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인제약 향남공장(조감도, 홈페이지)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정부-여당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입법이 임박하면서 그 전에 어떤 식으로든 자사주를 처분해버리는 기업들의 이른바 ‘자사주 탈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18일에는 자사주를 서로 맞교환하는 기업 사례도 크게 늘어났다.

자사주 맞교환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여러 해명을 붙이고 있으나, 자사주를 강제 소각당하느니 서로 맞교환해 경영권 분쟁 등 유사시 우호지분 등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추정된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요즘 가장 활발히 자사주 맞교환을 하고 있는 업종은 제약업종이고, 그 중심에는 환인제약이 있다.

환인제약 18일 공시


환인제약은 지난 18일 한국유나이티드 제약과 자사주 맞교환을 한다고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 넘겨줄 환인제약 자사주는 90만주(4.83%)이고, 대신 환인제약이 넘겨받을 한국유나이티드 제약 자사주는 95만4750주(5.84%)다. 18일 종가 기준으로 양 사는 같은 금액(103.95억원)의 자사주를 19일 서로 주고 받았다.

맞교환 목적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 시너지 창출 및 협력 관계 구축이라고 밝혔다. 또 양수도하는 주식 총가치가 같기 때문에 주식 양수도 대금은 상계처리하며 별도의 현금 교부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처분 전 환인제약과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자사주 비중은 각각 5.46% 및 11.58%로, 다른 제약사들에 비해 자사주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한국유나이티드 제약은 자사주 맞교환 외에 19일 자사주 43만5천주를 기타 특수관계기업인 한국바이오켐제약에 장외 매각하기도 했다.

환인제약의 지난 11일 공시


환인제약은 이에 앞서 지난 11일 동국제약, 진양제약, 경동제약 등 제약사 3곳과 한꺼번에 자사주 맞교환을 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자사주 맞교환의 중심 축은 환인제약으로, 당시까지 보유 중이던 자사주 233만3천주(12.54%) 중 131만6889주(7.08%, 154억원)를 맞교환 대상으로 내놓았다. 동국제약에 자사주 60만주를 주고 동국제약 자사주 37만1987주를 받았다. 이 역시 교환금액은 양사 똑같은 70.38억원씩이다.

또 진양제약에는 자사주 31만6880주를 주고 진양제약 자사주 70만주를 받았다. 진양제약은 이 맞교환 외에 자사주 20만4391주를 장외처분(처분상대 신정일)한다고도 공시했다. 진양제약은 맞교환과 장외처분으로 보유 자사주 전량 90만4391주(6.4%)가 모두 없어졌다. 두 가지 방식을 합친 처분금액은 48억원이다.

환인제약은 또 경동제약에는 40만주를 주고 경동제약 자사주 77만4257주(2.5%)를 받았다. 양사 교환금액은 똑같이 46.92억원. 4사간의 상호 맞교환 금액은 서로 똑같아 주식 양수도 대금은 상계처리하고, 별도의 현금 교부는 없다고 4사는 설명했다.

환인제약은 최근 1주일 사이 이 두 번의 자사주 대량 맞교환으로 11.91%에 달하는 처분했다. 남은 자사주는 0.63%에 불과하다. 서로 친분이 많은 제약사 4곳에 자사주를 대량으로 넘겨주고 우호지분을 만들면서 보유 자사주를 거의 대부분 없앤 셈이다.

대한제강 로고


이들 제약사 말고 대한제강, 대동, 금강공업, 대동기어 등 4사도 지난 18일 자사주 맞교환을 공시했다.

이 4사의 중심 축은 대한제강이다. 대한제강 역시 이 처분 전 자사주 보유비율이 29.3%(670만2099주)에 달해 자사주가 과다하던 대표적 기업들 중 하나였다.

대한제강은 대동, 금강공업, 대동기어 등 3사와 맞교환할 자사주로 100만3661주(4.38%, 177억원)를 내놓았다. 맞교환 일자는 19일. 대동에 36만5461주, 금강공업에 55만4682주, 대동기어에 8만3518주를 각각 건넸다.

대신 상대로부터 받은 상대측 자사주는 대동이 35만4992주(34.87억원), 금강공업이 145만7240주(97.87억원) 등이다. 대동은 자사주 외에 대한제강 자사주를 받는 댓가로 자기전환사채 29.6억원(전환시 발행주식 30만1380주 1.16%)도 대한제강에 같이 넘겼다.

대한제강의 18일 자사주 맞교환 공시


대한제강은 자사주 맞교환 외에 19일 10만주(0.44% 18.45억원)의 자사주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하기도 했다. 자사주 맞교환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보완 조치로 추정된다.

이들 4사는 이날 자사주 맞교환의 이유로 전략적 사업제휴 및 상호 파트너십 관계 구축이라고 설명했다. 또 상대방 당사자의 사전 서면 동의없이 자사주 맞교환 계약 상 지위 및 본계약에 따른 권리-의무를 제3자에게 양도하거나 이전할 수 없다는 협약도 맺었다.

이들 외에 이수화학도 18일 보유 자사주 전량(2.45% 64만3833주)을 시간외대량매각(61만5833주 55.79억원)과 직원 성과급 지급(2만8천주 2.53억원)으로 모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이 역시 대량매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 직원 성과급 용으로 소량의 자사주를 배분한 것으로 보인다.

이수화학 서울 서초 본사(홈페이지)


에스비비테크도 19일 보유 자사주 전량(3.36%)을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했으며, 남성과 영흥은 모두 자사주를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 27억원(교환대상 자사주 262만3906주 7.25%) 및 62억원(1천만주, 9.87%)을 각각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EB 역시 자사주 강제소각을 피하기 위한 편법들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에스티아이는 지난 18일 자사주 55만주(3.47% 160억원)는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또 자사주 32만2953주(45억원)는 소각 방식으로 각각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블록딜은 정부나 투자자들이 싫어하는 처분 방식이나 반면 소각은 가장 선호하는 자사주 처분 방식이다. 여론을 의식, 양 방식을 적절히 조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림바스, 엘앤씨바이오, 영풍도 보유 자사주 일부를 각 임원상여금 지급, 스톡옵션 행사용 교부, 소각 등의 방식으로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17일에는 뷰티스킨이 보유 자사주 전량(3.47%)을 사모 교환사채 발행 방식으로, 또 LS에코에너지는 보유 자사주 전량(0.97%)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각각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반면 이날 KT스카이라이프, SIMPAC, 하츠, 모토닉, 에이치시티 등은 자사주 일부를 임직원 공로금이나 성과급 또는 사내근로복지기금 무상출연용 등으로 처분했다. 산돌과 나무가는 자사주 일부를 소각 방식으로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16일 미스토홀딩스는 보유 자사주 전량(11.7%)를 모두 소각처리한다고 공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엠게임도 보유 자사주 전량을 소각 및 임직원 보상용으로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진정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생각하는 기업들로 볼 수 있다.

지난 15일에는 조광페인트, 이글벳(자사주 전량), 파인메딕스, 제우스 등 한꺼번에 4사가 자사주 기반 사모 교환사채 발행을 공시했고, 한스바이오메드와 한농화성은 보유 자사주 전량을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많은 상장사들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자사주 탈출’을 줄지어 강행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