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이 1일 인천 중구 복합문화공간 ‘개항도시’에서 열린 인문학 강좌 ‘대통령을 말하다’ 시리즈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강연 내내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대한민국 근대화의 설계자이자 문명 건설의 초석을 놓은 인물로 평가하며, 그 유산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조 전 편집장은 “1961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한국이, 박정희 집권기 18년 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다”며 “불가능에 가까웠던 산업화를 이끈 지도력은 분명 역사적으로 기록돼야 한다”고 말했다. 1인당 국민소득 93달러, 세계 103개국 중 87위였던 대한민국이 중화학공업을 중심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공업국으로 탈바꿈한 것이 박정희 시대의 가장 분명한 성과라는 것이다.

특히 조 전 편집장은 유신체제에 대해서도 “당시 국내외 정세를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정밀 무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화학공업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건, 분산된 권력이 아니라 책임 있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는 이 선택이 대한민국을 위기로부터 구했고, 중동 건설시장 진출을 통해 경제 기회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결단은 단순한 경제정책에 그치지 않았다. 조 전 편집장은 “시위 진압을 위해 단 한 번도 발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는 점은 당시 정치 상황을 감안할 때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었다”며 “지속 가능한 개발과 안정적 통치를 함께 이뤄낸 점은 오늘날에도 시사점이 크다”고 말했다.

1일 ‘개항도시 인문학 강연’에서 조갑제 월간조선 전 편집장이 말하고 있다. 사진=더트래커

그는 박정희를 교사, 군인, 혁명가, 그리고 CEO로 규정하며, “이 네 가지 역할을 모두 해낸 초인적인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좋은 지도자는 임기 중 성과뿐 아니라 그 유산이 훗날까지 이어지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는 파괴자가 아닌 건설자였고, 문명의 진전을 이끈 리더였다”고 강조했다.

조 전 편집장은 최근 개헌론과 관련한 견해도 밝혔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대통령제는 분명 달라져야 한다”며 “권력 집중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구조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현행 헌정 체제가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 우리는 민주주의 안에서 평화적으로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강연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명하는 연속 시리즈로 구성됐다. 매 강연에는 해당 인물과 오랜 인연을 맺은 인사가 강사로 참여해, 단순한 역사적 평가를 넘어 깊이 있는 통찰을 전할 예정이다.

개항도시는 인천 중구 경동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인문학과 경영을 잇는 ‘지식 프로듀싱 공간’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다. ‘개항도시 인문학 콘서트’는 경영자, 전문가, 청소년, 예비 창업자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지식의 원리와 문명의 흐름을 쉽고도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