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한온시스템이 당초 1.2조원 조달을 목표로 추진했던 유상증자에서 20%에 가까운 6665만주의 대규모 실권이 나온데 이어 이 실권주를 처리하기 위한 일반공모 청약에서도 청약률이 4.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나머지 실권주 6386만주, 1807억원은 단독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이 모두 떠안게 됐다. 한온시스템이나 NH증권 모두 보기 드문 유상증자 ‘흥행 실패’의 당사자가 되었다.
29일 한온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유상증자 과정에서 나온 실권주 6665만6829주를 대상으로 지난 24일과 26일 일반공모 청약을 받은 결과 일반공모에 응한 청약주식수는 279만9200주로, 일반공모 청약률은 4.2%에 그쳤다.
처리에 실패한 실권주 6385만7629주는 당초 주관사계약에 따라 NH투자증권이 모두 떠안게 된다. 발행가 주당 2830원을 감안하면 1807억원어치다. 유상증자 후 한온시스템 지분율로 따지면 6.22%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51.07%),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 14.3%)에 이어 일약(?) 3대 주주로 떠오르게 된다.
NH증권은 수수료 수익을 목표로 유상증자 주관 업무를 하러 들어왔다가 실권주가 대량 발생하는 바람에 졸지에 한온시스템 3대주주가 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NH증권은 한온시스템 주가가 오를 때 마다 시장에 내다팔거나 일반 고객 등을 대상으로 조금씩 떠안은 한온시스템 주식을 처분하겠지만 일단 주식 인수가격 1807억원은 한온시스템에 납입해야한다. 실권 물량 처분 완료 때까지 상당한 자금부담을 떠안게 된 셈이다.
한온시스템은 채무상환자금 등을 마련할 목적으로 지난 9월23일 이사회에서 유상증자를 결의한 바 있다. NH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로, 보통주 3억4750만주 발행이 목표였다.
작년 말 한국타이어그룹이 최대주주가 되기 직전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한국타이어그룹으로부터 6천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은데 이어 1년 만에 다시 추진하는 대규모 유상증자이기도 했다.
한온시스템 유상증자의 구주주 및 우리사주조합 청약 결과
하지만 발행가를 당초 주당 3480원에서 2830원으로 낮추었는데도 불구하고 구주주 및 우리사주조합 대상 청약에서부터 저조한 청약율을 보였다. 1대 주주 한국타이어는 100% 유상증자에 참여했지만 2대주주 한앤코(종전 지분율 21.6%)가 전량 실권한데다 우리사주조합의 참여도 저조했기 때문이다.
우리사주조합 배정분 6950만주 중 청약 주식수는 1397만7196주로, 청약율이 20.1%에 그쳤다. 구주주 및 우리사주조합 청약주식수는 2억8084만3171주로, 합계 청약률은 80.82%였다.
여기에 실권주 일반공모 결과까지 합하면 총 발행예정주식 3억4750만주에 청약주식수 2억8364만2371주로, 최종 청약률은 81.62%로 집계됐다고 한온시스템은 밝혔다. 최종 실권율이 18.38%에 달하는 셈이다.
올 연말 증자납입이 완료되면 5300억원을 납입하는 한국타이어 지분율은 종전 54.77%에서 51.07%로, 또 증자에 100% 참여하지 않은 한앤코 지분율은 21.6%에서 14.3%로 각각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조 단위 유상증자에서 구주주 청약률이 80% 수준에 머물고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률도 4%대에 그친 것은 ‘흥행 실패’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특히 실권주 공모는 ‘흥행 참사’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진행된 1조원 이상 유상증자였던 삼성SD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퓨처엠의 우리사주·구주주 청약률은 각각 약 101.96%, 99.59%, 97.67% 수준이었다.
한앤코의 100% 청약포기는 사모펀드 특성상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반면 우리사주조합과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률이 극히 부진했던 이유는 각종 대출 규제와 한온시스템 주가 메리트 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일단 보고 있다.
지난 26일 한온시스템 종가는 2960원으로, 확정 발행가 2830원과 차이가 크지 않았다. 통상 10~20% 차이는 있어야 청약률이 나오는데, 주가 자체가 너무 낮았다. 저조한 주가로 발행가를 계속 낮추는 바람에 한온시스템이 이번 증자로 조달하려던 자금목표도 당초 1조2천억원에서 9800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한온시스템의 저조한 영업실적과 과다한 채무, 불투명한 미래 등이 주가 장기부진과 이번 증자 실패의 근저에 깔려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들도 적지 않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그래도 한온시스템이야 수정된 목표 수준으로라도 거액이 들어오지만 얼마 안되는 수수료를 목표로 주관업무에 뛰어들었던 NH투자증권으로선 일정부분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딜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