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인수와 정상화를 진두지휘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조선업 호황 지속으로 한화오션도 작년에 조선 3사 중 가장 뒤늦게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외상매출(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 급증, 설비투자 및 사업 인수자금 등으로 현금흐름이 악화하면서 장부상 흑자가 났는데도 현금 곳간은 크게 비는 상황에 처했다.

모자라는 현금과 운영자금 등을 보충하기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차입금을 2배 이상 크게 늘리는 바람에 올해부터는 금융비용 부담에도 시달릴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옛 대우조선 때부터의 선박건조대금 결제방식과 설비투자 및 사업확장 소요 때문이고, 또 회사 자산규모 및 상환가능재원 등을 종합 고려했을 때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장담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계속 방치하다 만약 글로벌 조선 경기 급변 같은 사태라도 생기면 큰 부담과 충격이 우려된다.

이런 한화오션의 현재 모습은 조선 호황기 본격 도래에 따른 수혜도 국내 조선소 ‘빅3’ 중 가장 덜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인수 3년이 다 되도록 이같은 취약점을 제대로 개선하지 못하고, 사업전략도 치밀하게 짜지 못한 한화그룹 수뇌부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화오션의 연결 손익계산서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선 ‘빅3’는 2023년까지도 영업 적자였던 한화오션까지 작년 흑자로 돌아서면서 모두 작년에 큰 폭의 영업실적 및 재무상태 개선을 이루어냈다.

한화오션의 연결 기준 매출은 2022년에만 해도 4조8602억원에 그쳤던 것이 23년에는 7조4083억원, 작년에는 10조7760억원 등 큰 폭의 성장세를 지속했다. 영업손익도 23년에는 1965억원 적자였으나 작년에는 2379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당기손익은 5282억원 흑자를 기록, 흑자폭이 영업 흑자보다 더 컸다. 법인세 수익 등의 영향이다.

한화오션보다 한 해 빠른 2023년에 이미 영업흑자 전환에 성공했던 HD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작년에 각각 7052억원 및 5027억원씩의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한화오션의 영업 흑자 전환이 가장 늦고 흑자 폭도 3사 중 가장 적은 것은 과거 대우조선 시절의 무리한 저가수주 등의 영향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4년 연결 매출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매출원가율을 보면 한화오션은 93.7%로, 현대중공업(89.7%)과 삼성중공업(90.7%)보다 한참 높다. 그나마 23년 98.7%에서 많이 개선된 것이 이 정도다. 원가개선 속도에서도 한화오션이 가장 느리다. 아무튼 그렇더라도 한화오션도 완연한 실적 회복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영업실적과 관계없이 한해 동안 회사에 들어오고 나가는 현금흐름만을 따지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보면 한화오션과 이들 두 업체의 작년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2023년 712억원 흑자에 그쳤던 현대중공업의 작년 영업활동현금흐름 흑자는 2조8839억원(연결)으로 크게 확대됐다.

나간 현금보다 들어온 현금이 흑자 폭만큼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삼성중공업도 2023년 5165억원 적자에서 작년에는 6545억원 흑자로 바뀌었다. 두 업체 모두 작년에는 나간 현금보다 들어온 현금이 훨씬 더 많아졌다.

반면 한화오션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1조9392억원 적자에서 작년 2조9046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1조원 가까이 오히려 더 커졌다. 들어온 현금보다 나간 현금이 계속 많으면서 작년에는 그 격차가 더 커졌다는 얘기다.

한화그룹은 2022년 말 대우조선을 인수, 회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바꾸면서 2023년 2차례의 유상증자를 단행, 3.5조원을 한화오션에 지원했다. 그 덕에 한화오션 차입금 의존도는 2019년 이래 가장 낮은 16.2%를 기록했다. 한화오션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연결)도 2023년 말에는 1조9242억원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 말 다시 6343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영업 실적은 좋아지는데 현금 곳간이 이같이 바짝 말라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화오션의 연결 현금흐름표

작년에 투자를 많이 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걸로 보인다. 한화오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한화오션 본사와 중국 자회사 등의 생산설비에 투자한 돈은 모두 3713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올해 늘려 잡았다는 투자 목표도 약 1.2조원 정도다.

설비투자 외에 3건의 사업 및 기업 인수도 현금유출 요인이 됐다. 한화오션은 작년 7월과 12월 그룹 지주사 한화로부터 플랜트 사업부와 풍력발전 사업부를 넘겨 받았다. 비슷한 사업부문들을 한 곳에 집중시켜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목표에서였다. 각각의 인수대금은 2093억원, 2234억원이었다.

이밖에 작년 11월에는 114억원을 지급하고 외부로부터 한화오션엔지니어링을 사왔다. 3곳 인수에 지출한 현금이 모두 4441억원이다.

한화오션도 최근 투자설명서에서 인정한 현금 고갈의 더 큰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운전자본과 미청구공사다. 운전자본은 영업활동에서 필수적으로 떠안아야하는 매출채권(외상매출)과 재고자산 등의 기회비용을 말한다. 순운전자본은 매출채권및기타채권에 재고자산과 계약자산(미청구공사), 선급금을 더한 금액에 매입채무및기타채무, 계약부채 등을 빼서 구한다.

이 순운전자본이 클수록 장부상 흑자가 나고, 매출이 급증했더라도 매출 금액만큼 회사로 들어와야 할 현금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위 공식에 맞추어 작년 말 한화오션의 순운전자본을 구해보면 모두 4조1087억원에 달한다. 2023년 말 이 금액은 1조9267억원에 불과했다. 1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순운전자본이 이처럼 1년 만에 급증한 것은 매출채권및기타채권이 23년 말 3325억원에서 작년말 8945억원으로 크게 늘어난데다 미청구공사(계약자산)도 같은 기간 2조5179억원에서 4조9866억원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의 운전자본 추이


조선업체나 건설사 회계에 자주 등장하는 미청구공사는 매출채권의 일종으로, 장부상 매출로 인식은 했지만 발주처에 아직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채권을 말한다. 매출채권은 발주처에 대금을 청구했으나 아직 회수하지 못한 채권인 반면 미청구공사는 진행률 회계기준에 따라 매출로 인식은 했으나 발주처에 여러 이유로 공사대금을 아직 청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소의 미청구공사 증가 요인은 선박대금 입금방식과 매출 진행의 차이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한다. 매출은 공시기간 내내 발생하는 반면 최근 조선업의 선박대금 입금구조는 헤비테일(Heavy-tail), 즉 선박 건조 완료 후 인도 시점에 선가의 50% 이상을 수취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화오션 측은 설명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조선 3사의 매출액 대비 미청구공사 비율을 보면 한화오션이 59%로, 현대중공업의 32%, 삼성중공업의 46%보다 훨씬 높았다. 한화오션의 이 비율은 지난 2021년 말 43%, 22년 말 53%에서 2023년 말 34%로 크게 떨어졌다가 작년들어 다시 급상승 추세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의 외상매출과 미청구공사가 작년에 다시 급증하고, 경쟁사들과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은 한화그룹 인수 이후 개선되던 선박 수주 및 대금입금방식이 작년에 다시 후퇴한게 아니냐는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면서 “한화그룹의 지나친 수주독려가 낳은 부작용이 아니냐는 얘기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청구공사 급증에도 한화오션 측이 아직 대손충당금을 거의 설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실이 날 가능성이 아직 크지 않다고 스스로 정확히 판단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흑자전환을 위해 충당금 설정을 애써 외면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한화오션의 차입금총계와 순차입금

아무튼 이렇게 운전자본 급증 등으로 현금 곳간이 바닥나자 한화오션은 단기차입 등을 늘릴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화오션의 총차입금은 작년 말 5조3946억원으로, 2023년 말 2조2657억원에 비해 1년사이에 2.38배나 급증했다. 한화그룹 인수계약 직후인 2022년 말에는 2.76조원, 23년 말에는 2.27조원에 각각 불과했었다. 작년 말 총차입금 잔액을 현대중공업(1.15조원), 삼성중공업(2.29조원)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있다.

차입금 급증에 대해 한화오션 측은 투자설명서에서 “회사의 자산 규모 및 상환 가능 재원 등을 종합 고려했을 때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업종특성 상 계약시점에서 현금회수까지 기간이 길고, 건조물량 증가 시 운전자본 부담으로 작용, 현금및현금성자산이 단기적으로 부족할 수 있는 점 유의바란다”고만 밝혔다.

차입 급증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은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 호황에 따라 한화오션이 순익을 크게 늘리려고 해도 과다한 이자비용이 계속 큰 제약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화오션의 수주계약 방식 문제가 거의 개선되지 않고, 영업실적도 완전 회복되지 않은 시점에 한화가 2개 사업부를 비싼 값에 한화오션에 넘긴것도 그 타이밍이 맞냐는 의문이 있다”면서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나 이런 한화오션 정책을 보면 한화 수뇌부의 전략에도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점들이 한 두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