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한일시멘트와 함께 국내 시멘트업계 양강인 쌍용C&E(씨앤이)가 국내 대형 시멘트업체들 중유일하게 올 상반기에 적자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들어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급감, 유동성도 크게 나빠지고 있다.
비록 반기 실적이지만 쌍용씨앤이가 적자에 빠진 것은 지난 201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쌍용씨앤이의 연결 매출은 7182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8537억원에 비해 15.9%나 줄었다. 영업이익도 작년 상반기 777억원에서 올 상반기에는 334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더 문제는 반기손익이다. 2023년까지만 해도 2197억원에 달했던 쌍용씨앤이의 당기순익은 작년에는 827억원으로 크게 줄었지만 그래도 흑자는 유지했다. 작년 상반기에도 337억원 흑자였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82억원 적자로, 2010년대 이후 사실상 첫 반기 적자에 빠졌다.
슬래그시멘트 제조나 화물운송, 항만하역, 환경관련업체들인 종속 자회사들의 실적을 제외한 쌍용씨앤이 본사만의 실적을 뜻하는 별도기준 영업실적을 보면 영업손익에서도 적자를 냈다.
쌍용씨앤이의 별도기준 영업손익은 작년 상반기 444억원 흑자에서 올 상반기에는 2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시멘트 부문이 대부분인 쌍용씨앤이 본사의 영업적자 역시 보기 드문 일이다.
자회사들이 갖고있는 시멘트 부문까지 합친, 전체 연결기준 시멘트 부문 영업손익도 작년 상반기 756억원 흑자에서 올 상반기에는 247억원 흑자로 흑자규모가 크게 줄었다. 반면 환경부문은 같은 기간 176억원에서 221억원으로, 영업흑자 규모가 소폭 늘었다. 시멘트 부문의 부진이 전체 영업이익 급감과 당기순손실의 주 원인이라는 뜻이다.
국내 건설경기가 계속 깊은 침체에 빠지면서 시멘트 출하량이 크게 줄어들고, 이에따라 국내 주요 시멘트 및 레미콘 업체들의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익이 많이 감소하는 것은 공통적 현상이다.
쌍용씨앤이와 시멘트 출하량 1, 2위를 다투는 한일시멘트의 경우 연결 매출은 작년 상반기 9098억원에서 올 상반기 7058억원으로, 22.4%나 감소했다. 매출 감소율이 쌍용씨앤이보다 더 크다.
같은 기간 한일시멘트의 연결 영업이익은 1626억원에서 645억원, 반기순익은 1291억원에서 346억원으로 각각 감소했다. 시멘트 출하량 3위인 아세아시멘트(자회사 한라시멘트 포함), 4위 성신양회, 5위 삼표시멘트 등도 모두 비슷한 추세다.
하지만 이들은 쌍용씨앤이와 달리 연결 반기 순손실이나 별도 영업적자까지는 가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모두 흑자는 유지하고 있다.
반기 기준이긴 하지만 유독 쌍용씨앤이만 이렇게 홀로 적자상태에까지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첫번째 이유는 경쟁업체들에 비해 유달리 고정비용 비중이 높은 원가구조 때문으로 보인다. 매출에서 제조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매출원가율을 보면 쌍용씨앤이는 올 상반기 연결기준 84.9%로, 한일시멘트 77.5%, 아세아시멘트 79.1% 등 보다 모두 많이 높았다.
특히 다른 제품들을 제외한 주로 시멘트제품만의 원가율을 뜻하는 쌍용씨앤이 별도기준 매출원가율은 올 상반기 91.6%에 달했다. 작년 상반기 84.6%에 비해 1년 사이에 무려 7%포인트나 급상승했다.
작년 말까지 계속 치솟기만 하던 시멘트 제품 판매가격은 건설경기 급냉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에는 소폭이지만 오랜만에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석회석, 석고, 슬래그 등 시멘트 주요 원재료 시세는 제품가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하락세를 기록했다.
적어도 올 상반기부터는 원재료가 폭등 때문에 원가도 치솟는다고 설명할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시멘트 출하량 급감으로 원가 감소율보다 매출 감소율이 더 크기 때문에 매출원가율이 대폭 상승했다고 설명하는게 맞아 보인다.
매출이 감소할 때 원가 중 원재료비 등 변동비보다 감가상각비(설비투자비)나 인건비 같은 고정비 비중이 큰 업체일수록 매출원가율은 상대적으로 더 치솟을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영업이익이 더 급감하거나 영업적자에까지 이를 가능성도 크다. 쌍용씨앤이의 경우가 딱 이런 케이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총 비용 중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쌍용씨앤이는 올 상반기 연결기준 34.9%로, 아세아시멘트의 23.9%보다 11%포인트나 높았다. 인건비도 인건비지만 쌍용씨앤이가 최근 몇 년간 각종 설 투자 등을 많이 한 것이 이 비중에 영향을 많이 준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 주요 원재료및 원재료가격추이(쌍용씨앤이 반기보고서)
한편 연결기준으로 경쟁업체들 중 쌍용씨앤이만 유독 올 상반기 반기손익 적자를 낸 것은 과다한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쌍용씨앤이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금융비용은 371억원에 달한 반면 한일시멘트는 148억원에 불과했다.
쌍용씨앤이의 지난 6월 말 차입금 및 회사채 발행 잔액은 1조6732억원(연결)으로, 작년 말 1조5211억원에 비해 6개월 사이에 1521억원이나 더 늘었다. 반면 지난 6월 말 한일시멘트의 회사채포함 총차입금 잔액은 7237억원에 불과하다. 매출은 비슷한데 총차입금은 쌍용씨앤이가 2배 이상 더 많다.
쌍용씨앤이의 차입금이 이처럼 경쟁업체들보다 유달리 많은 것은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인 것과 관련이 크다. 옛 쌍용그룹 주력기업이던 쌍용양회는 2016년 대형 토종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인수한 이후 시멘트사업에 환경폐기물 사업을 추가하면서 회사명을 쌍용씨앤이로 바꾸었다.
과다한 인수금융을 바탕으로 쌍용씨앤이를 인수했던 한앤코는 투자금 회수와 금융비용 부담이 급했던지, 인수하자말자 쌍용씨앤이로부터 지나칠 정도의 주주배당을 받아가기 시작했다.
순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배당성향이라고 하는데 보통 30~50% 정도를 적정 배당성향이라고 한다. 2016년과 17년 두 해의 쌍용씨앤이 배당성향(연결)은 각각 16%, 35%에 그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극히 정상적인 배당 행태였다.
하지만 2018년부터 배당지급액이 갑자기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매년 배당액은 1870억원, 2123억원, 2217억원, 2211억원, 2210억원씩이었다. 같은 기간 연결 당기순익은 1463억원, 1307억원, 1382억원, 1860억원, 1278억원 이었다.
매년 배당성향은 127.8%, 162.5%, 160.4%, 118.8%, 173% 등으로 모두 100%를 넘었다. 5년 동안 한해도 빠지지 않고 벌어들인 순익보다 훨씬 많은 배당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는 얘기다.
‘사모펀드 답게 너무 약탈적’이라는 비판 때문이었는지, 2197억원의 순익을 냈던 2023년에는 배당지급액이 1393억원으로 갑자기 확 떨어졌다. 배당성향도 63.4%에 그쳤다. 그러나 한 해도 못가 작년에 다시 배당은 급격히 증가했다.
작년 쌍용씨앤이의 당기순익은 금융비용 급증 등으로 2023년 2197억원보다 크게 줄어든 827억원에 그쳤다. 그런데도 분기배당 등을 포함한 연간 배당지급액은 2219억원에 달했다. 2년 전의 배당 관행으로 다시 회귀한 것이다.
작년 배당성향은 268.4%로 치솟았다. 한해 동안 벌어들인 순익의 무려 2.68배를 주주배당으로 지급했다는 뜻이다. 정상적인 대기업이라면 있기 어려운 초고배당 사례였다. 이렇게 약탈에 가까운 고배당을 했으니 회사에 쌓아둘 사내유보 등은 계속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순익이 배당지급액에 한참 모자라고, 사내유보도 줄어들면 신규투자나 필요한 운영자금 등은 빚을 내 조달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한앤코는 쌍용씨앤이 인수 이후 기업가치를 크게 올리기위해 시멘트 본업과 관련없는 계열사들은 대거 처분하고, 폐기물 처리에서 발생한 에너지를 시멘트 생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환경폐기물 관련 투자를 크게 늘려왔다.
이 투자도 대주주의 유상증자 대신 쌍용씨앤이가 대부분 부담했다. 벌어들인 순익은 배당지급에도 크게 모자라고, 이런 투자부담까지 졌으니 쌍용씨앤이의 재무상태는 크게 악화될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20년 말 9733억원에 그쳤던 쌍용씨앤이의 장단기차입금 및 회사채 발행잔액은 2023년 말 1조2341억원으로 커진데 작년 말에는 1조5222억원, 지난 6월 말에는 1조6732억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8년 말 73%에 그쳤던 부채비율(연결)도 23년 말 131%에 이어 작년 말 172%, 6월말 218%로, 6년반 만에 3배 가까이 크게 치솟았다.
작년에 차입이 특히 많이 늘어난 것은 한앤코가 쌍용씨앤이 자진 상장폐지를 추진하면서 상장폐지를 위한 자사주 공개매수 부담을 쌍용씨앤이에 많이 지게한 영향도 크다. 공개매수에 필요한 자금 7029억원 중 3349억원을 쌍용씨앤이가 떠안았다. 쌍용씨앤이는 이 중 1800억원을 최소고정금리 연 5.9%의 NH증권 차입금으로 조달했다.
유동성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17억원으로, 작년 말 911억원에 비해 700억원 가량 급감했다. 별도기준으로는 더 심각하다. 지난 6월말 별도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7285만원에 불과하다.
영업실적 악화로 들어오는 현금은 줄어드는데, 필요자금은 급증했기 때문일 것이다. 연결 유동비율은 23년 말 74.5%에서 작년 말 61.1%, 지난 6월 말 49.3%로, 6월 말에는 급기야 50%선 밑으로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이 자금시장에 알려지면서 쌍용씨앤이는 올들어 단기자금 조달에 더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3월 이 회사가 발행한 1년만기 회사채 발행금리는 4.15~4.2%였다. 하지만 지난 5월15일 발행한 제1회 전자단기사채 금리는 4.9%로 더 치솟았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영업실적도 경쟁업체들보다 더 하향 추세다. 레미탈 등 다른 사업부문들을 합친 매출은 한일시멘트가 이미 앞섰다는 평가도 있다.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익도 모두 한일시멘트가 쌍용씨앤이를 이젠 앞서고 있다. 이 모두 사모펀드 인수 10년 동안에 생긴 일들이다.
결국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는 지난 6월26일자로 쌍용씨앤이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등급조정 사유로는 투자 및 배당으로 재무구조가 저하된 점, 현 수준의 투자 및 배당기조가 지속될 경우 재무부담이 더 확대될 수 있는 점, 건설경기 둔화에 따른 영업실적 저하가 전망되는 점 등을 들었다.
신용등급 강등까지 겹치면서 쌍용씨앤이는 앞으로도 자금조달에 더 애를 먹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대주주를 잘못 만나 살인적 고배당→차입 확대→금융비용 상승 및 재무구조악화→영업실적 악화→ 재무구조 더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드는 듯한 상황이라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