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국내외 증시 활황과 부동산PF 부실의 신속한 정리 등에 힘입어 상당수 증권사들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이 올들어 크게 좋아졌지만 BNK투자-SK-아이엠(옛 하이투자)-신영-다올증권 등의 부실자산비율(고정이하비율)은 여전히 10%를 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자산건전성 분류대상 자산 대비 고정이하자산 비율이 가장 높은 증권사는 외국계인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으로, 34.64%에 달했다. 건전성 분류를 해야하는 전체 자산 중 3분의1이 연체 3개월 이상의 사실상 부실성 자산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 증권사는 외국계인데다 한국내 영업규모도 작아 건전성 분류대상 자산 자체가 150억원에 불과한 증권사다.
이런 외국계를 제외하고 제대로 영업 중인 국내 증권사들 중 3월 말 기준 고정이하자산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경남권 BNK금융지주 소속 BNK투자증권으로, 고정이하자산비율이 22.11%에 달했다.
전체 건전성분류대상 자산 1조7111억원 중 3784억원이 3개월 이상 연체(고정)나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의 단계에 있다. 1년 전 이 비율은 15.49%였다. 부실비율이 감소세인 다른 상당수 중대형 증권사들과 달리 지금도 부실자산비율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 증권사의 자산들 중 특히 부실이 심한 곳은 사모사채로, 지난 3월 말 투자잔액 2354억원 중 98%에 달하는 2309억원이 고정이하로 분류됐다. 채무보증 잔액 3505억원 중 40%인 1390억원도 고정이하 상태다.
부산 경남권의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를 반영, 사모사채나 채무보증 형식으로 부동산PF 등에 투자한 자산들이 대거 부실상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BNK투자증권의 고정이하자산비율(금융통계정보시스템)
국내 증권사들 중 그 다음으로 부실자산비율이 높고 10%선을 넘은 곳은 코리아에셋투자증권(19.15%), SK증권(14.03%), 아이엠증권(13.3%), 신영증권(11.04%), 다올증권(10.82%) 순이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도 건전성분류대상 자산이 지난 3월 말 409억원에 불과할 정도의 소형 증권사다. 역시 사모사채와 미수수익의 부실비율이 각각 54%, 62%에 달해 전체 부실비율을 끌어 올렸다.
작년까지 대표적 부실 증권사들 중 하나였던 SK증권은 고정이하자산비율이 작년 말 18%에서 다소 하락한 것이 이 정도다. 역시 사모사채의 부실비율이 63%에 달한 것이 주 원인이다.
작년 말 부실자산비율 19.62%로, 작년 중반까지 국내 증권사들 중 부실자산비율이 가장 높은 편이었던 DGB금융지주 산하 아이엠증권(옛 하이투자증권)도 작년 하반기 이후 부실을 대폭 정리하면서 지난 3월 말 부실자산비율이 13.3%로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채무보증 잔액 4635억원 중 25%인 1157억원이 부실상태이고, 대지급금 2240억원 중 무려 98%에 달하는 2205억원이 고정이하다. 역시 과거 과다했던 부동산PF 부실의 후유증으로 보인다.
신영증권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은 1년 전 7.38%에서 지난 3월 말 11.04%로 오히려 부실이 더 늘어났다. 사모사채 427억원과 대지급금 460억원의 100%가 부실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역시 부동산PF 부실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2023년 부동산PF발 증권사 자금경색위기때 가장 먼저 부실에 휘말렸던 다올증권은 그 후 과감한 부실정리및 구조조정으로 지금은 많이 안정된 상태이지만 그래도 부실자산비율이 여전히 10%를 넘고 있다.
1년 전 6.76%보다 더 높아졌다. 역시 사모사채 투자에서 생긴 부실비율 35.5%가 주범이다. 많이 정리됐다지만 여전히 부동산PF 부실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래에셋이나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부실자산비율 5% 미만의 안정적인 자산건전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5%를 넘어 10%에 가까운 부실자산비율을 보여주는 중대형 증권사들도 몇 곳 있다.
현대차그룹 소속 현대차증권의 지난 3월 말 이 비율은 9.74%로 10%에 육박했다. 1년 전 9.91%보다 약간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다. 사모사채와 매입대출채권의 부실비율이 각각 100%, 67%에 달한 것이 주 원인이다. 역시 과다했던 부동산PF투자의 후유증으로 보인다.
대형사 중에서는 신한투자증권(8%)과 메리츠증권(6.52%)이 아직 이 범주에 들어있다. 신한의 1년 전 이 비율은 5.75%여서 지난 1년 동안 부실비율이 더 늘어났다. 메리츠증권도 부실비율 상승세가 지속 중이다. 특히 4조7666억원에 달하는 대출금 중 9183억원(19%)이 고정이하로 분류되어 있다.
중형 증권사 중에서는 교보증권(8.73%), 유진투자증권(8.09%), DB증권(7.67%), 한화투자증권(7.22%), 유안타증권(6.67%)이 이 범위에 있다. DB를 제외한 네 증권사는 모두 부실자산비율이 1년 전보다 올랐다. DB는 작년말 10.17%까지 올랐던 이 비율이 3월 말 7%대로 다시 낮아졌다.
작년에 2개 소형사를 합쳐 종합증권사로 새로 출범한 우리투자증권도 3월 말 이 비율이 8.17%로 높은 편이다. 작년 말 5.75%에서 더 높아졌다. 대출금 2.61조원 중 11.44%인 2988억원이 고정이하로 분류되어 있는게 결정적 원인이다.
새로 종합증권사로 요란하게 출범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 대출에서 이렇게 부실이 많이 발생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한편 나머지 대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부실자산비율 5% 미만으로 양호한 편이다. 한국투자증권 2.51%, 미래에셋증권 1.62%, 삼성증권 4.82%, NH투자증권 1.5%, KB증권 1.12%, 하나증권 2.31%, 키움증권 3.87%, 대신증권 1.71%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