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삼화페인트 오너 3세 김현정 부사장(40)이 최근 사망한 부친 고(故) 김장연 회장 보유 지분 전량을 상속받으면서 이 회사 최대주주로 올랐다.
삼화페인트는 2일 김 회장이 보유하던 지분 22.76%(619만2318주) 전량을 장녀 김 부사장에게 지난달 29일자로 상속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종전 지분 3.04%를 갖고있던 김 부사장의 지분율은 25.80%(701만8431주)로 크게 높아지며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삼화페인트는 "전 최대주주 김장연 회장 사망에 따른 상속"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지난달 16일 급성패혈증으로 별세했다.
최근 주가를 감안하면 김 부사장의 상속세 부담은 25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김 부사장은 지난해 6월2일에도 부친으로부터 81만6104주를 증여받은 바 있어 이 증여세도 현재 부담하고 있을 것을 보인다.
합쳐서 300억원이 넘어갈 상속 및 증여세는 5년 연부연납 방식으로 분할 납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세금 부담이 과중하면 김 부사장이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그럴 땐 김 부사장 지분율이 다시 떨어질 수도 있다.
이때문에 김 회장 사망 직후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보도와 관측이 많이 나돌았다. 김 부사장이 이제 40세에 불과한데다 지분율이 취약하고 여성이란 점 등까지 겹쳐 경영권 분쟁 재발설은 더욱 그럴듯 하게 확산했다.
삼화페인트공업 공동 창업자인 고 김복규 회장의 차남인 고 김장연 회장은 1994년부터 삼화페인트를 이끌어왔다. 김 회장은 장녀 김현정 부사장과 장남 김정석 씨 1남1녀를 두고 있다.
다만 김정석 씨는 현재 삼화페인트에 근무하지 않고 있다.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명단에도 없어 주요 주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상속 후 김현정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합계는 27.39%다.
삼화페인트공업의 2대 주주는 김복규 전 회장의 창업 동업자였던 윤희중 전 회장 일가로, 그 아들들인 윤석재, 윤석천 형제가 지난 9월 말 기준 각각 6.90%, 5.52%씩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형제 지분 합계는 12.42%. 양 가문은 2013년까지 동업관계였으나 경영권 분쟁이 발발하면서 갈라선 것으로 알려진다.
비록 현재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윤 전 회장 가문은 이들 형제 외 다른 일가 지분들도 아직 꽤 있다고 한다. 윤 전 회장 일가 실제 총 지분율은 18%라는 보도도 있고 20.1%라는 보도도 있다. 분기보고서 등에는 최대주주 측 외에 5%이상 지분 보유자 명단과 지분량을 공시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
이 보도들이 맞다고 가정하면 현재 양 가문의 지분 차이는 7.29%~9.39% 정도다. 2024년 말 기준 40.85%에 달했던 소액주주들의 향방과 요즘 재벌 경영권 분쟁에 자주 개입하는 사모펀드 혹은 행동주의펀드 등이 혹시라도 가세한다면 얼마든지 경영권 분쟁이 재발할 수 있는 지분 격차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 회장 사망 직전에 큰 변수가 생겼다. 바로 자사주 전량 처분이다. 삼화페인트는 김 회장 별세 직전이던 지난달 초 모두 8.78%(238만8642주)에 달하던 자사주 전량을 처분했다.
오랜 교류관계인 일본 대형 페인트업체 츄고쿠 마린 페인트(CMP)에 시간외대량매매 방식 으로 자사주 5.1%를 매각했다. 또 나머지 자사주 3.91%는 자사주 교환대상 교환사채를 발행, 국내 증권사 등에 넘겼다.
이 중 주목 대상이 되는 것은 CMP에 넘긴 자사주 5.1%다. 삼화페인트와 CMP는 1988년 합작법인 츄코쿠삼화페인트를 설립한 뒤 30년 넘게 전략적 동맹 관계를 맺어온 곳이다. 당연히 별세한 김 회장 부녀와도 오랜 기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삼화페인트가 오랫동안 보유해온 자사주를 지난달 초 갑자기 전량 처분한 것은 정부의 자사주 소각의무화 움직임 탓도 있지만 김 회장 사망 직전 서둘러 우호지분을 미리 확보해 두자는 김 회장 부녀의 강한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많은 재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자사주는 발행 회사가 갖고 있으면 의결권과 배당이 제한되지만 다른 곳으로 넘어가면 의결권 등이 모두 살아난다. 서로 합의만 있으면 경영권 분쟁 등 유사시 우호지분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어 자사주는 그동안 지분력이 취약한 기업 오너들이 많이 애용하던 경영권 보호수단이었다.
CMP는 최근까지 삼화페인트 지분 4.12%를 이미 갖고 있었다. 이번 자사주 거래로 지분율은 9.19%로 늘어나 삼화페인트 3대 주주(가문 기준)에 올랐다. 실제 CMP 측은 이번 삼화페인트 자사주 취득후 “전략적 관계를 강화하고 삼화페인트 경영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계획으로 주식을 취득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실제 CMP가 우호지분 역할을 확실히 해준다면 김 회장 측 지분합계는 36.58%까지 늘어날 수 있다. 윤 전 회장 측과의 지분차이가 16~19%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물론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한다면 지분을 좀 더 확보하고 싶겠지만 이 정도로도 김 부사장은 일단 안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상속-증여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가 당분간 최대현안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현정 부사장은 2019년 삼화페인트 입사 후 해외 부문 전략을 담당했고, 2023년 경영지원부문장(전무)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다. 2024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오너가 3세 경영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공인회계사와 변호사 자격증을 모두 취득, 화제를 모은 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