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래커 = 박지훈 기자
이차전지 산업이 한 차례 고속 성장기를 지나 ‘캐즘’ 구간에 진입한 가운데, 광무의 전략적 투자 행보는 정밀화학 기반의 기초 소재 기술에 대한 신뢰를 반영하는 시그널로 읽힌다.
코스닥 상장사 광무는 최근 비상장 정밀화학소재 기업 이피캠텍의 지분을 추가 매입하며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대한 주도권 확보에 힘을 실었다.
지난 16일 장외시장에서 이피캠텍 주식 5만 주를 주당 1만 원, 총 5억 원에 매입한 광무는 기존 9.80%였던 지분율을 10.29%로 끌어올렸다. 이로써 최대주주인 이성권 이피캠텍 대표와의 지분 격차도 6.5%포인트로 좁혀졌다.
앞서 광무는 작년 2월 이피캠텍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94억 원을 투자한 바 있다. 당시 주당 1만9000원이라는 현재보다 높은 단가로 10% 지분을 확보했고, 이는 이피캠텍의 기술성과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 투자로 평가 받는다. 이후 이피캠텍 측의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 희석으로 9.80%까지 내려갔던 지분율을 이번 장외 매입으로 복원했다.
이 같은 광무의 행보는 이차전지 산업이 최근 고점 이후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으로 ‘캐즘’ 구간에 들어섰다는 진단과 맞물리며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가 설비투자 조정에 나서는 와중에도 광무는 기초 소재, 특히 LiFSI와 같은 전해질 원천기술을 확보한 이피캠텍에 대한 장기적 확신을 보여주고 있는 모양새다. 이피캠텍은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전해질 및 첨가제, 바인더 등에서 국산화율을 높이고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으로, 2023년 말 기술성 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하며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광무의 뒷심은 재무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금융기관예치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1656억 원, 기업의 지급능력(상환능력)을 의미하는 유동비율은 739.99%에 달한다. 차입금 의존도는 2023년 이후부터 한자릿수를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1분기 차입금 의존도는 8.63%에 그친다. 이는 추가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로, 2019년 이후 고정비용 절감 노력 및 투자 수익 덕으로 여윳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정한겸 택스피어 대표 세무사는 “차입금의존도는 기업이 자체 자금이 아닌 외부에서 조달한 자금, 즉 빌린 돈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라며 “이 수치가 낮다는 건 그만큼 빚이 없고, 그로 인해 이자 같은 금융비용 부담도 작기 때문에 수익성은 물론 재무 건전성에도 긍정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업종마다 적정 수준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30% 이하일 때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로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 대표 세무사는 “차입금의존도가 10% 이하인 기업은 외부 자금 없이도 충분히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실질적으로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광무 측은 “이피캠텍 지분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장외 시장의 가격 변동과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광무가 단기적인 업황 둔화에도 불구하고 기술 중심의 기초 소재 기업에 대한 지분 확대에 나선 것은 단순한 포트폴리오 분산이 아니라, 이차전지 산업의 다음 싸이클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일종의 포석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