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오너일가의 장증손인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이사 사장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고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장증손인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이사(50)가 지난 6월 작고한 부친 허남각 전 삼양통상 대표이사 회장(87)으로부터 삼양통상 보통주 주식 60만주(지분율 20%) 전량을 상속받았다.

허남각 전 회장은 허만정 GS 창업주의 장남인 고 허정구 삼양통상 창업회장의 장남이고, 그래서 허만정 창업주의 장손이기도 하다. 허준홍 대표는 또 허남각 전 회장의 장남이어서 허만정 창업주의 장증손이다.

코스피 상장기업인 삼양통상은 공식적으로는 GS그룹 계열사로 분류되기는 하나 고 허정구 회장 집안이 사실상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GS그룹 내 독립 소그룹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준홍 대표는 지난 20일자로 부친 허 전 회장 삼양통상 지분을 전량 상속받아 삼양통상 지분율을 종전 25%에서 45%로 크게 늘렸다. 그 전에도 삼양통상 최대주주였으나 이번 상속으로 지분율이 과반수에 가까워졌다.

허준홍 대표의 상속관련 공시


삼양통상의 다른 주요 주주들은 고 허정구 회장의 차남인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82세. 6%), 3남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79세 3.15%), 허동수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56세 0.67%), 허동수 차남인 허자홍 에이치플러스에코 대표(53세 0.83%), 허광수 회장 장남인 허서홍 GS리테일대표(48세 1.67%), 조광피혁 6.08%, 소액주주 20.39% 등이다.

조광피혁과 소액주주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허정구 가문이 지배하는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소그룹을 장증손인 허준홍 대표가 이번 상속을 통해 확실히 물려받은 셈이다.

지난 1957년 설립된 삼양통상은 가죽 원피를 수입 가공해 피혁원단(가죽)을 생산하는 피혁전문업체다. 지난 6월 말 연결기준 자산총계 4541억원, 부채 175억원, 이익잉여금 3950억원, 자본총계 4366억원에 올 상반기 연결 매출 943억원, 영업이익 99억원, 반기순익 8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오랜 역사의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적자를 낸 적도 거의 없다.

삼양통상의 종속 자회사는 아니지만, 사실상 삼양통상과 허정구 가문 산하인 기업들이 몇 개 더 있다. 골프용품과 수입담배, 윤활유 등을 판매하는 삼양인터내셔날과 남서울 CC 관리기업인 경원건설, 부동산임대업체인 보헌개발, 토양 정화사업과 환경플랜트 기업인 에이치플러스홀딩스 및 그 자회사들이다.

상속 후 삼양통상의 주요 주주 지분율


이 중 삼양인터내셔날, 경원건설, 보헌개발 등은 삼양통상과 함께 GS 계열사로도 공정위에 신고돼 있다. 삼양인터내셔날의 주요 주주들은 허정구 가문 사촌 지간들인 허준홍(37.33%), 허서홍(33.33%0, 허세홍(11.20%) 등이다.

삼촌 또는 부친인 허광수 회장이 현재도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작년 말 연결자산 1806억원, 이익잉여금 669억원에 작년 매출 2073억원, 영업이익 54억원, 당기순익이 92억원일 정도로 역시 짭잘한 기업이다.

남서울CC의 경원건설도 삼양통상(24.69%), 허광수외 특수관계인(12.08%), 삼양인터내셔날(8.23%) 등 허정구 가문 합계지분이 45%로, 최대주주다. 작은 부동산임대업체인 보헌개발 역시 허정구 가문이 지분 100%를 갖고 있고, 에이치플러스홀딩스의 최대주주는 허동수 명예회장 차남인 허자홍 대표(90.1%)다.

그리 큰 기업들은 아니지만 모두 단단하고 견실한 기업들이다. 허정구 가문은 GS그룹 지주사인 GS 지분도 모두 조금씩 갖고 있는 GS그룹 대주주들로, GS 경영에도 일부 참여하면서 또 이같이 소그룹을 독자경영하고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삼양인터내셔날 주요 주주

고 허정구 삼양통상 창업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고향 죽마고우로, 이병철 회장과 함께 삼성을 창업한 공동 창업주이기도 하다. 이병철 창업주가 일제시대 삼성상회를 처음 만들 때 고 허만정 GS 창업주가 자금을 대면서 장남 허정구를 삼성상회 경영에 참여시켰다고 한다.

허정구는 1952년 제일제당 설립에도 관여, 제일제당 전무를 지냈고, 삼성물산 사장까지 역임하면서 1957년 삼양통상을 만들었다. 결국 1961년 삼성과 결별, 완전 독립했다. 한때 나이키 신발의 80%를 OEM으로 생산해낼 정도로 삼양통상을 키우기도 했다. 골프계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 지금까지도 ‘한국 골프계의 대부’로 통한다.

아들만 8명을 두었던 허만정 창업주는 장남을 삼성에 연결해주는 한편으로 3남 고 허준구 전 금성전선 회장은 LG그룹 공동 창업주로 만들었다. 허준구 전 회장 역시 아버지 손에 이끌려 구인회 LG 창업주와 동업을 하게됐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도 허만정 창업주가 창업자금을 댔다.

이런 이력이 있다보니 LG그룹에서 분리해 나온 GS그룹의 지분은 아무래도 허정구 가문보다 허준구 가문이 더 많다. 허준구 가문 전체 GS 지분율은 16.16%인 반면 허정구 가문은 14.77% 정도다.

고 허정구 삼양통상 창업회장


그룹 분리후 그룹 회장 직도 허준구 가문에서 계속 맡고 있다. 허준구 전 회장의 장남인 허창수 현 GS그룹 명예회장(77)은 초대 GS그룹 회장을 14년 간이나 지냈고, 2대 회장인 현 허태수 회장(68)는 허준구의 5남이자 허창수의 막내 남동생이다. 역시 허준구 가문 소속이다.

허준구 가문은 또 대형 건설사인 GS건설도 사실상 독자 경영하고 있다. GS건설 대주주들 중에는 허정구 가문인 허동수(0.02%)-허세홍(0.01%) 부자 지분도 약간 있지만 허준구 가문 지분합계가 19.34%로 압도적으로 많다.

여기에 허준구 가문 장남인 허창수-허윤홍 부자가 오랜 기간 GS건설 경영까지 전담 중이다. 지금도 GS건설은 허창수 대표이사 회장에 허윤홍 대표이사 사장(46) 체제다.

고 허준구 회장


아직 그룹 회장직을 맡아본 적은 없지만 허정구 가문도 GS그룹 내에서 주요 보직을 여러차례 맡기는 했다. 대표적 인물이 허동수 명예회장이다. 형과 동생인 허남각, 허광수 회장이 GS그룹에 들어가지 못하고 삼양통상 계열에서만 오래 머문 반면 허정구의 차남인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은 오랫동안 대표이사-회장 등을 역임하며 GS칼텍스 경영을 사실상 책임져 왔다.

지금은 장남인 허세홍이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이다. 2대에 걸쳐 GS칼텍스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광수의 장남인 허서홍도 지주사 GS 부사장을 거쳐 지금은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GS리테일 대표이사 사장이다.

하지만 그룹 회장을 벌써 2명이나 낸 허준구 가문에 비하면 어딘가 밀려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창업주의 장손 가문으로서 2세, 3세에서 그룹 회장을 못냈다면 4세에서라도 꼭 내야되는게 아니냐는 절박감 같은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들이 오래 전부터 그룹 주변에서 많이 나돌았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


다행(?)인 점은 차기 그룹회장 유력후보 4세들 중에는 허정구 가문이 최소 2명이나 있다는 점이다.

2019년 2대 그룹 회장에 허준구 가문 출신인 허태수 현 회장이 오른 이후 ‘포스트 허태수’는 이제 ‘홍’자 돌림 4세군에서 나온다는 가정 하에 여러 언론들이 차기 회장 유력 후보들을 거론한 적이 있다. 이때 주로 ‘허세홍, 허윤홍, 허서홍’의 이름이 많이 오르내렸다. 3파전이 유력시된다는 보도들도 많았다.

이 3인 중 허윤홍만 허준구 가문이고, 허세홍, 허서홍 2명은 허정구 가문이다. 이 보도들이 맞다면 허정구 가문도 이제 장손 가문으로서의 체면을 살릴 기회가 왔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다.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


장증손인 허준홍 대표는 GS칼텍스 부사장에서 2020년 삼양통상 대표로 갑자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차기 회장 후보군들 한사람으로 거론됐다. 장증손에, 4세들 중 지주사 지분도 가장 많은 편이고, GS칼텍스 부사장으로 경영능력도 어느 정도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갑자기 삼양통상이라는 작은 자기 집안 회사로 돌아간 후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많이 멀어졌다. 경쟁 4세들이 GS 유력 계열사들에서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당연히 나올 수 있는 평판들이었다.

GS그룹은 지주사 GS 지분을 갖고 있는 허씨 3, 4세들이 53명에 달하고 압도적 지분을 가진 오너 일가가 없어 그룹 회장은 각 가문 원로 대표들이 모여 합의추대 형식으로 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추대 기준이나 원칙도 공개된 것이 없다.

아무래도 경영능력이나 신사업 성과 등으로 결정하는게 아닌가 짐작만 할 뿐이다. 하지만 그룹 최대기업 GS칼텍스를 오늘날처럼 키운 허동수 명예회장이 그룹 회장이 못되는 것을 보면 다른 추대기준도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들도 많았다. LG 및 GS그룹 창업과 성장에의 기여도나 지분 등을 주로 따지는게 아니냐는 추측들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차기 회장도 또 허준구 가문에서 나와야 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3세들과 현재 주력인 4세들이 이번에도 이 기준에 순순히 따를지는 미지수다.

허서홍 GS리테일 대표이사 사장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6월 타계한 장손 고 허남각 회장이 갖고있던 지분들 중 아직 상속결과가 공시되지 않은 GS 지분 1.96%의 향방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지분도 삼양통상 사례처럼 허남각의 하나 뿐인 아들 허준홍 대표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약 허준홍 대표가 상속받는다면 허 대표의 GS 지분율은 종전 3.44%에서 5.4%로 크게 높아지게 된다.

현재 허씨들 중 최다 지분 소유자는 허만정 창업주의 5남인 고 허완구 승산 회장의 장남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사장(57)이다. 다음은 허창수 그룹 명예회장(4.68%)이다. 허준홍 대표가 그 다음으로 3위(3.44%) 정도였는데, 만약 아버지 지분 상속을 받게되면 5.4%로, 단연 1위로 올라서게 된다.

차기 유력 회장 후보들이라는 허세홍(2.37%), 허서홍(2.15%), 허윤홍(0.53%) 대표들과의 지분 격차도 훨씬 커지게 된다.

물론 GS 측은 허준홍 대표 지분이 가장 많아진다고 해서 이를 차기 회장직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GS는 오너일가 53명과 재단 3곳, 관계사 3곳이 지분을 조금씩 나눠가진 구조라서 어느 한 사람 지분율이 조금 앞선다고 해서 무조건 그룹 회장이 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난 6월 타계한 고 허남각 삼양통상 전 대표이사 회장


하지만 허씨 가문의 장증손이 지주사 지분까지 가장 많이 갖게될 경우 그의 위상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지주사 지분도 가장 많은 장증손이 왜 그룹 회장이 되면 안되는가’라는 얘기들이 당장 나올 수 있다.

GS그룹 소식에 밝은 재계의 한 관계자는 “허남각 회장 GS지분이 전부 허준홍 대표에게 상속될 경우 허준홍 대표도 당연히 차기 유력 회장 후보군 중 한 사람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가 다시 삼양통상에서 나와 GS 유력 계열사 대표 자리 등으로 옮겨서 경영능력까지 다시 제대로 보여줄 경우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허준홍 대표는 다른 4세들의 지분 변동이 거의 없었던 작년에도 꾸준히 GS지분을 조금씩 사모으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을 끌기도 했다. 장증손으로서 야심을 드러내는게 아니냐는 얘기들이 당시에도 나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