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래커 박지훈 기자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K-문학의 서막을 알리는 동시에 한국문학이 세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문학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도 높이 평가된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작품의 배경이 된 80년대 현대사가 조명받고 있다.

만화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허영만 화백의 「오! 한강」은 한 작가의 작품 「소년이 온다」의 소설 속 배경이다. 「오! 한강」은 암울한 시대를 객관적 시선으로 바라봤다.

기껏해야 흑백 선으로 그어진 만화일 뿐인데, 그 안에 묻어난 분노와 체념, 타협과 외침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건 단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주인공 이강토가 사는 시대는 해방을 맞았지만 자유롭지 못했고, 전쟁이 끝났지만 평화롭지 않다. 그와 아들 석주는 서로 다른 세대지만 같은 무력감 속에서 허우적댄다. 대의를 위해 살았지만, 결과는 늘 파편이다. 낡은 시대가 허물어질 때마다 등장한 또 다른 절망 앞에서 그들은 예술가였고 시민이었으며, 결국 인간이었다.

놀라운 건 이 작품이 국가안전기획부의 지원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이다. 작가는 그 '검은 후원'을 딛고 금기의 진실을 집요하게 묘사했다. 고문실의 소리, 인공기의 그림자, 무참히 무너지는 젊은이들의 이상까지. 통제받는 언론과 거짓 선동 속에서도 만화라는 형식을 통해 꿰뚫은 진실이 있다. 그러니 이 작품은 단지 반공의 교훈이 아니라, 시대를 향한 고발장인 셈이다.

광복 80주년 리커버판(전 2권)으로 출간된 '오 한강'. 사진=가디언

그림 하나하나에 매달린 시대의 공기는 낯설지 않다. 「오! 한강」이 던지는 질문은 지금 이 땅에도 유효하다. 예술가는 침묵해도 되는가, 지식인은 거리에서 물러서도 되는가.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으며 살아가는가. 이제는 정치가 아닌 소비의 언어로 이야기되는 민주주의 속에서, 여전히 깨어 있어야 할 질문들이다.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한국 현대사의 가장 잔혹한 단면, 광주의 피 냄새를 세계가 읽게 했다. 허영만이 그린 시대의 그림자는 한 작가의 문장에서 다시 살아났다. 우리의 기억, 우리의 서사가 이제는 번역을 넘어 감정을 통역하기 시작했다.

문학은 국경을 넘을 수 없다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 문학은 국경이 아니라 감각을 넘나 든다. 피로 써진 문장이, 어느 나라의 독자에게도 진실처럼 다가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한강이 증명했다면, 그 진실의 밑그림은 「오! 한강」이 그렸다.

이 두 작품 사이에는 하나의 공통된 흐름이 있다. 기억을 말하는 방식. 우리는 얼마나 많이 잊었고, 어디까지 기억해야 하는가. K-문학은 그 질문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림은 정지되어 있어도, 진실은 흐른다. 강토 위에 다시 물결치듯, 그들의 분투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설명환 문학평론가·펄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