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 운영사 비케이알(BKR)의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고도 부채비율이 400%를 넘어선 이례적 상황 속에,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 압박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무 레버리지의 비정상적 상승과 사모 자본 구조의 한계가 외식 프랜차이즈 모델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비케이알의 부채총계는 4366억원, 자본총계는 1064억원으로 부채비율은 410.3%에 이르렀다. 이는 전년도 263.4%에서 146.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부채비율 추이만 놓고 보면, 비케이알은 지난 8년간 실적과는 무관하게 점진적인 재무위험 확대 국면을 밟아왔다. 2016년 부채비율은 31.7%로 우량한 수준이었지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PE)가 인수한 2016년을 기점으로 재무지표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2017년 113.0%, 2018년 110.7%를 기록한 후, 2019년 202.5%로 처음 200%대를 넘겼다. 이후 2020년 229.7%, 2021년 222.3%, 2022년 222.2%로 3년간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다가, 2023년 263.4%로 다시 상승했다. 2024년에는 급기야 400%를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악의 재무 레버리지를 기록했다.
주목할 부분은 영업활동 실적은 오히려 지속 개선세를 보여왔다는 점이다. 2024년 비케이알은 매출 7927억원, 영업이익 38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6.4%, 60.4% 상승했다. 영업이익률 또한 10년 만에 최고치인 4.8%까지 회복했다.
당기순이익은 2023년 65억원에서 2024년 131억원으로 증가하는 등 매년 누적되고 있음에도 자본총계는 반대로 줄었다. 2022년 1573억원이던 자본은 2023년 1367억원, 2024년 1064억원으로 2년 사이 500억원 이상 감소했다. 이는 순손실이 아닌 반복적인 유상감자에 따른 감자차손 영향이다.
2023~2024년 두 해 동안 비케이알은 세 차례 유상감자를 단행하며 총 25만5000주의 보통주를 소각했고, 이에 따른 감자차손은 666억원에 달했다. 이익잉여금이 꾸준히 쌓이고 있음에도 자본이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사모펀드의 투자금 회수 전략과 맞닿아 있다.
버거킹 통새우와퍼. 사진=버거킹
비케이알의 최대주주는 어피너티PE다. 2016년 4월 국내 PE인 VIG파트너스가 보유하던 버거킹의 한국·일본 경영지분 100%를 2100억원에 인수했다. 2021년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지난해 기준 8년째 보유 기간이 장기화되며 자금 회수를 위해 유상감자라는 수단이 적극 동원된 것으로 풀이된다. 감자는 배당과 달리 과세 이슈 없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장기 보유 시 흔히 택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한 자본총계 축소는 고스란히 부채비율 악화로 이어졌다. 재무구조의 취약화는 추후 M&A 재추진 시 기업가치 산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산대비 자본 규모가 축소된 기업은 낮은 자본효율성과 높은 재무위험 부담을 안게 되며, 잠재 매수자 입장에서 리스크 프리미엄 요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비케이알은 2022년 이후 인수합병(M&A) 작업은 중단된 상태지만 잠재 매물에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PE는 포트폴리오 기업의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만큼 새로운 주인을 찾는 행보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비케이알의 현금흐름 지표는 비교적 양호하다. 2024년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 포함 255억원이며, 지속적인 흑자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다만 유상감자 단행 이후에도 자본 축소가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지배구조 리스크를 넘어 경영 전략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 자본은 본질적으로 ‘회수의 시간’을 전제로 움직인다. 투자 당시 구조화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자산 가치를 키우기보다는 특정 시점에 이익을 실현하는 데 집중된다. 그 과정에서 감자나 배당은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투자자의 이익’을 중심에 둔다.
전문가들은 비케이알 사례가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 대한 사모 자본의 접근 방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진단한다. “성장 한계에 도달한 브랜드에 대해 PEF가 취하는 전략이 가치 창출이 아니라 가치 인출에 치우칠 경우, 브랜드 자산은 내부에서부터 침식된다”는 것이 투자은행(IB) 업계의 경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