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오는 6월3일 쯤 조기 대선이 실시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개헌 문제가 조기대선 정국의 최대 현안 중 하나로 급부상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6일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 사랑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삼권분립의 기둥을 더 튼튼하게 세우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우 의장은 "기한 내에 합의할 수 있는 만큼 논의를 진행하되, 가장 어려운 권력구조 개편은 이번 기회에 꼭 해야 한다"며 "부족한 내용은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2차 개헌을 통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너무 막강하다고 알려진 대통령의 권한 분산과 대통령 4년 중임제 같은 합의가 쉬운 부분들부터 이번 대선 때 같이 헌법을 바꾸자는 발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우 의장의 제안에 대해 여야 주요 대선 주자들은 입장이 대체로 엇갈리고 있다.
우선 현재 여야 통틀어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측은 사실상 거부 입장을 내놨다. 이 대표는 7일 우 의장 제안에 대해 “개헌은 필요하지만,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은 민주주의의 파괴를 막는 것이 훨씬 더 긴급하고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5· 18 광주 정신을 헌번 전문에 수록하는 방안이나 계엄 요건을 강화해 함부로 군사 쿠테타를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국민의 힘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국민투표법이 개정돼 현실적으로 개헌이 가능하다면 곧바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 외에 대통령의 4년 연임제 또는 중임제, 감사원의 국회 이관, 국무총리 추천문제, 결선투표제 등은 실제로 결과는 내지 못하며 논쟁만 격화되는, 어쩌면 국론분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면서 “이런 복잡한 문제들은 각 대선후보가 국민에게 약속하고, 대선이 끝난 후에 최대한 신속하게 그 공약대로 개헌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적어도 개헌 공약은 자신도 이번 대선에서 내놓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전 대통령들처럼 일단 집권하면 개헌 공약을 흐지부지시킬 가능성도 높아 이 대표 측은 일단 개헌에 부정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다만 여론이 계속 개헌 쪽으로 쏠릴 경우 이 대표도 어쩔 수 없이 동시 개헌을 받아들이거나 보다 강한 의지가 내포된 개헌 공약을 내놓을 가능성은 없지 않다.
국민의 힘이나 나머지 여야 대선 후보군들은 대체로 개헌 논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민의 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 개헌안을 마련해 대선 때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탄핵 사태를 겪으며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도 높아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 힘은 그동안 당 개헌특위를 통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개헌안을 준비해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7일 “우원식 국회의장의 ‘대선-개헌 동시 투표’ 제안에 적극 동의한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저는 줄곧 계엄대못 개헌, 경제 개헌, 분권형 4년 중임제 등을 말해왔다”며 “나아가 대선-총선 임기를 일치시키기 위한 대통령 3년 임기 단축을 주장해왔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김 지사 외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두관 전 의원 등 비명계 잠룡들도 대부분 환영 의사를 밝혔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이날 “개헌 최우선 고려 요소는 정쟁의 상징인 헌법재판소를 폐지하는 것”이라는 입장도 내놓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7일 이재명 대표 측의 사실상 거부 입장을 전해 듣고도 “국회 양 교섭단체 당 지도부가 대선 동시 투표 개헌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헌은 제 정당 간 합의하는 만큼 하면 된다”며 “이번 대선에서부터 개헌이 시작될 수 있도록, 국민투표법 개정부터 서두르자”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