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바이오의 알츠하이머 조기진단 제품들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지난 19일 경영권을 넘기고 인수기업의 서울 강남 대치동 토지 및 건물을 떠안는 조건의 패키지딜 결렬을 선언했던 피플바이오가 그 며칠이 지나지 않은 24일 또 다른 대치동 부동산 인수를 공시해 배경이 주목된다.

알츠하이머 조기진단키트 전문기업인 코스닥 상장기업 피플바이오는 23일 늦은 공시와 24일 오전 공시를 통해 서울 강남구 대치동 939-24, 939-30, 939-11 일대 토지 및 건물을 983억원에 양수한다고 밝혔다.

인수대금 983억원은 이 회사 작년 말 자산총계 271억원의 3.6배에 달하는 규모다. 피플바이오는 중장기적인 자산가치 제고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이 인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계약 체결일은 23일, 양수 기준일은 오는 31일, 등기예정일은 내년 3월31일이라고 밝혔다. 거래 상대방은 경기도 광주 소재 비주거용 부동산관리업체인 휴먼데이타라는 유한회사다.

피플바이오의 24일 대치동 부동산 인수 공시


문제는 계속되는 영업 부진으로 자금이 거의 고갈 상태인 피플바이오가 이번에는 또 어떻게 1천억원에 가까운 부동산 인수대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이다.

이에 대해 피플바이오는 계약금 및 중도금 356억원은 자사가 발행한 제8회 전환사채(CB)의 납입대금과 상계처리하며, 잔금 627억원은 차입금을 승계하겠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CB 대금이 들어오면 그것과 계약금 및 중도금을 상계처리하고, 잔금은 이 부동산에 붙어있는 차입금을 그대로 승계하는 형식이라는 얘기다.

피플바이오는 당초 리얼리티젠이 인수자로, 지난달 13일 첫 공시됐던 제8회 3자배정 영구전환사채 발행계획을 변경, 인수자를 휴먼데이타로 바꾸는 정정공시도 23일 했다. CB 발행금액은 당초 270억원에서 356억원으로 변경했다.

CB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당초 4.5%에서 2%로 낮춰졌고, CB 만기일은 당초 2056년 1월30일에서 2055년 12월31일로 한 달 앞당겨졌다.

바뀐 CB 발행계획의 청약일은 23일, 납입일은 오는 31일이다. 연말까지 휴먼데이타가 CB 인수대금을 납입하면 곧 바로 대치동 부동산 인수대금 계약금 및 중도금으로 상계처리하겠다는 것이다.

피플바이오 전환사채를 전량 인수해줄 대상자 내역


주목되는 점은 새로 인수한다는 또 다른 대치동 부동산의 지번이 최근 딜 결렬을 선언했던 대치동 부동산 인근이고, 이번 패키지딜 구조도 결렬된 딜 구조와 많이 닮았다는 점이다.

피플바이오는 지난 19일 공시에서 지난달 12일 이사회에서 결의했던 3자배정 유상증자 발행을 철회하며, 경영권 변경 등에 관한 계약도 해제한다고 밝힌 바 있다. 3자배정 유상증자란 보통주 신주 644만주, 90억원을 이스턴네트웍스에 배정, 경영권을 이 기업에 넘긴다는 내용이다.

피플바이오는 이 증자를 철회하는 사유로, 인수 예정자인 이스턴네트웍스가 주금을 납입기일인 19일까지 납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수인의 계약 불이행에 따라 경영권 인수계약도 해제한다고 밝혔다.

피플바이오는 지난달 12일 이 3자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하면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999-8번지 일대 토지와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 건물을 890억원에 인수한다는 공시도 함께 했다. 거래 상대방은 유한회사 리얼리티젠이었다.

인수대금은 270억원만 현찰로 내면 되고 나머지 620억원은 이 부동산이 안고 있는 각종 대출을 그대로 피플바이오가 다시 승계하는 조건이었다. 같은 날 피플바이오는 이 부동산 인수대금 270억원을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제8회 사모 영구 전환사채(CB) 270억원 발행도 공시했다.

CB 전액 인수자는 대치동 부동산을 매각하는 리얼리티젠이었고, CB 대금과 부동산 매각대금 270억원은 서로 상계하는 방식이었다. 24일 공시된 인근 대치동 부동산 인수 구조와 지번과 CB금액 등만 약간 다를 뿐 흡사하다.

1차 3자배정 유상증자와 경영권 매각계약, CB 발행에 이어 하루 뒤인 지난달 13일 피플바이오는 또 다른 2차 3자배정 유상증자도 공시했다. 이 증자 신주 40억원을 모두 인수하는 기업도 리얼리티젠이었다.

대치동 부동산을 피플바이오에 넘기고 그 인수대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피플바이오 발행 CB를 인수한다는 바로 그 리얼리티젠이다. 리얼리티젠과 1차 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 90억원을 떠안는 이스턴네트웍스의 100% 대주주는 똑같이 ‘유세권’이라는 인물이다. 유씨는 이 두 회사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유 대표가 양 개인회사를 동원, 130억원으로 피플바이오 지분 30.3%를 확보해 피플바이오를 인수하는 대신 피플바이오가 발행하는 CB 270억원을 떠안는 형식으로 대치동 부동산을 피플바이오에 넘기면서 부동산이 안고있는 빚들까지 피플바이오에 전액 떠넘기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 패키지딜이 완료되면 피플바이오도 사실상 유 대표 기업이 되는 것이었다. 부동산을 다른 곳으로 넘긴다고 볼 수 없고, 부동산 대출만 자신의 기업들간에 이동시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었다.

피플바이오의 대치동 부동산 거래대금 지급방법 공시


아무튼 그건 그렇다치고, 24일 공시를 통해 새로 CB를 인수하고 대치동 다른 부동산을 피플바이오에게 넘기는 휴먼데이타의 최근 감사보고서를 보면 놀랍게도 이 회사의 100% 1인 주주이자 대표이사 역시 유세권 대표로 나온다.

휴먼데이타 감사보고서 특수관계자 난에 이스턴네트웍스와 리얼리티젠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두 회사 지분 100%씩을 갖고 있는 바로 그 유세권 대표와 같은 인물임이 확실하다.

지난번 딜 결렬로 피플바이오 강성민 대표가 격앙하고 법적 대응 방침까지 밝히자 두 사람이 며칠간 다시 협상, 이번 딜이 다시 마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휴먼데이타 주주 내역


지난 19일 결렬된 딜과 이번 패키지딜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번 딜의 경우 피플바이오 경영권을 전제로 하지 않는 딜이라는 점 정도다. 피플바이오가 CB 금리와 부동산에 딸린 거액 차입금 원리금 상환을 부담해야하는 점은 똑같다.

이번에는 경영권을 넘기지 않는다지만 이번에 발행될 CB는 내년 12월31일부터 주식전환을 청구할 수 있다. 휴먼데이타가 1년 후 CB 전량의 주식 전환을 청구할 경우 휴먼데이타의 피플바이오 지분율은 59.99%까지 늘어날 수 있다.

단번에 최대주주가 되어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휴먼데이타의 CB원금 중도상환요구권(풋옵션)이 없기 때문에 30년 만기까지 기다리기 보다는 적당한 시점에 주식전환권을 행사해 피플바이오를 인수하고 대치동 건물도 다시 찾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피플바이오가 3년 후부터 CB 원금 356억원을 전액 상환(콜옵션)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현 상태의 피플바이오로 보면 그럴 돈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지극히 의문이다.

2002년 설립된 피플바이오의 재무상황은 한마디로 극히 좋지 않다. 주력제품인 알츠하이머 조기진단키트 등은 이미 2018년부터 상용화됐지만 효험이나 평판을 아직 충분히 인정 못받아서 그런지 판매나 영업실적은 계속 시원치 않다. 올 1~9월 연결 매출은 27억원에 불과하고 영업손실만 66억원에 달한다.

반면 박사 6명, 석사 9명이 수행하는 연구개발비만 2023년 51.6억원, 2024년 34.6억원, 올 1~9월 19.3억원에 이른다. 연구개발에는 계속 많은 돈이 들어가는 반면 아직 대박을 치지 못해 영업실적은 장기간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연결기준 지난 9월 말 기준 이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77억원에 불과하고, 자본금 109억원, 자본잉여금 772억원에 누적결손 847억원, 자본총계는 17억원이다. 결손에 자본잠식 정도가 심각하다.

거듭 된 유상증자로 최대주주인 강성민 현 대표의 지분율은 7.6%까지 떨어져 있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합계는 13.41%에 불과하다. 소액주주 비중이 81%에 이른다.

이런 피플바이오가 또 다른 대치동 부동산 매입을 강행할 경우 부담해야 할 연간 이자비용만 이 회사의 연간 매출을 넘어설 수 있다.

자본으로 인정되는 356억원의 CB 대금으로 자본잠식 위기에서는 잠시 벗어날 수 있겠지만 부동산을 매입하며 승계하는 627억원의 대출이 재무제표에 반영되기 때문에 피플바이오의 재무구조는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이런 부담을 무릎쓰고도 또 다른 대치동 부동산을 인수하는 것은 부동산 임대수익이나 재개발 수익 등으로 회사 경영난을 보완해보자는 의도로 추정된다.

새로 인수한다는 부동산의 현 상태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현 상태로 임대수익이 많이 나온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재개발이나 리모델링을 해야하는 상태라면 피플바이오의 현 재무상태로 볼때 감당이 어려울 것이다.

휴먼데이타의 부동산 보유와 차입금 내역


9월 회계법인인 휴먼데이타 감사보고서는 현재 23년10월~24년9월 분까지만 공시돼 있다. 2024년 9월 말 기준 이 회사의 토지와 건물 장부가는 각각 1638억원, 196억원이다. 또 단기차입금 잔액은 461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은 664억원이다. 이 회계연도 연간 임대수입은 48억원으로 나온다.

유세권 대표 개인 회사들이 보유한 대치동 부동산이 여러 개 있는데, 그 중 임대수입이 그나마 나오는 부동산을 이번에 피플바이오에 넘기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거액 차입금까지 같이 떠넘기는 것이긴 하지만.

하지만 계속 적자인 피플바이오가 건물 인수로 생길 연간 임대수입 48억원으로 627억원 차입금 이자와 CB 이자를 내기는 여전히 빠듯해 보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양 측 모두 무슨 의도로 이런 딜을 이어가는지 의문이 적지 않는 상황”이라며 “자본잠식 모면부터가 시급한 피플바이오의 약점을 잘 알고있는 유세권 대표가 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휴먼데이타가 이번에는 올 연말까지 CB 대금을 제대로 납입하는지 여부부터 지켜봐야 할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