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정상회담 때의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2026년도 예산안은 ‘AI(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며 AI 집중투자를 통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시정연설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취임 직후였던 지난 6월 추가경정예산(추경)안 국회 제출 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내년 정부 예산안이 올해보다 8.1% 증가한 728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이어서 어떻게 국회를 설득할지가 관심사였다.
이 대통령은 ‘AI’를 테마로 설득전을 벌일 것임을 이날 시정연설에서 뚜렷이 보여주었다. A4 12장 분량의 연설 상당 부분을 AI 투자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겪어보지도 못한 국제 무역 통상 질서의 재편과 AI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가 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변화를 읽지 못하고 남의 뒤만 따라가면 끝없이 도태되지만 변화를 선도하며 한 발짝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산업 사회에서 정보 사회로 전환해 왔던 것처럼 AI 사회로의 전환은 필연”이라며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1년이 뒤처졌지만,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는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도 모자라 연구·개발(R&D)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며 과거로 퇴행했다”며 “출발이 늦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부단히 속도를 높여 선발주자들을 따라잡아야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구체적인 예산 편성 원칙으로 “총지출을 올해 대비 8.1% 증가한 728조원으로 편성한 가운데,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10조1000억원을 편성했다”며 “이는 올해 예산 3조3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지컬 AI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국내의 우수한 제조 역량과 데이터를 활용해 중점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팩토리 등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AI 대전환에 향후 5년간 약 6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또 복지·고용, 납세, 신약 심사 등을 중심으로 공공 부문 AI 도입을 확산하는 동시에, 고급 인재 1만1000명을 양성하고 국민 누구나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R&D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천억 원 규모로 19.3% 확대 편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 장치(GPU) 26만장을 확보한 것에 대해서는 “이제 국내 민간 기업도 GPU 확보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부도 고성능 GPU 1만5000장을 추가로 구매, 정부의 목표인 3만5000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보다 8.2% 늘어난 66조3천억원 규모의 국방 예산에 대해선 "국방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자주국방 실현을 앞당기겠다"며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국민적 자존심의 문제"라고 했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선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 협력 기반 조성을 위해 담대하고 대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END'(교류·관계정상화·비핵화) 구상도 다시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은 과감하게 편성하되 불필요한 예산은 대폭 삭감했다”며 “정부 예산은 모두 국민이 낸 세금이고, 그 세금에 국민 한 분 한 분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만큼 단 한 푼의 예산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이날 시정 연설에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항의하며 불참한 상태였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시작할 때 빈 국민의힘 쪽 의석을 응시하며 "좀 허전하군요"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