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음료 제조사인 비상장기업 팔도가 지난해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가운데, 역대 최대 배당을 집행했다. 배당 성향은 43%까지 치솟았고, 현금성자산은 불과 1년 사이 529억원에서 32억원으로 급감했다. 배당 확대를 두고 ‘오너 수익 극대화가 우선된 구조’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재무 구조의 유연성에 균열이 생겼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hy(전 한국야쿠르트)그룹에 따르면, 팔도의 2024년 별도 기준 매출은 5279억원으로 전년(5423억원) 대비 2.6% 줄었다. 매출은 2022년 5674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년 연속 하락세로, 외형 성장에 제동이 걸린 양상이다. 수익성 지표는 더 악화됐다. 2023년 287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53억원으로 무려 46.6% 줄었으며, 영업이익률도 5.3%에서 2.9% 수준으로 급락했다. 2020년대 초반 대비 원재료비, 물류비, 인건비가 지속 상승하며 이익을 갉아먹고 있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당기순이익도 2023년 1284억원에서 지난해 1013억원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실적 흐름 속에서 팔도는 2024년 총 441억원의 배당을 집행했다. 중간배당 390억원과 결산배당 51억원이 포함된 수치로 팔도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의 기조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최근 7년간(2018~2021년) 팔도의 배당정책을 살펴보면, 비교적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이 시기 배당총액은 연간 100억원을 넘지 않았고, 배당성향도 8~17% 수준에 머물렀다. 2019년에는 당기순이익이 1109억원으로 급증했지만, 배당성향은 8.9%에 불과했다. 이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유보하거나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배당기조를 보여준다.
하지만 2022년부터 기조가 확연히 바꿨다. 이 해 중간배당이 60억원까지 늘면서 배당총액이 111억원을 기록, 100억원 선을 처음 돌파했다. 이어 2023년에는 중간배당 164억원, 결산배당 51억원으로 총 215억원까지 확대됐으며, 2024년에는 배당총액 441억원)을 찍었다. 이는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배당정책의 우선순위가 변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윤호중 hy그룹 회장. 그래픽=더트래커
주목되는 점은 배당성향의 급증이다. 2024년 팔도의 배당성향은 43%로, 전년(16.7%)의 약 2.5배 수준이다. 이는 순이익이 2023년보다 271억원 줄어든 상황에서 나온 수치로, 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은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즉 실적 둔화와 무관하게 배당 확대 기조가 유지된 것으로, 기업의 배당정책이 오너 수익 극대화를 우선순위에 두고 설계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배당 구성의 변화도 눈에 띈다. 2024년 기준 배당총액(441억원) 중 중간배당(390억원)이 88.4%를 차지한다. 이는 결산배당보다 중간배당 비중이 월등히 높은 구조로, 기업이 상반기 실적이나 해외 자회사 수익을 바탕으로 빠르게 현금을 배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팔도의 최대주주는 윤호중 hy그룹 회장으로,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배당 전액이 윤 회장에게 귀속된다. 지난 3년간 윤 회장이 팔도로부터 수령한 배당금은 767억원이다.
시장에서는 팔도의 이 같은 배당정책이 “단기 유동성보다 오너 수익 극대화에 치중된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한편, 팔도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551억원 유입에서 지난해 42억원 유출로 돌아섰다. 회사는 2023년 인도네시아 자회사 ‘팔도비나’에 196억원의 대여금을 실행했고, 건설 중인 자산에 133억원을 투입하는 등 투자활동현금흐름(현금유입액과 현금유출액의 합)에서 -149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단기차입 증가를 통해 136억원을 확보했음에도 재무활동현금흐름은 -306억원에 그쳤다. 전체적인 현금 흐름이 크게 악화된 셈이다.
팔도의 핵심 수익원인 ‘팔도비빔면’의 시장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한때 80%에 달하던 비빔라면 시장 점유율은 최근 50% 초반으로 하락했으며, 농심의 ‘배홍동’은 20% 선까지 추격한 상태다. 오뚜기, 하림, 삼양식품 등 주요 경쟁사들이 TV 광고와 신제품 출시로 점유율 경쟁을 강화하면서 시장 환경도 녹록지 않다.
팔도는 hy그룹의 사업형 지주사로 계열사는 hy(40.83%), KOYA(53.17%), 도시락루스(99%), 덕기식품상해(100%), 팔도테크팩(100%) 등을 두고 있다. 주력사인 hy는 1969년 한국야쿠르트유업에서 출발, 2021년 3월 사용해왔던 한국야쿠르트 사명을 hy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