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 유경선 회장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유진기업과 동양 등 유진그룹의 양대 주력기업들이 작년 초 있었던 보도전문채널 YTN 인수부담 때문에 작년에 나란히 큰 폭의 적자로 떨어졌다. 인수 1년도 안돼 실시한 YTN 지분에 대한 손상평가에서 1312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상차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손상차손이란 자산 시장가치 하락이나 업황 부진 등으로 자산의 회수 가능액이 장부가보다 현저히 떨어질 때 그 차액을 장부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손상차손 인식액이 클수록 비용이 커져 당기순익을 그만큼 까먹을 수 밖에 없다.

YTN을 인수하자말자 YTN 주가 등이 계속 크게 떨어져 그것을 장부상으로 미리 손실처리하다보니 YTN 인수에 참여했던 두 주력기업 순익도 같이 큰 적자에 빠졌다는 얘기다.

유진기업의 연결 손익계산서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레미콘업계 1위 기업인 유진기업의 작년 연결기준 매출은 1조3933억원으로, 전년 1조4734억원에 비해 5.4% 줄었다. 영업이익도 2023년 844억원에서 작년 550억원으로 35% 가량 감소했다.

모두 계속 침체 상태인 건설경기 탓이 크다. 유진기업도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레미콘 출하량 감소와 원재료비 상승, 판매관리비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래도 영업손익은 여전히 흑자를 유지했는데, 문제는 당기손익이다. 유진기업의 작년 당기손익은 1007억원 적자로, 2023년 693억원 흑자에서 큰 폭의 적자로 바뀌었다. 종속 자회사 실적들을 제외한 본사만의 실적인 별도기준 당기손익도 2023년 1058억원 흑자에서 작년 684억원 적자로, 적자 전환했다.

당기손익 대규모 적자 전환의 가장 큰 원인은 2023년 139억원에 불과했던 기타영업외비용이 작년 1479억원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작년 기타영업외비용 중에서는 관계기업투자 손상차손이 1369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손상차손이 가장 많이 발생한 관계기업은 YTN으로, 무려 1312억원에 달했다. 다음은 동양으로 100억원이다.

유진기업의 별도기준 당기순손실 684억원도 지분법손실 481억원이 발생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지분법손실이 가장 많이 발생한 관계사는 유진이엔티로, 714억원에 달했으며 다음은 동양 231억원, 물류 자회사인 유진로지스틱스 63억원 순이었다.

YTN에서 생긴 손상차손 1312억원 관련 공시

유진이엔티는 YTN을 인수하기 위해 유진그룹이 2023년 10월 만든 회사다. 유진기업이 51%, 동양이 49%씩의 지분을 각각 갖고 있다. 유진이엔티는 두 주력기업들이 대준 돈 3199억원으로 작년 2월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보유하고 있던 YTN지분 30.95%를 인수, YTN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YTN 주가가 계속 하락, YTN 시가총액이 유의적으로 하락하자 유진이엔티는 이를 손상징후로 식별, 작년 말 손상검사를 실시했다고 작년 감사보고서에서 밝히고 있다. 실제 작년 2월 인수 직전 주당 6천원에 육박했던 YTN 주가는 작년 말 3천원선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유진이엔티 보유 YTN 지분의 장부가는 인수 직후인 작년 초만 해도 3199억원에 달했으나 손상차손 1312억원과 작년 지분법손실 66억원을 반영하면서 작년 말 장부가는 1815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유진이엔티는 이 손상차손과 지분법손실 때문에 작년 139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분법손실은 YTN이 작년에 낸 18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유진이엔티 지분율 30.95% 만큼 유진이엔티 손실로 잡은 것이다. YTN은 2022년까지만 해도 53억원 및 55억원씩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을 냈으나 2023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2023년 순손실 42억원에 이어 작년에도 18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적자폭이 더 커졌다. 다른 많은 방송사들처럼 방송광고시장 침체 지속 때문으로 알려진다.

YTN 손상차손 내용과 손상차손 실시배경 공시

유진이엔티 지분 49%를 보유 중인 레미콘-건설-플랜트기업 동양도 대규모 적자 전환 이유가 유진기업과 비슷하다.

과거 동양그룹 소속으로 한때 동양시멘트로도 불렸던 동양은 동양그룹 해체와 법정관리를 거친 후 2016년 유진그룹에 인수됐다. 현재 동양의 최대주주는 유진기업(23.78%)이며, 유진투자증권(4.79%) 등 특수관계자 지분까지 합하면 30.1% 정도다.

동양의 연결 매출도 2023년 8663억원에서 작년 7504억원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손익은 265억원 흑자에서 9.2억원 적자로, 소폭 적자전환했다. 역시 건설경기 영향이 크다.

그러나 당기손익은 2023년 182억원 흑자에서 작년 742억원 적자로, 적자전환 폭이 영업손익보다 훨씬 컸다. 그 주된 이유는 관계기업투자손익이 23년 19억원 흑자에서 작년 673억원 적자로 크게 바뀐 때문인데, 관계기업투자손실이 가장 컸던 곳은 유진이엔티로 686억원에 달했다.

작년 YTN 대규모 손상차손 때문에 유진이엔티가 입은 1399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동양 지분(49%)만큼 반영된 것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YTN 주가와 자산가치 하락에서 생긴 대규모 손상차손이 유진기업과 동양의 작년 대규모 당기순손실로 그대로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양의 연결 손익계산서


물론 두 주력기업의 대규모 적자 전환에는 YTN 외 다른 이유들도 있다. 동양 대주주이기도 한 유진기업은 동양이 작년 스스로 인식한 손상차손 100억원의 영향도 받았다. 유진기업이 동양(231억원)과 유진로지스틱스(63억원)에게서 작년에 입은 지분법손실들도 유진기업 별도 순손실 확대에 기여했다.

유진기업 종속 자회사들 중에서는 작년에 적자를 낸 복권업체 유진비디에스(21억원 적자)와 레미콘기업 당진기업(22억원 적자) 등도 유진기업 연결 적자 확대에 일조했다. 유진기업이 작년 11월 그룹 최대주주인 유경선 회장과 동생 유창수 부회장이 보유했던 천안기업 지분 전부를 246억원에 사준 것도 유진기업의 적자 요인들 중 하나다.

동양의 종속 자회사들 중에서는 유진홈센터와 금왕에프원 등이 동양 적자 가속화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소매유통업체인 유진홈센터는 작년 매출 238억원에 11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2년 연속 적자다. 동양이 유진홈센터에 빌려준 대여금 664억원 전액에 대해 충당금이 설정돼 있기도 하다. 사실상 떼인 것으로 보고있다는 뜻이다.

금왕에프원은 원래 충북 음성 금왕 물류센터 개발사업 시행사였고, 동양은 시공사였다. 동양은 작년 2월 돌연 시행사가 지고 있던 부동산PF 대출원리금 1800억원을 인수(채무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대출약정 상 책임준공기한이 지났는데도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못했기 때문에 대출약정에 따라 시행사의 대출원리금 채무를 모두 떠안는다는 설명이었다.

동양은 더 나아가 작년 중에 551억원의 현금을 추가출자, 금왕에프원을 아예 인수해 버렸다. 자신이 지은 물류센터의 분양 및 임대를 직접 맡아 떠안은 채무를 최대한 회수하겠다는 의도였던 것으로 보인다.

시행사 인수로 채권단의 기한이익 상실선언(EOD)은 오는 8월19일로 유예되고 금왕에프원의 작년말 채무잔액은 1304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금왕에프원은 작년 매출 1360억원에 7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분양이나 임대까지 직접 떠안았지만 저가분양 등도 일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추정된다.

금왕에프원의 적자와 추가출자, 채무인수 등은 모두 동양 실적과 재무상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회사채를 포함한 동양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2023년말 1038억원에 그쳤으나 작년말에는 4437억원으로, 1년 사이에 4배 이상 급증했다.

동양의 금왕에프원 인수 관련 공시

하지만 이런 요인들을 감안하더라도 작년 유진기업과 동양의 대규모 적자 전환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YTN 인수와 주가 등에서 생긴 1312억원에 달하는 손상차손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M&A의 달인’이라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이 무슨 원대한 뜻을 품고 YTN 인수에 나섰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재무적 관점에서는 현재까지 큰 부담만 주는 사실상 실패작”이라며 “YTN 영업실적이 살아나고 주가가 회복되지 않는 한 부담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유진이엔티는 미디어 유관사업인 광고업 및 옥외광고업을 하기위해 지난 1월 계열사인 천안기업로부터 디지털사이니지 사업부문을 15억4천만원에 양수했다. YTN에서 생기는 적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업다각화 중 하나로 보인다.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등이 방송통신위원회와 유진이엔티에 제기한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승인처분취소 본안소송은 현재 서울행정법원에서 1심이 진행 중이다. 정권 격변기에 예상외의 판결 결과라도 나오면 유진그룹으로선 더 낭패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