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이후 민주당 주도로 조희대 대법원장 국회 청문회와 ‘조희대 특겁법’, 대법관 증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 등 사법부를 항한 일련의 법 개정이 빠르게 진행되자 정치권과 법조계는 긴장하면서 향후 상황과 파장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오는 26일에는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소집된 상황이고, 관련 법안들이 모두 사법부 체계를 크게 흔들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4일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를 열었다.

하지만 조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을 비롯, 증인으로 채택된 법관 16명 모두가 재판관련 청문회에 법관이 출석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이유로 전원 불참하는 바람에 김 빠진 청문회가 되었다.

대신 전원 불참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간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양당은 법사위 개의 직후부터 국민의힘 의원들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에 항의하며 좌석에 붙인 플래카드를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해당 플래카드에는 '의회독재 사법탄압'이라는 문구가 기재됐다.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불출석한 데 대해 "특권의식의 발로"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황정아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희대의 난'으로 사법부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했는데, 국민 앞에 나서 해명하기를 거부하다니 본인을 법으로 여기냐. '특권의식의 발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청문회에 앞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사법 남용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과 재판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증원을 뼈대로 한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상정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에 대한 질의에 "사법제도 전체의 개혁 일환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해서 유익한 사법제도로 바람직하다"면서도 '모든 사건의 상고심화', '사실상 4심제 도입' 등에 우려를 나타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또 전체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의한 사법 남용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조희대 특검법)을 상정했다.

특검법은 대법원이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해 조 대법원장의 사법권 남용 및 대선 개입 혐의를 수사하도록 했다.

특별검사 후보는 민주당·조국혁신당이 1명씩 추천하도록 했으며, 수사 기간은 준비기간 20일을 포함, 140일로 규정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대법원 판결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과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10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상정됐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들이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사법부 독립의 보루인 대법원장을 탄핵하려 하고, 대법관 숫자를 늘려서 (자기들) 입맛대로 하려는 것은 국제적 망신"이라며 "이 후보 유죄가 나왔다고 해서 어떻게 이런 법안을 함부로 내놓을 수 있나"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법원이 사법부 최고기관인 만큼 절차적으로 공정하고, 중립성 시비에 휘말릴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며 개정안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대법관 증원과 관련해 '전원합의체가 사실상 마비된다'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의 지적에 "전원합의체가 지고지순한 것처럼 얘기하는데 국민 정서에 맞게 고민 좀 하라"며 "대법관이 귀족 법관이냐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상정된 '조희대 특검법' 등은 대선 전 본회의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비판여론의 부담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최근 서울고법이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 재판을 대선 이후로 연기하면서 내부 검토 중이던 특검법 발의를 보류한 바 있다.

이날 상정된 특검법 역시 개별 의원들이 준비한 것으로, 당론으로 추진하지는 않는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대법원홈페이지)


한편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허위사실 공표죄의 요건 중 '행위'를 삭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국민의힘의 반대 속에 수적 우위를 앞세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찬성 표결로 의결됐다.

현행 공직선거법 250조 1항은 선거 당선을 목적으로 연설·방송·통신 등의 방법으로 출생지·가족관계·직업·경력·재산·행위 등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있다. 이날 의결된 개정안은 이런 허위사실 공표의 요건 중 '행위'를 제외하는 내용을 담았다.

개정안은 대법원이 지난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과 관련돼 있다는 해석이 많다.

민주당이 절차적·법리적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 가운데 이 후보의 '골프장 발언' 및 '백현동 발언'은 선거법 250조 1항에 나온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사실 공표라는 법리 해석이 담겨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되면 해당 내용이 삭제돼 이 후보는 면소(법 조항 폐지로 처벌할 수 없음)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개정안에 분명한 반대의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허위사실공표죄가 무력화하면 결국 거짓말이 판치는 선거판이 되지 않겠나"라며 "(개정안은) 오로지 유권자를 속이는 '묻지마 이재명 당선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허위사실 공표죄는 정치의 사법화를 이끄는 가장 대표적 독소조항"이라며 "정치적으로 많이 악용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