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래커 = 박지훈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이 유상증자와 감자를 통해 5년 넘게 이어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다. 겉으론 회복의 신호처럼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재무 악화 수렁을 벗어나지 못했다. 자본총계가 플러스로 돌아섰다고는 하나 여전히 1000%를 넘는 부채비율이 부담 요인으로 남아 있다.

에어서울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고 18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8주를 1주로 줄이는 감자를 동시에 의결했다. 유상증자는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이 전액 참여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은 기존175억 원(지난해 말 기준) 에서 1975억 원으로 늘었지만, 곧바로 감자를 단행해 246억 원으로 줄였다. 줄어든 1728억 원은 감자차익으로 처리돼 누적된 결손금을 털어내는 데 사용됐다.

이번 조치로 자본총계는 극적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말 기준 마이너스(-)1397억 원이던 자본총계는 유상증자 자금이 들어오며 402억 원으로 플러스 전환됐다. 감자는 무상 처리된 만큼 자본총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다. 에어서울은 이번 자금조달을 통해 2019년 이후 이어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약 5년 만에 벗어나게 됐다.

다만, 자구책이나 외부 투자 유치가 아닌 모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전액을 출자해 이뤄진 결과로 에어서울이 자체적으로 생존력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 향후 에어서울이 실적 회복과 항공수요 정상화, 통합 시너지 등을 통해 실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한다면 이번 조치는 단기 연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에어서울 여객기. 사진=에어서울

유상증자 자금지원을 책임진 아시아나항공 역시 재무상황이 여유롭지 않다. 올 1분기 별도 기준으로 아시아나는 1조743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손실은 79억 원을 기록했다. 비상등은 에어서울만 켜진 게 아니다.

에어서울은 부채총계가 올해 5월 기준 4183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040%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항공업 특성상 대규모 선투자 및 리스 계약으로 인해 전반적인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에어서울의 현 수준은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돈다.

에어서울의 자본잠식 상태는 201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자본총계는 -56억 원으로 전환된 이후, 2020년 -837억 원, 2021년 -1852억 원, 2022년 -2217억 원으로 손실 규모가 확대됐고, 2023년 -1305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자본잠식률은 900%에 달했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에어서울에 재무구조개선 명령을 내렸으며, 코로나19로 유예기간을 받아 5년을 버텨온 상황이다. 항공사업법상 자본잠식률이 50%를 초과한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되면 국토교통부는 항공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에어서울의 회생을 위한 자구책이라기보다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작업에 앞서 아시아나 계열 LCC 정리를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아시아나는 앞서 에어부산에도 1000억 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를 통해 자금을 투입했다. 이처럼 두 계열사의 부실한 재무구조를 최소한의 수준으로 맞춰 통합 논의의 부담을 덜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진에어-에어부산 중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에어서울이 통합되거나 흡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