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및 실물경기 침체 장기화로, 금융권 중 특히 저축은행과 캐피탈업계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캐피탈업체들 중에서는 하나-신한-미래에셋-한국투자-MG-아이엠캐피탈 등이 작년 4분기(10~12월)에 분기 적자(순손실)를 기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최근 보고서에서 그 원인은 대부분 부동산PF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손실 인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며, 일부 업체에서는 상당 규모의 투자금융 손실도 발생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작년 4분기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부동산PF 연착륙 독려로, 그동안 부동산PF에 대한 대손인식 및 부실정리가 소극적으로 진행된 캐피탈업체들을 중심으로 부동산PF 추가 충당금 적립 및 부실채권 상각과 매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시기였다.

하나캐피탈 등 6개 업체의 경우 이 과정에서 부실채권이 늘어 대손충당금을 더 쌓거나 부실채권 매각손실 또는 투자금융 손실 등이 발생, 분기 적자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하나캐피탈의 연결기준 손익계산서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하나캐피탈의 경우 2022년 3968억원에 달했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3년 2762억원, 작년 1556억원으로, 특히 작년에 많이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익도 2997억원, 2069억원, 1146억원 순으로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하나캐피탈이 작년 4분기 실적을 공시하진 않았지만 작년 1~9월 누적 연결 순익이 1189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작년 4분기에 연결기준으로는 43억원, 별도기준으로는 59억원의 분기순손실이 각각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4분기에 순손실이 발생하고, 연간 흑자규모도 많이 줄어든 것은 우선 작년 전체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3078억원으로, 전년 2093억원에 비해 47%나 급증한 것이 주 원인이다. 신규 충당금은 4분기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순수수료 순익은 작년에도 계속 증가했던데 비해 순이자순익과 금융상품관련순익은 각각 이자비용 급증 및 투자금융 손실 등으로 모두 전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하나캐피탈의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관련 평가손익은 23년 47억원 적자에서 작년에는 487억원 적자로, 순손실규모가 급증했다.

신한캐피탈의 작년 4분기 적자 규모는 하나캐피탈보다 훨씬 컸다. 신한캐피탈의 작년 사업보고서가 아직 공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신한금융지주 작년 잠정실적발표 자료를 참조하면 신한캐피탈의 작년 4분기 잠정손익은 357억원 적자로, 전년동기 112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작년 전체 잠정 당기순익도 1169억원으로, 전년 3040억원에 비해 흑자가 크게 줄었다.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업체들은 50억원 이상 또는 자기자본의 10%가 넘는 부실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공시하도록 되어있다. 신한캐피탈의 경우 이 부실발생 공시액도 전체 캐피탈업계에서 오케이캐피탈 다음으로 작년에 많았다. 경쟁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자기자본(2월말 기준 2.27조원) 때문에 아직 크게 문제가 되지않고 있을 뿐이다.

신한캐피탈의 각종 부실발생 공시(여신금융협회 공시포털)


신한캐피탈의 부실발생 공시를 보면 지난 2월28일자로 2건 170억원, 1월31일자로 60.74억원, 작년말 기준으로 3건 180억원의 부실이 각각 새로 발생했다. 금융당국의 부동산PF 부실정리 독려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작년 6월말 이후 지금까지 발생한 부실을 모두 합하면 1237억원에 달한다.

공시되지 않는 50억원 미만 부실 등까지 모두 합하면 실제 부실규모는 이보다 더 클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하반기 이후 이렇게 새로 부실이 대거 발생, 충당금도 많이 쌓으면서 작년 흑자규모가 크게 줄고, 특히 부실 발생이 집중된 4분기에는 큰 폭의 분기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재작년부터 캐피탈업계에서 부동산PF관련 부실이 가장 많기로 널리 알려졌던 오케이캐피탈은 아직 작년 전체 영업실적을 공시하지 않아 작년 전체 또는 작년 4분기 실적을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

다만 최근까지의 부실공시를 보면 대충 추이를 짐작할 수 있다. 작년 한해 동안 오케이캐피탈이 발생했다고 스스로 여신금융협회에 공시한 부실금액을 모두 합하면 3720억원에 달했다. 신한캐피탈의 3배가 넘는 규모로, 작년 11월 말 이 회사 자기자본 6006억원의 절반이 훨씬 넘는다. 전체 부실발생 규모나 자기자본 대비로도 모두 단연 캐피탈업계 압도적 1위다.

한신평은 미래에셋캐피탈과 MG캐피탈도 작년 4분기 분기순손실을 입었다고 밝혔지만 양 캐피탈사나 한신평 모두 양 사의 별도기준 작년 전체 및 4분기 실적을 아직 공시하지 않고 있다.

단 MG캐피탈의 경우 작년 12월31일자로 공시된 부실 발생이 9건 1074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 5216억원의 20%에 육박하는 규모다. 작년 1~9월 이 회사의 연결기준 당기순익이 38억원에 불과했던 것으로 보아 작년 4분기에는 분기 적자가 났음에 틀림없다.

한국투자캐피탈의 경우 작년 3분기까지 106억원 흑자이던 분기손익이 작년 4분기 15억 적자를 기록했다. 연간 당기순익도 2023년 1104억원에서 작년 235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모두 부동산관련 충당금 증가 때문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모기업인 한국투자금융지주와 한국투자증권이 작년에 백방으로 한투캐피탈을 지원했지만 작년 말 한투캐피탈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은 6.77%로, 재작년말 3.65%보다 크게 올랐다. 공식 부실발생 공시는 작년 6월30일 111.7억원에 이어 작년 10월31일 100억원 등 2건이다.

한투캐피탈 실적이 포함된 한투금융지주 계열사들의 작년 잠정실적


대구-경북이 주 영업권인 DGB금융지주 자회사 아이엠캐피탈의 경우 작년 1~9월 별도기준 당기순익이 346억원인데 비해 작년 전체 당기순익은 336억원이어서 작년 4분기에 역시 10억원 가량의 순손실이 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기자본이 6641억원 규모인 이 캐피탈사는 작년 9월30일에 3건 280억원, 작년 6월말에 2건 200억원의 부실 발생을 각각 공시한 적이 있다. 적지 않은 부실규모다. 작년 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율과 고정이하자산비율도 각각 5.30%, 4.52% 수준으로 상승해 있다.

한편 한신평은 작년 4분기 업무보고서 취합이 완료된 총 21개 캐피탈사를 대상으로 이번 분석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캐피탈업계 전반의 부진한 업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본격적인 대손인식과 잠재부실의 자산건전성 지표 반영 등으로 작년 캐피탈사들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은 전년 대비 대부분 저하되었다.

다만, 보수적인 영업기조 하에서의 자산성장세 둔화와 대주주로부터의 자본확충 등을 통해 자본적정성은 다소 개선되었다. 신용등급별로 보면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준과 조달여건의 차이, 대손인식 정도 등에 따라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등 실적 차별화가 심화되는 양상으로, 특히 A급 이하에서 실적 저하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AA급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부동산PF 충당금 적립 강화 권고가 본격화된 2023년 4분기부터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해 온 결과, 대손부담에 기인한 수익성 하락 폭이 비교적 완만한 편이다.

신한캐피탈 등 신한금융 자회사들의 작년 잠정영업실적


반면, 부동산PF의 양적·질적 익스포져 대비 미흡한 충당금 적립 수준을 지속해 온 A급 이하는 2024년 6월 부동산PF 사업성 재평가로 하반기 이후 고정이하여신이 증가하며 대손부담이 큰 폭으로 확대되었다.

캐피탈업계의 부동산PF 규모는 부동산경기가 저하되기 시작한 2022년부터 꾸준히 감소해왔다. 신규 취급을 많이 줄이고, 작년 들어서는 감독당국 지침에 따라 매각이 본격화되면서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되었다.

특히 고정이하로 분류된 취약자산이 집중된 브릿지론은 신규 취급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에서 본PF로의 전환, 매각 등 정리절차가 본격화되면서 규모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한신평은 작년 4분기에 브릿지론을 대규모로 매각 또는 상각한 대표적 캐피탈사들로, 산은-신한-IBK-BNK-한투-한국-키움캐피탈 등을 꼽았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브릿지론의 대규모 상·매각으로 전체 부동산PF규모가 빠르게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한신평은 또 작년에 자본확충을 많이 한 캐피탈사들로, JB우리-메리츠-한투캐피탈 등을 들었다. JB우리는 작년 유상증자 1500억원, 신종자본증권 2000억원을 작년 12월에 각각 발행했다. 메리츠캐피탈은 작년 6월 유상증자 2000억원과 신종자본증권 500억원을 각각 발행했다.

한국투자캐피탈도 작년 유상증자 600억원(9월)과 신종자본증권 1500억원(12월)을 각각 발행했다. 한신평은 이중 메리츠와 한투캐피탈은 캐피탈업권 내에서 부동산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가 높은 편인 캐피탈사들로, 향후 부동산PF 부실에 따른 추가 손실 가능성에 대비한 자본확충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