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래커 박지훈 기자

바이오벤처 에이비온이 지난해 대규모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며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구조적인 손실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법인세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법차손)이 자기자본의 3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가 급부상 했다.

에이비온의 2024년 주요 재무지표를 보면, 자본금은 143억원, 자본총계는 281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3억원, 181억원 증가했다. 자본금 증가는 최대주주 텔콘RF제약의 2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와 210억원(319만8781주) 전환사채의 자본 전환에 따른 결과다. 자본총계 역시 텔콘RF제약의 연이은 자금 수혈로 크게 늘어났지만, 구조적 이익 창출 없이 외부 조달에 의존한 ‘외형 개선’이라는 한계가 분명하다.

자본잠식률은 2022년 마이너스(-)60.6%에서 2023년 9.09%로 잠시 부분 자본잠식으로 전환됐으나, 2024년 –279%를 나타냈다. 자본 확충 효과로 자본잠식률 50%를 넘지 않게되면서 투자환기종목 사정권은 일단 벗어나게 됐다.

회사의 부채 규모는 2022년 90억원에서 2024년 357억원으로 약 4배가량 늘었다. 2023년 347억원으로 급증한 부채는 전환사채, 단기 차입 등 외부 자본 조달의 집중도를 반영한다. 기업이 자본잠식 상태를 탈피하는 과정에서 부채 역시 동반 증가한 셈인데, 레버리지 해소가 아닌, 이연된 채무 리스크가 커진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이다. 에이비온은 2022년 -199억원, 2023년 -292억원에 이어 2024년에는 무려 –434억원 규모의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을 기록했다. 세전 손실이 매년 누적되며 악화되는 구조로, 단순한 R&D 투자에 따른 일시적 적자라기보다는 사업 구조 자체의 손익 개선이 지체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에이비온 CI

지난해 법차손 기준에서 자기자본(143억원) 대비 약 3배 수준의 순손실이 발생하며, 법차손 비율은 약 300%를 기록했다. 올해 법차손 비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어렵다. 코스닥 기업은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회 이상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법차손을 발생시키면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 해당한다. 기술특례상장기업인 에이비온은 법차손 요건 유예이 지난 2023년 끝나면서 올해 반드시 법차손 비율을 충족 시켜야하는 과제를 안았다.

회사는 올해 글로벌 기술 수출과 추가 유상증자, 미국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가치 제고를 계획하고 있지만, 재무제표에 반영될 일정은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주 전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23년 자본금 증가와 자본총계 개선은 의미 있는 수치지만, 순이익 적자폭이 너무 커서 자본확충 효과를 그대로 상쇄하고 있다”며 “재무구조는 단순히 ‘자본이 늘었는가’가 아니라, ‘이익을 통해 자본이 유지되거나 늘고 있는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매출은 2022년 25억원에서 2023년 13억원으로 2024년엔 8억원으로 되레 감소했다. 연구개발용역 매출 일부가 이연됐다는 회사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R&D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이 단기 수익 실현 구조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비온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손실 340억원으로 전년(영업손실 313억원)과 2022년(영업손실 252억원) 꾸준히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 역시 478억원을 내며 2023년(순손실 292억원)과 2022년(순손실 199억원)의 적자를 이었다.

에이비온은 기술 수출과 글로벌 자본 유치를 통해 올해 법차손 비율을 20%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수치상 누적 손실이 워낙 크고, 아직 본계약이 성사된 기술수출 건이 없는 상황에서 그 실현 가능성은 여전히 시장의 물음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