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원 상상인그룹 회장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상상인그룹이 보유한 저축은행 2곳이 그룹 최대주주인 유준원 상상인그룹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강제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이 두 저축은행과 상상인증권의 작년 경영실적과 재무상태가 모두 더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상인그룹은 IT시스템 회사인 모기업 상상인이 사실상 그룹 지주사격이고, 상상인이 종속 자회사로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상상인증권, 상상인선박기계, 상상인플러스 등을 거느리고 있다.

상상인의 별도기준 작년 말 자산은 3400억원 정도이지만 자회사들인 두 저축은행과 증권사는 모두 자산이 1조원을 넘는다. 상상인의 연결기준 자산총계도 작년 말 5.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공정위 지정 대규모기업집단에는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모기업 상상인의 종속 자회사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상상인그룹 계열사들 중 자산규모 2.38조원으로, 덩치가 가장 큰 상상인저축은행의 작년 영업손익은 73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976억원 적자보다 적자 규모가 다소 줄었다지만 여전히 큰 영업손실이다. 당기순손실도 23년 973억원에서 작년 835억원으로, 계속 큰 적자 상태를 지속했다.

분당에 본사가 있는 이 저축은행은 위험한 부동산PF 대출과 고금리 예금 등을 크게 줄이면서 대출과 예금 및 자산규모가 모두 전년보다 많이 줄었고 판매관리비도 감소했지만 영업수익보다 여전히 큰 영업비용이 문제였다.

모기업 상상인의 연결기준 손익계산서


대출채권 대손상각비(대손충당금 신규전입)가 2023년 1788억원에 이어 작년에도 1482억원으로 여전히 과다했다. 영업외비용으로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 등을 놓고 각종 소송이 계속 벌어지면서 작년에 97억원의 소송관련충당부채전입액이 새로 발생했다. 회사 측은 1심 패소로 인한 벌금 및 추징금 해당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충남 천안에 본사가 있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비슷하다. 영업손실은 23년 525억원에서 작년 286억원으로 많이 줄었지만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420억원에서 379억원으로, 적자 감소 폭이 적었다. 이 회사 역시 소송충당부채전입액이 작년에 178억원이나 새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상인증권의 경우 2023년까지 그래도 소폭 흑자였던 영업손익과 당기손익이 작년에는 큰 폭의 적자로 떨어졌다. 연결기준 영업손익은 9.6억원 흑자에서 497억원 적자로, 같은 기간 당기손익은 4.8억원 흑자에서 473억원 적자로 각각 바뀌었다.

대출채권 평가 및 처분손실이 2023년 67억원에서 작년 294억원으로 급증하고 이자비용, 판관비 등도 모두 많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홀세일 부문을 제외한 IB(기업금융), 리테일, 자산운용, 본사관리 등 거의 대부분 영업부문에서 적자를 냈다.

큰 폭의 적자에다 위험한 부동산PF관련 자산 등을 많이 줄이다보니 이 증권사 역시 자산, 부채, 자본총계 등도 모두 크게 줄었다. 누적결손도 2023년 말 168억원에서 작년 말 641억원으로 커졌다.

3개 주력기업이 모두 이처럼 헤매자 전 계열사 실적을 다 합친 모기업 상상인의 연결기준 영업손익은 2022년까지만 해도 648억원 흑자였으나 2023년 647억 적자 전환 후 작년에는 2148억원 적자로, 영업적자 규모가 더 크게 확대됐다. 같은 기간 당기손익도 423억원 흑자에서 814억원 적자, 2151억원 적자 등으로 적자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다.

상상인증권의 연결손익계산서


정작 수익성보다 더 악화되고 있는 것은 자산건전성과 자본적정성, 유동성 등이다.

우선 부실채권비율이랄 수 있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보면 상상인저축은행의 이 비율은 2023년 말 15.05%에서 작년 말 26.9%로 크게 높아졌다. 전국 79개 저축은행들 중 최상위급이다.

총대출의 4분의1 이상이 3개월 이상 연체이거나 회수의문 또는 추정손실 단계에 있다는 얘기다. 같은 기간 연체대출비율도 13.83%에서 18.7%로 크게 뛰었다.

같은 기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5.46%에서 23.59%, 연체대출비율은 14.74%에서 18.17%로 각각 크게 높아졌다.

두 저축은행 모두 작년에 대출채권 매각이나 제각(장부상 부실을 없애버리는 것)을 크게 늘렸는데도 연말 부실이 또 이렇게 많이 늘어난 것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대출채권 매각은 2023년 416억원에서 작년 1735억원,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349억원에서 1153억원으로, 모두 3배 이상 늘었다.

최대 주력기업 상상인저축은행의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금융회사의 대표적 자본적정성지표랄 수 있는 BIS자기자본비율은 자산 1조원 이상 저축은행의 경우 11%선이 보통 금융당국의 하한권고선으로 알려져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이 비율은 2023년 말 11.2%에서 작년 말 10.5%로, 권고선 밑으로 뚝 떨어졌다. 같은 기간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의 이 비율은 11.18%에서 8.87%로, 하락폭이 더 컸다. 법규정상 요구되는 최저준수비율 8%선까지 많이 근접해 있다.

예금고객의 대량 예금인출사태 등 비상시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는 유동성비율도 상상인저축은행은 2023년 말 555%에서 작년 말 204%로 급락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509%에서 218%로, 비슷하게 급락했다.

거의 모든 경영지표들이 이처럼 유독 상상인그룹 소속 2개 저축은행들에서 크게 악화하는 일이 벌어지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19일 이 중 상상인저축은행에 대해 적기시정조치 1단계에 해당하는 경영개선권고 명령을 내렸다.

경영개선권고는 해당 저축은행이 악화된 건전성 지표를 신속하게 개선할 수 있도록 부실자산 처분, 자본금 증액, 이익배당 제한 등을 권고하는 것이다.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지표들이 더 악화될 경우 더 강한 조치들이 뒤따를 수 있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자본적정성과 자산건전성


부동산PF대출 부실 급증 등으로 많은 저축은행들이 재작년 이후 부실해지고 있지만 경영개선권고 조치까지 받은 곳은 상상인저축은행이 사실상 처음이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도 비슷한 조치가 곧 내려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유준원 회장과 저축은행들의 불법대출 및 그에 따른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현재 진행 중인 본안소송이 확정될 경우 두 저축은행은 곧 강제매각에 들어가야할 상황인데, 이런 경영실적과 재무지표는 앞으로 있을 매각협상에서도 크게 불리해질 수 있는 요인들”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9년 두 저축은행에 대해 불법 대출과 허위 보고, 의무 대출비율 미준수 등의 혐의로 15억21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유준원 회장은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두 저축은행은 유 회장이 전환사채(CB)를 저가에 취득할 수 있도록 형식적으로 공매를 진행하고, 개별 차주에 대해 신용공여 한도를 넘기는 위법한 대출을 내어준 혐의 등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유 회장은 징계에 대해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2023년 5월 대법원에서 패소하면서 징계가 확정돼 저축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게 됐다. 금융위는 두 저축은행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 충족 명령을 내렸지만, 상상인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자 결국 2023년 10월 두 저축은행의 지분 90% 이상을 매각하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하지만 상상인이 금융위 명령에 대해 불복 소송을 이어가면서 매각명령의 효력은 정지된 채 소송전으로 시간만 계속 흘러가고 있는 중이다.

검찰이 기소한 불법행위 자체에 대한 지난 1월 1심은 상상인 패소로 끝났다. 유 회장도 4년 징역형을 받고 항소했다. 주식매각명령에 대한 본안소송은 현재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최종심에서 주식처분명령이 확정되면 무조건 두 저축은행을 처분해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 OK금융과의 매각협상설이 이미 보도되고 있는 것을 보면 상상인 측도 결국 매각 가능성을 높게 보고 물밑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두 저축은행이 CB 발행사의 필요에 맞춰 대출 및 전환사채 발행구조를 설계해주고 수년간 대규모 이익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사실상의 고리 사채업을 해왔다는 평가였다.

재판부는 또 유 회장이 2015년 4월~2018년 12월 코스닥 상장사들을 상대로 사실상 고리의 담보대출업을 하면서, 겉으로는 상장사들이 CB 발행에 성공해 투자금을 유치한 것처럼 허위 공시한 혐의(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단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대출채권과 기타대출채권, 자산총계 추이


상상인그룹과 유준원 회장은 과거부터 자금난에 처한 한계기업 등을 상대로 고리대금식 영업을 잘 하기로 소문났던 곳이다. 특히 유 회장은 슈퍼개미로 큰 돈을 벌어 결국엔 ‘코스닥 하이에나’로 변신했다는 일부 언론의 악평(?)까지 듣던 인물이다.

고금리 주식담보대출과 반대매매로 삼부토건 등 여러 코스닥 상장사 투자자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기도 했다. 특히 CB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활용한 이른바 ‘메자닌 영업’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삼부토건 등으로 큰 욕을 먹고, 유 회장은 자칫하면 감옥행이 우려되고, 불법대출로 두 저축은행까지 뺏겨야될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두 저축은행의 이같은 영업방식은 작년에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두 저축은행은 코스닥 상장사 등이 발행한 CB나 BW를 인수하면 이를 재무상태표의 ‘기타대출채권’난에 기재한다. 회사채이지만 상환권이 있고, 특히 두 저축은행은 이 상환권을 자주 활용한다는 점을 감안, 이렇게 장부 기장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전체 대출채권 잔액은 2023년 말 2.18조원에서 작년 말 1.70조원으로 크게 줄었다. 워낙 부실이 많아지자 위험성이 높은 부동산PF 관련 대출 등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기간 기타대출채권 잔액은 1606억원에서 3122억원으로 무려 94%나 오히려 늘렸다.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비슷해 같은 기간 기타대출채권이 1066억원에서 1769억원으로, 66%나 늘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불법성 위험도 있고, 또 욕을 먹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동안 많은 수익을 올려 주었던 부동산PF에서 크게 펑크가 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전통적으로 강점이 있는 분야에 더 집중하자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저축은행 모두 CB의 전환권 등에서 생기는 파생상품 평가이익과 평가손실은 큰 격차가 없다. 하지만 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은 작년과 재작년 CB 상환에 따라 각각 187억원 및 117억원의 대출채권 처분이익을 얻었다고 공시했다. 아직도 적지 않은 이익이 CB 영업에서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상상인저축은행도 작년 상상인증권이 3개 회사로부터 인수한 CB 일부(액면금액 158억원)를 다시 사주기도 했다. 상상인증권의 자금난도 도와주고 자신도 CB로 돈을 벌어보자는 취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