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최대주주들인 주진우 회장(왼쪽)과 주지홍 부회장 부자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사조그룹 최대주주인 주진우 회장 부자와 계열사들이 지난 2021년 이후 틈만 나면 사조대림 등 사조그룹 5개 상장 계열사 지분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 그 결과 이들 5개사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현재 62.05%(사조동아원)~81.68%(사조씨푸드)까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인 2020년 말까지만 해도 이 지분율은 47.43%~60.53% 정도였다. 5년 동안 이 지분율 상승률이 최저 9.86%p(사조동아원)에서 최대 25.38%P(사조씨푸드)에 달한다.
사조그룹 상장 5개사가 한꺼번에 이처럼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을 크게 높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재계나 시민단체 등은 상법개정 등을 통해 소액주주 우대 정책이 너무 심해질 경우 등에 대비해 아예 전 상장사를 모두 상장폐지 하려는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사조산업의 지난 6월말 기준 최대주주및 특수관계인 명단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사조그룹 상장 5개사 중 그룹에서 사실상 준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사조산업의 경우 소액주주 등과의 충돌이 별로 없었던 지난 2020년 말까지만해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합계는 56.17%였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난 6월 말 기준 이 지분합계는 67.59%로 높아졌다. 5년 동안 지분 상승률이 11.42%포인트(p)에 달한다. 지난 5년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이 틈만 나면 끊임없이 장내에서 사조산업 지분을 사들인 결과다.
지난 6월 말 기준 사조산업 최대주주는 사조그룹의 사실상 지주사인 사조시스템즈로 지분율은 29.94%다. 다음은 주진우 그룹 회장(14.24%), 주 회장 장남인 주지홍 부회장(6.91%), 다른 상장 계열사인 사조오양(3.98%), 비상장 계열사들인 사조랜더텍(3.01%), 삼아벤처(3%), 사조농산(2.99%0, 케슬렉스제주(1.04%), 사조씨피케이(0.56%) 등이다.
이중 사조씨피케이는 작년 2월 미국계 전분당 기업이던 인그리디언코리아를 3840억원에 사조그룹이 인수, 회사명을 바꾼후 계열 편입시킨 회사다. 작년 인수되자말자 상장 계열사 지분 인수전에 동원된 셈이다.
8월에도 사조대림 지분을 계속 사모은 사조산업관련 공시
사조대림, 사조오양, 사조씨푸드, 사조동아원 등 다른 상장 계열사들도 사조산업과 비슷하게 지난 5년 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이 계속 지분을 사모아 지분율을 높여왔다.
그룹 최대 계열사인 사조대림의 경우 2020년 말 47.43%이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지난 22일 기준으로는 71.91%까지 높아졌다. 5년간 지분상승율이 무려 24.48%p에 달한다.
올들어선 주지홍 부회장과 사조씨푸드, 사조시스템즈, 케슬렉스서울, 사조랜더텍 등이 모두 틈만 나면 사조대림 지분을 주로 장내에서 사모았다. 골프장 기업인 케슬렉스서울은 작년 말까지 사조대림 지분이 한주도 없다가 올들어 새로 사조대림 지분 사모으기에 가세했다.
사조오양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도 20년 말 60.53%에서 지난 8일 기준 78.25%로, 5년간 17.72%p나 올랐다. 올들어선 특히 사조동아원이 모두 8.97억원을 투입, 지난 6~8월 장내에서 사조오양 지분을 계속 매입했다. 사조대림도 지난 6월 1.4억원을 투입, 2회 장내매수했다. 상장사들끼리도 서로 상대방 지분을 사주는 형태다.
지난 7~8월 사조오양 지분을 계속 사모은 사조동아원 관련 공시
사조씨푸드도 이 지분율이 20년 말 56.30%에서 지난 18일 기준 81.68%까지 급등했다. 5개 상장사 중 최고 수치다. 지난 5년간 상승률도 25.38%p로, 역시 최대 상승률이다.
상장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등이 전체 지분의 95%만 확보하면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사조씨푸드의 경우 앞으로 10% 정도만 더 매수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올들어선 지난 6~8월 사조오양이 9억원을 투입, 장내에서 7회에 걸쳐 사조씨푸드 지분을 사모았다.
사조동아원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도 20년 말 52.19%에서 지난 22일 기준 62.05%로, 5년간 상승률이 9.86%p를 기록했다. 5개 상장사들 중 가장 낮은 상승률이지만 웬만한 상장사에선 이것도 높다고 할 수 있는 수치다.
작년 새로 계열 편입한 사조씨피케이는 사조산업 외에 사조씨푸드와 사조동아원 지분 인수전에도 올해 새로 동원되었다. 사조동아원 지분의 경우 지난 7~8월 두달 동안 모두 21억원을 투입, 모두 17회에 걸쳐 지분 5.53%를 매입했다. 사조씨피케이의 사조씨푸드 지분율도 벌써 5.45%에 이른다.
공정위 지정 자산 5조원 이상 92개 공시대상기업집단들 중 모든 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을 사조그룹처럼 이처럼 단기간에 크게 높이고 있는 그룹은 없다.
사조그룹은 올해 첫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됐다. 40개 계열사에 2024년 그룹 총자산 5조2570억원에 작년 매출 5조4430억원, 당기순익 1190억원으로, 재계 서열 88위다.
지난 7~8월에도 사조씨푸드 지분을 계속 사모은 사조오양, 사조농산, 사조산업 관련 공시
2021년 상법 개정을 통해 이른바 ‘첫 3%룰’이 도입되었을 때만 해도 사조 5개 상장사의 이런 움직임은 ‘3%룰’을 피하기위한 목적으로 비쳐졌다.
당시 처음 도입된 ‘3%룰’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보유 지분이 아무리 많더라도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단 이때까지만 해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합산이 아니라 모두 ‘따로 따로 3%’까지 인정해주었다.
이 때문에 한 최대주주 또는 계열사가 지분을 많이 갖는 것보다 지분을 조금씩 여러 계열사에 나눠주거나(지분 쪼개기), 지분이 없던 계열사 또는 오너일가도 지분을 조금씩이라도 사주는 ‘지분 품앗이’가 ‘3%룰’ 꼼수 방어책으로 동원되기 시작했다.
사조그룹 뿐 아니라 상당수 다른 그룹들도 행동주의 펀드 또는 소액주주 공세에 대한 방어책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사조그룹이 처음부터 유달리 그 정도가 심했다.
그만큼 사조그룹은 과거부터도 오너일가 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나 사익편취 의혹이 많았고, 의도성 짙은 저배당 의혹 등도 많이 받았다. 행동주의펀드나 소액주주들로부터 자주 공격 대상이 됐다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3%룰’ 도입 움직임 초기부터 철통 방어를 했는데도 2022년에는 사조오양이 뚫리기도 했다. 그해 3%룰 투표로 사조오양 이사회에 입성한 행동주의펀드 추천 사외이사 감사위원은 최근까지도 사조오양 이사회를 수시로 휘젓고 다녔다고 한다.
이 때문에 사조그룹의 ‘꼼수 방어’는 그 이후 더 강도가 심해졌다. 사조산업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주진우 회장 등 오너일가 3명과 7개 계열사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과거에 비하면 특수관계인수가 많이 늘어났다.
그 덕에 첫 3%룰로 따지면 사조산업은 24.5%까지 방어력을 키웠다. 사외이사 감사위원 선출 때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이 모두 24.5%의 지분율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조대림의 이 방어 지분율도 26.28%로 높아졌다.
사조대림의 지난 21일 기준 최대주주및 특수관계인 명단
하지만 최근 큰 변수가 생겼다. 지난 7월초 3%룰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 ‘따로따로 3%’가 아닌 ‘합산 3%’로 바꾼 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공포 1년 후부터 시행이라서 내년 7월부터는 사조대림의 경우 26.28% 방어 지분율이 합산 3%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는 얘기다.
내년 3월 정기주총 때까지는 종전 룰로 방어를 계속 할 수 있겠지만 내년 7월 이후는 어렵게 구축해온 ‘지분쪼개기’나 ‘지분품앗이’가 일거에 무용지물로 변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나 의도를 모를리 없는 사조그룹은 7월 상법 개정 및 공포 이후에도 ‘지분 품앗이’를 멈추지 않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7~8월에도 계열사들의 상장사 지분 사모으기는 계속됐다.
이를 두고 재계나 IB업계 등에선 사조그룹이 방어 전략을 ‘지분 쪼개기나’나 ‘지분 품앗이’ 차원을 떠나 이제는 아예 전 상장사 상장폐지 쪽으로 확 바꾼게 아니냐는 의견들도 감추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소액주주 보호정책은 더 강화될 움직임이고, 행동주의펀드나 소액주주들에 계속 시달릴 바에야 아예 상장폐지해 버리면 더 이상 이렇게 골치를 썩일 필요도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상장사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30%만 넘겨도 경영권 유지에 안정권이라는데 이 지분율을 계속 높여 60~80%선까지 넘어간다는건 다른 의도가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개정 상법이 공포된 7월말 이후에도 지분 사모으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상장폐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5개사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모두 60%를 넘고, 2곳은 이미 70%선, 1곳은 80%선까지 넘었다”면서 “가장 큰 계열사인 사조대림의 경우 앞으로 750억원 정도만 더 투입하면 상장폐지 가시권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 저배당 고수로 주가가 아직 크게 오르지 않은 지금같은 시점에 지분 사모으기를 더 서두르면 상대적 저비용으로 조기에 상장폐지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는 계산도 사조그룹 측은 하고 있을지 모른다.
과연 5개사 모두 전면 상장폐지로 갈지는 향후 움직임을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지분 사모으기가 계속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사조씨푸드처럼 80%를 넘어간다면 그 회사는 이미 상장폐지권에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매출 조단위의 대기업이라면 기업 투명성이나 자금조달 측면 등을 감안할때 상장을 하거나 상장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게 정설이다. 그런데도 투자 등에 쓰야할 거액 비용까지 들여가며 이미 상장된 기업의 상장폐지까지 추진한다면 그만한 낭비나 후퇴도 없을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너무 기업을 옥죄는 정치권에도 문제가 적지 않지만 그보다도 사익편취나 불투명 경영 등에 대한 반성이나 쇄신을 하기보다 자꾸 이렇게 꼼수 방어나 자진 상장폐지 등으로 달아나거나 숨기만 하려는 기업의 태도에 더 문제가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