 관세부담이 일부 변동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다.
현대차와 기아의 분기별 합산 영업이익과 관세영향(한신평 정리)
보고서에 따르면 품목별 관세 발표 시에는 미국 생산비중이 낮은 한국 완성차업체의 실적 저하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미국 내 생산비중이 높은 포드 등 현지 업체들의 실적 저하폭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가 반영된 2분기 실적을 비교해보면, 현대차·기아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20% 감소하는데 그친데 반해, GM(-32%)과 포드(-73%), 스텔란티스(적자전환) 등은 수익성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이들 미국 업체의 상대적으로 높은 멕시코 및 캐나다산 수입 비중, 미국 생산물량에 대한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 품목관세 50%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파악된다.
업체 실적 발표에 따르면 GM은 관세부담으로 2분기에 11억달러(약 1.5조원), 포드는 8억달러(약 1.1조원) 추가 비용을 기록하는 등 업권 전반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다.
품목별 관세 이전에 2.5%의 미국 관세를 부담했던 일본과 EU에 비해 한-미 FTA를 통해 무관세로 수출하던 국내 완성차업체의 실질 관세부담 증가폭은 더 크다.
하지만, 주요 경쟁업체들의 미국 내 판매량 중 멕시코와 캐나다산 비중이30~40%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해당 지역 관세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여지도 존재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현대차·기아는 강화된 제품경쟁력과 개선된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점유율을 확대해왔다. 시장점유율은 2018년 7.1%에서 2024년 10.4%로 지속적으로 상승했으며 2025년 상반기는 관세부담에도 불구하고 10.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내 완성차 판매량및 시장점유율추이(한신평)
2차 전지산업의 관세협상 영향과 관련, 한신평은 엘지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셀 업체들은 현재 미국 내 생산량으로 현지 배터리 수요를 충당할 수 있어 관세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포스코퓨처엠 등 배터리 소재업체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공장에서의 생산비중이 매우 높아 관세가 부과될 경우 배터리셀 업체들의 원재료 비용 상승 혹은 배터리 소재업체들의 가격인하 압력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배터리소재 업체들은 AMPC(미국 배터리셀 보조금)와 같은 수익성 방어 수단이 취약하고, 밸류체인 상 후방에 위치하고 있어, 전방수요 부진에 따른 고객사 재고조정 여파, 판매단가 하락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부담으로 수익성이 추가 하락할 경우 신용도 하향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그러면서도 보고서는 배터리셀 및 소재업체들에게는 직접적인 관세 부담보다, 전방 수요 둔화에 따른 부정적 효과가 (당분간) 더 클것으로 예상했다.
상호관세 적용대상이 아니고 일률적으로 현재 50%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철강업종의 경우 미국 매출비중이 높은 세아제강지주 계열의 실적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2024년 기준 세아제강지주의 연결기준 미국향 매출 비중은 38.1%로, 타 그룹사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세아제강이 대미 수출의존도가 30%를 상회하고, 미국 수출용 에너지강관의 이익기여도가 높아 중단기간 실적변동성에 노출된 상황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경우 대미 수출의존도가 낮아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서는 예상했다. 실제 양사는 잠정실적 기준 미국 관세 영향이 미쳤던 2025년 2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
관세 영향보다는 원료가격 하향 안정화에 따른 마진스프레드 개선이 수익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냉연강판의 주 고객사인 자동차나 가전산업이 여전히 높은 관세위험과 불확실성에 노출되어있어 하반기부터 고객사로부터의 가격 인하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메모리반도체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상호관세가 적용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 한-미 간 상호관세 결정으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상호관세 행정명령에서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자동차부품, 의약품, 반도체, 특정 핵심광물 등은 상호관세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됐다.
전자업종의 경우 TV와 백색가전이 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스마트폰과 노트북, 모니터 등 IT제품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상호관세가 적용되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경우 선박 발주처가 대부분 유럽이나 중동, 아시아 선사인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의 관세 부과가 직접적으로 국내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이번에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 결과 중 미국 내 조선업 투자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향후 미국과의 조선 협력 방안에 따라 국내 조선업의 사업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협력 펀드 조성 및 투자로 조선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향후 미국발 상선 수주 및 미국의 대 중국 제재에 따른 반사이익 뿐만 아니라 미 함정 MRO 진출 확대, 더 나아가 미국 현지에서의 미 군함 건조까지 나아간다면 이는 분명 국내 조선사가 사업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충분히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단기적으로는 재무부담 확대가 일부 불가피할지라도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추격이 거세지고 있던 상황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사업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요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