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계속 터지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본다”며 첫 입장을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30일쯤 기자회견을 열고 거취 문제를 포함, 이번 사태 전반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가 의혹 제보자로 지목한 전직 보좌진은 이날도 일부 언론에 국정원 직원인 김 원내대표 장남 김모씨가 지난해 8월 국정원 업무를 의원실에 부탁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당시 아들 김씨는 보좌 직원에게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자가 한화생명과 한화오션에 방문한다는 정보의 진위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했고, 보좌 직원이 한화그룹에 관련 사실을 문의한 뒤 김씨에게 답을 전달했다고 한다. 해당 보좌 직원이 김씨, 한화 측과 각각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확인됐다.
이 부탁 자체가 ‘아빠 찬스’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 원내대표 측은 “아들이 국정원 내에서 어떤 직무를 맡고 있는지 몰랐고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 아내가 지역구인 동작구의회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통화 내용도 추가로 공개됐다. 구의회 부의장이 전직 보좌진과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 아내가 내 업무추진비 카드를 썼다”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제기된 김 원내대표 관련 의혹은 ‘국정감사 직전 쿠팡 대표와 70만원짜리 호텔 오찬’, ‘대한항공 160만원 호텔 숙박권 수수’, ‘가족의 지역구 병원 진료 특혜 요구’ 등이다. 김 원내대표는 대부분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논란이 커지자 김 원내대표는 전날 의혹 제보자로 전직 보좌진을 지목하고 “더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들이 작년 계엄 직후 “민주당 다 감방 가나” “짐 싸서 튀어야겠다” 등 사적으로 나눈 텔레그램 대화도 공개했다.
이에 전직 보좌진은 김 원내대표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으로 고소했다. 이 중 한 보좌진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자청해 “김 원내대표 아내가 몰래 내 휴대전화를 통해 취득한 자료인 것 같다”고 했다.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당대표로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며 “이 사태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김 원내대표가 전화로 국민과 당원들께 송구하고, 제게도 송구하다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며칠 후 원내대표가 정리된 입장을 발표한다고 하니 저는 그때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26일 MBC 라디오에 출연, "(사안을) 굉장히 중하게 보고 있다"며 "그래서 국민께 많은 질타를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원내대표의 거취 표명 가능성에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예상해보면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메시지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다음 주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관련 의혹들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현재로선 원내대표직 사퇴는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버티면 전직 보좌진들의 폭로가 계속되고 여권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도 당내에서 적지 않다.
하지만 민주당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각각 별도로 선출되는 '투톱' 시스템인 데다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여권 지지층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측면도 이 사태 처리방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김 원내대표 지지자들은 당내 친명세력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김 원내대표 지지자들은 정 대표 측이 자신과 가까운 최민희 의원의 '피감기관 축의금 수령' 논란이나 장경태 의원의 '성희롱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김 원내대표만 압박한다면 가만 있지 않겠다는 입장도 내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