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아스트가 워크아웃 과정에서 발행한 제9·10회차 전환사채(CB)의 세부 조건이 공개되며, 향후 주가 흐름과 수급에 미칠 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회차 모두 투자자의 조기 상환 권리(풋옵션)를 포함한 반면, 기업의 조기 상환(콜옵션) 권한은 배제됐다. 특히 시가 하락 시 전환가를 낮출 수 있는 리픽싱 조항이 포함되지 않은 점은 이례적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스트 제9회차 CB에 대한 전환청구가 이뤄졌다. CB 계약상 최초 전환 가능일(3월 13일)이 도래하자마자 시장에 반응한 투자자들이 물량을 청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환청구기간은 2025년 3월 13일~2027년 8월 12일이다.

지난 13일 145억원, 21일은 30억원 규모의 CB가 각각 전환 청구됐다. 전환가액은 500원으로 고정되어 있는데, 이는 아스트 보통주의 액면가 수준이다. 전환가액이 낮게 설정되어 있어, 현재 주가(25일 장 마감 기준 749원)에선 투자자의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

아스트는 지난해 560억원(9회차), 360억원(10회차) 규모의 사모 CB를 각각 발행했다. 표면이자율은 모두 1%, 만기보장수익률은 5.5%로 고정됐다. 현금흐름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자금 조달에 나선 전형적인 구조조정형 CB라는 평가다.

아스트 공장 전경. 사진=아스트

9·10회차 CB에는 투자자 보호 조항으로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 매도권)이 포함됐다. 투자자들은 발행일로부터 약 2년 4개월이 경과한 시점부터 보유 사채를 아스트에 되팔 수 있다. 반면 9·10회차 CB에는 콜옵션(주식 매수 청구권)이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발행사가 조기상환을 단행할 수 없다.

시장의 관심은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조항의 부재에 집중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저가 전환사채는 주가 하락 시 전환가를 하향 조정하는 조항이 포함되지만, 아스트의 9·10회차 CB는 이를 완전히 배제했다. 이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다만 주가가 전환가를 충분히 상회할 경우,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픽싱 부재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최근 아스트 주가는 전환가(500원) 대비 50% 가까이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스트 주가는 25일 기준 749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환 시 발행 가능한 주식 수도 상당하다. 9회차 CB는 보통주 기준 최대 1억1200만주, 10회차 CB는 7200만주가 각각 전환될 수 있다. 합산 시 총 1억8400만주로, 이는 현재 유통 주식 수 대비 약 37%에 달하는 규모다. 해당 물량이 시장에 실제로 유입될 경우, 중단기 주가에는 상당한 오버행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 CB 전환 이슈는 주가 흐름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스트는 민항기 기체 부품 생산을 주력으로 하며, 보잉(Boeing), 스피릿(SPIRIT),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 등 글로벌 업체들과의 공급 계약을 기반으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하반기부터는 분기 영업흑자도 나타낸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분기에 이어 4분기 두 개 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냈다. 다만 연간 영업손실 63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