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가 지난 12일자로 리뉴어스의 기업신용등급을 BBB+(부정적 검토)에서 BBB(안정적)으로,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3+(부정적 검토)에서 A3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리뉴어스는 최근까지 SK그룹 소속이었다가 계열사 리뉴원과 함께 사모펀드 KKR에 팔린 대형 환경폐기물 소각 및 매립업체다.
한기평은 등급 하향 조정 이유로, 최대주주 변경에 따라 유사시 계열 지원가능성이 제거된 점, 모회사 재무부담의 전이 가능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점 등을 들었다.
리뉴어스는 지난 11월13일자로 SK에코플랜트와 KKR의 인수목적법인(SPC)인 그린에코매니지먼트 홀딩스(SPC)간 지분 매매거래가 종결됨에 따라 최대주주가 SK에코플랜트에서 사모펀드 KKR로 바뀌었다. KKR의 리뉴어스 지분율은 100%다.
사모펀드는 설립 목적상 투자회사의 가치를 높여 그 수익을 출자자에게 배분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지분구조가 분산되어 있어 스트레스 상황 하에서 리뉴어스에 대한 재무 지원이 적시에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기평은 밝혔다.
KKR의 인수대금은 리뉴원을 포함해 모두 1.8조원 규모로, 리뉴어스는 금융기관으로부터 5800억원의 인수금융을 신규로 조달해 기존 인수금융 차입금 4015억원을 상환했다. 이로 인해 인수금융 차입금이 직전대비 약 1800억원 증가했으며, 만기는 2030년11월로 연장되었다.
조달 금리도 기존 3.43%에서 5.36%로 상승하면서 매년 약 380억원 수준의 금융비용이 발생할 전망으로, 전반적인 재무부담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한기평은 밝혔다.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동원했던 과다한 인수금융의 폐해가 리뉴어스에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한기평이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들은 M&A(인수합병) 때 사모펀드 일반투자자(LP)들의 투자금 뿐 아니라 금융기관 차입금도 많이 동원한다.
이 금융기관 차입금(인수금융)은 보통 피인수기업의 자산 등을 담보(LBO방식)로 동원하거나 피인수기업의 신용이 기반이어서 홈플러스처럼 피인수기업이 인수금융 차입원리금 상환 부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MBK와 홈플러스 사태에서 이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나 현재 관계 당국이 보완대책도 검토 중이다.
한기평은 또 KKR이 인수대금의 상당 부분을 출자 또는 외부차입을 통해 조달한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인수금융 상환을 위한 모회사로의 배당 유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총 인수대금 1.8조원(리뉴원 포함) 중 리뉴어스 인수금융 차입금 5800억원, 리뉴원 인수금융 차입금 1500억원 및 매립장 증설시 지급해야하는 금액을 제외한 잔여분을 KKR이 조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대금 중 인수금융 비중은 절반 가량인 9천억원 안팎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사모펀드는 실질적인 현금창출력이 없기 때문에 향후 인수금융으로 인한 최대주주의 재무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리뉴어스가 배당 정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한기평은 지난 11월 그린에코매니지먼트홀딩스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이루어졌으나 모기업의 현금창출력이 미미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유상증자 대금의 실질적인 상환 부담 역시 리뉴어스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기평은 분석했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 모기업의 대규모 외부 차입이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모기업 재무부담의 전이 가능성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리뉴어스의 2024년 재무상태표 및 손익계산서 일부
실제 과다한 인수금융을 바탕으로 사모펀드에게 인수된 많은 기업들이 인수금융 원리금 부담을 대신 짊어지거나 사모펀드에게 과다한 배당금을 지급하다가 기업 재무구조가 악화된 경우들이 적지 않다.
2015년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홈플러스와 토종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2015년과 2016년 각각 인수된 한온시스템(옛 한라공조) 및 쌍용C&E(옛 쌍용양회) 등이 그 좋은 사례들이다.
한기평은 이에 따라 리뉴어스의 최대주주 변경 이후 배당정책이 리뉴어스의 재무구조 및 신용도에 결정적 요인이 될것으로 본다면서 수익성 수준도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밝혔다.
리뉴어스는 폐기물 소각 및 매립 부문을 중심으로 과거 양호한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해왔으나 최근에는 경쟁 심화와 처리단가 하락, 고정비 부담 지속 등으로 수익성이 저하되며 영업현금흐름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채산성이 우수한 신규 자회사 리뉴에너지 충북의 연결 자회사 편입으로 수익성이 일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나 폐기물 처리 시장 내 가격경쟁 심화로 과거 수준으로의 매립단가 회복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한기평은 밝혔다.
리뉴에너지충북의 작년 매출액은 463억원, 영업이익은 107억원이었다. 옛 환경공단 산하 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로, 전국 최대규모 급 환경폐기물업체인 리뉴어스의 작년 매출은 3722억원, 영업이익은 173억원, 당기순손실은 313억원이었다.
2021년 SK그룹 건설사인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이 사업다각화의 일원으로 폐기물 사업을 강화한다며 리뉴어스를 인수했다가 생각보다 잘 안되자 최근 다시 사모펀드에 매각해버렸다.
멀쩡했던 알짜 폐기물 전문기업이 이러저리 팔려다니다 결국 과다한 인수금융을 기반으로 한 사모펀드에까지 또 넘어가며 향 후 기업 운명이 우려된다는 한기평의 분석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