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이 12일 각종 비위 의혹으로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김병기 의원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김 의원이 지난달 30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지 13일 만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13일 당의 제명 결정에 대해 “즉시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반발했다. 당 지도부는 14일 최고위원회의 보고·15일 의원총회 표결을 통해 김 의원에 대한 제명 처분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김 의원이 즉각 재심 신청 입장을 밝히면서 최고위와 의총 절차는 일단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당 지도부의 자진 탈당 요구를 거부하고 12일 오후 윤리심판원에 직접 출석해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윤리심판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9시간 가량의 긴 논의 끝에 김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12일 밤 11시 10분쯤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징계 시효의 완성 여부, 사안의 중대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명 처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한 원장은 징계 사유에 대해 “보도된 대로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쿠팡 (70만원 오찬) 등이 포함돼 있다”면서 “공천 헌금 관련 의혹도 일부 포함됐다”고 했다.
당초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윤리심판원에서 김 의원의 제명을 결정하지 않으면 심야에 긴급 최고위를 열어 비상징계를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윤리심판원이 자체 징계를 결정하면서 최고위는 취소됐다.
김 의원은 12일 오후 윤리심판원에 출석해 자신의 공천 헌금 수수 의혹 등에 대해 “3년의 징계 시효가 지나 징계 사유가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리심판원은 김 의원이 이미 제기된 의혹만으로 선출직 공직자의 품위 유지, 청렴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공천 헌금 의혹 외에도 아들의 대학 편입 및 취업 청탁 의혹, 아내의 동작구의회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등 13가지 의혹으로 윤리심판원에 회부됐다.
김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의혹이 사실이 될 수는 없다”며 “한 달만 기다려달라는 요청이 그렇게 어려웠느냐. 이토록 잔인한 이유가 뭔가”라고 했다.
정당법과 당헌·당규에 따라 김 의원 제명에 국회의원 과반 찬성 의결이 필요한 상황에서 김 의원이 실제 재심을 신청한다면 의원총회 제명 표결 절차도 연기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재심 신청이 있을 경우 14일 최고위와 15일 의원총회 징계 안건은 상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김 의원의 재심 신청이 이뤄지면 정청래 대표가 비상 징계권을 발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규에는 당 대표가 비상한 시기에 중대하고 현저한 징계사유가 있거나 긴급히 처리하지 않으면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로 징계 처분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있다.
김 의원 논란이 장기화할수록 당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정 대표가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