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강남 3구 등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외국인 탈세자에 대한 국세청의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시작된다.
그동안 외국인이 부동산 규제 사각지대에서 국내 고가 아파트시장을 교란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6·27 가계부채 대책에 따른 초강력 6억원 대출 규제로, 내국인은 대출을 이용한 고가아파트 매입이 거의 막힌 반면 외국인은 외국은행 등에서 자유롭게 대출받아 고가아파트를 사들일 수 있었다. 이런 '역차별' 논란까지 가열되자 국세청이 드디어 칼을 빼든 것이다.
국세청은 7일 보도자료를 내고 그동안 강남3구 등의 고가 아파트 취득 외국인들에 대한 정밀 자료분석 등을 실시한 결과 편법증여, 사업소득 탈루, 임대수입 누락 등의 혐의가 있는 49명을 일단 적발,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중 편법증여 이용 취득자는 16명, 탈루소득 이용 취득자 20명, 임대소득 탈루 혐의자 13명 등이다. 이들 중 약 40%는 한국계 외국인이라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외국인들의 탈세 행위가 확인될 경우 추가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6.27 초강력 대출규제 조치에도 아랑곳없이 서울 아파트등을 계속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들(국세청)
국세청의 1차 정밀분석 결과에 따르면 과세 감시망을 피해 교묘하게 편법증여받은 외국인 16명은 자금추적이 어려운 해외계좌 등을 적극 이용해 고가의 아파트 취득자금을 편법으로 증여 받은 경우들이다.
이들은 대재산가인 부모 등의 도움으로 손쉽게 강남3구 등 수도권 일대의 고가 아파트를 취득하고도 증여세 신고 등 납세의무는 회피했다. 또 외국인등록번호와 여권번호를 혼용해 과세 감시망을 피했고, 해외계좌는 금융당국이나 과세 관청이 국내 계좌보다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악용했다.
자금출처를 숨기기 위해 부동산 취득 시 자금조달계획서, 예금잔고증명 등 의무 제출 서류를 허위로 기재하는 수법으로 취득자금이 본인 소유인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다.
부동산 취득자금 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부동산 보유시 발생하는 각종 세금까지도 전액 대신 납부하도록 하는 등 철저하게 부모 찬스를 이용한 경우도 있었다.
본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국내 사업체에서 탈루한 소득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외국인도 20명이나 덜미가 잡혔다.
이들은 탈루 소득을 외국인 신분을 활용해 해외 페이퍼컴퍼니와 계좌에 은닉했고, 일부는 해외 은닉자금을 다시 국내로 반입하는 과정에서 자금 출처를 숨기기 위해 가상자산이나 불법 환치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외국인 A씨는 전자부품 무역업체를 국내에 설립한 후 아시아 지역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다. A씨는 국내 법인 자금을 유출하기 위해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물품을 매입한 것처럼 꾸미고 물품 대금을 허위 지급해 법인세를 탈루했다.
이후 조세회피처에 숨긴 자금을 국내로 반입해 단기간에 서울 용산구 최고급 주거지 아파트와 토지 등 수십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취득했다. 아파트는 현재 시세로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미등록 사업자로 수입 화장품 판매업을 운영하는 또 다른 외국인 B씨는 지난 5년간 수십억원의 현금 매출 소득을 신고하지 않았고,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은 수억원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현금을 집에 보관하고 있다가 서울 강남3구 소재 고가 아파트를 수십억원에 구입하고, 아파트 대금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입금하는 방식으로 전액 현금 지급했다.
이번 조사 대상 중에는 국내 병원에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업체를 운영하면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환자 유치 수수료 수입을은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일부는 사주 개인 대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기업 운전자금 명목으로 받은 법인 명의 대출금을 외국인 사주의 아파트 취득 자금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13명의 외국인은 고가의 아파트를 취득해 임대료를 받고도 주택임대업을 등록하지 않고 관련 임대소득 신고를 누락했다.
이들은 외국계 법인의 국내 주재원 등을 대상으로 서울 한남동, 강남 일대의 고가 아파트를 임대해 얻은 수천만∼수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지 않거나 소득·계좌 정보가 불명확해 감시에 소홀할 수 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번 조사대상 중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취득세(지방세) 중과 등을 피하기 위해 허위 양도 계약을 체결하는 수법으로 1주택자로 위장하거나, 비거주 외국인임에도 내국인(거주자)에게만 적용되는 주택임대 관련 세액 감면을 받기 위해 거주자로 위장해 수억 원대의 세액을 감면받은 사례도 있었다.
강남3구 등 서울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은 배경에는 이런 외국인들의 행태도 한 원인이었던 셈이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를 통해 이들을 내국인과 동일하게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 민주원 조사국장은 "취득자금 출처가 국외로 의심되거나 자금세탁 등 혐의가 있는 경우 해당 외국 국세청에 정보 교환을 요청해 자금 출처를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겠다"며 "자국에서 탈세 혐의가 확인되면 해당 과세당국에서 세무조사 등 조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현재 외국인에게 과도한 혜택이 주어진다는 인식을 반영해 '1주택자 주택임대소득 특례' 등 실수요자 보호 제도를 비거주 외국인에게는 적용 배제하거나, 외국인 세대원 전원 등록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을 (정부당국에) 건의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이번 조사 대상자의 약 40%는 한국계 외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 12개 국적이며 미국·중국인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탈루 혐의 금액은 총 2천억∼3천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매입한 230여채 가운데 70%가 서울 강남3구에 집중됐으며, 현재 시세로 100억이 넘는 아파트도 있다.
실제 최근 외국인들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수도권 고가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국세청이 파악한 부동산 등기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2022년부터 올해 4월까지 국내에서 총 2만6244채(거래금액 7조9730억원)의 아파트를 매입했다. 수도권 아파트 취득 비중은 전체 건수의 62%, 금액으로는 81%에 달했다.
특히 서울에서는 강남3구·마용성 비중이 건수로 약 40%, 금액으로는 61%에 달할 정도로 이들 지역에 집중됐다. 강남3구의 경우 상당수가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외국인들이 매입한 아파트 소재지와 매입 외국인의 주소지가 불일치하는 비율도 전체 평균 39%, 강남3구는 59%에 달한다.
외국인들은 ‘6.27 대출규제’ 시행에도 아랑곳없이 국내 아파트 등을 사들이고 있다.
실제 대출 규제 전인 지난 6월과 규제 후인 7월의 서울 지역 아파트 등 주택 취득건을 비교할 결과 내국인은 27.2%나 감소한 반면 외국인은 1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자국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한 외국인에게는 국내의 각종 대출규제가 실질적으로 적용되지 않아 국내 부동산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