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꿰뚫는 건 책이 아니라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만드는 사람들, 바로 ‘지식 프로듀서’라 불리는 곳이 인천 중구 개항로 한복판에 있다. 개항도시. 잊혀가던 원도심의 허리를 붙들고 인문학을 흘려보내는 공간이 이번엔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의 빗장을 연다.

한국레저경영연구소가 주최하고 개항도시 책마을이 주관하는 ‘개항도시 인문학 시즌7’이 오는 4월 1일부터 5월 27일까지 격주 화요일 오후 7시, 개항도시 2층 대강의실에서 열린다. 주제는 단도직입적이다. ‘대통령을 말하다’. 박정희,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각각의 시대를 가른 네 명의 대통령이 이번 시즌의 중심이다.

흥미로운 건 강연자의 면면이다. 자서전 혹은 평전을 직접 쓴 이들이 마이크를 잡는다. 조갑제 기자는 박정희 전집 13권을 집필했으며, 1976년 포항 앞바다 유전 발표를 비판했다가 중앙정보부에 불려갔다. 오인환 전 공보처 장관은 문민정부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김영삼 대통령 곁을 지켰고, 퇴임 뒤 거리를 두고 ‘김영삼 재평가’를 썼다. 유시춘 EBS 이사장은 김대중 대통령의 구술 자서전을 맡았고, 유시민 작가는 노무현 대통령의 ‘운명이다’를 통해 고인의 삶을 기록했다.

개항도시 인문학 시즌7 프로그램. 사진=개항도시

강연은 단순한 회고나 미화가 아니다. 개항도시는 이 강연 시리즈를 통해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시대별 리더십을 비교하고, 대통령을 만든 사회적 조건을 살핀다. 마지막 날엔 최석호 한국레저경영연구소장이 직접 시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누가 가장 훌륭했는가보다 왜 그렇게 평가받는지를 짚는 자리다.

개항도시는 더 이상 단순한 북카페도, 문화센터도 아니다. 2022년 문을 연 이후, 매 시즌 다른 주제로 인문학 실험을 이어가며 원도심의 ‘지적 르네상스’를 이끄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경영과 철학, 예술과 미래를 넘나드는 강연 커리큘럼은 CEO부터 창업 준비생, 대학생까지 폭넓은 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식의 실내화가 아니라, 거리로 나선 질문이 필요하다”는 철학이 개항도시의 정체성이다.

인천 개항로. 한때 ‘대한민국의 입구’였지만, 행정 중심이 옮겨가며 쇠락해갔다. 그러나 근대 건축과 유산, 그리고 그 안에 흐르던 문화적 자존심은 여전히 살아 있다. 개항도시는 그 침묵 위에 말을 세우고 있다.

이번 시즌7은 원래 지난 3년의 여정을 정리하는 하이라이트로 기획됐지만, 최근 탄핵정국과 정권 교체,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 질문들이 다시 떠오르자, 기획 의도를 전면 수정했다. ‘대통령’이라는 가장 정치적이고도 인간적인 키워드를 인문학적으로 해부하려는 시도다.

참가 신청은 개항도시 블로그나 전화(032-772-5556)를 통해 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5000원(음료 포함)이다. 대통령을 말하지만, 결국은 시민을 말하는 자리. 인문학이 빗장을 여는 대통령의 내면을 통해, 개항도시는 다시 한 번 질문한다. 우리는 어떤 리더를 원하는가. 그리고 어떤 국민이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