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2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경제·무역분야 ‘2+2’ 장관급 협의가 돌연 연기됐다.
기획재정부는 24일 “미국과 예정되었던 7월 25일 2+2협상은 미국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에 개최하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미국 측이 베센트 장관의 급한 일정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5∼29일 스코틀랜드 방문에 동행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미국 측은 연기 요청 이메일에서 여러차례 ‘미안하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2+2 협의를) 개최하자고 제의했고, 한미 양국은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일정을 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현지의 정부 당국자도 한국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기는)한미 협상과 관련한 미국 측의 입장이나 인식이 반영된 것은 아니며 다른 내포된 의미가 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그 근거로 현재 방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위원장 등 미 정부 주요인사와의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 중이라는 점을 들었다.
정부는 "미 재무부, USTR과의 2+2 협상을 미국 측과 최대한 조속한 시일 내에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으로부터 ‘2+2 협의’ 일정 연기를 한국 시간으로 24일 오전 9시(미국 현지 시간 오후 8시) 쯤 이메일로 통보받았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구윤철 부총리겸 기재부장관의 출국을 1시간 쯤 앞둔 시점이었다.
한국과 미국은 8월 1일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2+2 협상’을 열어 관세 등 현안을 마무리지을 예정이었다. 우리 측에선 구 부총리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 2명, 미국 측에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2명이 각각 참석하기로 해 ‘2+2 협의’라고 부른다.
한국 시간으로 25일 저녁부터 26일 새벽까지 열릴 회담을 위해 구 부총리는 24일 출국할 예정이었다. 결국 구 부총리는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서 미국으로 출국을 대기하던 중 이런 소식을 접하고 발길을 돌렸다고 기재부는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전한 미국 측 해명대로 단순한 일정 조율 문제라고 하더라도, 미국의 관세유예 기한(8월1일)까지 한미 간 '2+2 담판'이 성사되기엔 시간이 상당히 촉박해졌다. 전날 미국과 일본의 통상 협상이 타결되고 중국·유럽연합(EU) 등과의 협상에도 속도가 붙으면서 우리나라가 느끼는 시간적 압박감도 커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의 협상 타결에 대해 "서명 보너스(signing bonus)로 5500억 달러를 얻었다"고 전했지만 다만 한국과의 협상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의 ‘한국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일본은 미국이 부과한 25%의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대신 760조원의 대규모 미국 투자를 약속하고 자동차 시장과 쌀 등 일부 농산물 시장을 더 개방하기로 했다.
미국은 25%의 상호관세가 적용되는 협상 시한을 8월 1일로 설정한 상태다. 그때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못하고 한국에 대한 25% 관세가 그대로 발효되면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 전선에 타격이 예상된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패키지딜'을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오후 귀국 예정이어서 위 실장의 방미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현지에 도착한 위 실장은 2박 3일간 마코 루비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겸 국무장관과 관세·비관세·안보를 총망라한 패키지딜 협의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 실장은 지난 9일 관세 협상 등 한미 양국 간 현안 논의를 위해 2박4일 일정으로 미국을 다녀온 지 2주 만에 다시 미국 고위급 인사를 재차 접촉했다.
위 실장은 귀국하는 대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협상 결과물을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 고위급 협상에서도 아직 구체적인 진전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