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한 형식으로, 9일부터 부과 예정이던 상호관세 25% 적용시점이 내달 1일로 다시 유예되자 정부가 복잡하기 그지없는 관세문제 해결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이달 말까지의 협상 기간 동안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고율 관세로 경제에 치명적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 출범 이후 한달여 동안 비교적 순항만 해온 ‘이재명 정부’의 앞날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 국정동력에도 상당 부분 타격을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 앞으로 오는 9일부터 부과할 예정이던 상호관세 25% 적용 시점을 유예해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는 서한을 발송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일본 등 다른 비교국가들도 비슷한 청구서를 SNS를 통해 받았다는 점에서 일단 안도는 하지만 남은 3주 동안 제대로 협상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은 8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오늘 오후 1시30분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 것"이라고 알렸다. 대책회의에는 대통령실, 총리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핵심 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한다.
동시에 미국 워싱턴DC에 급파된 위성락 안보실장을 통해 한미정상회담의 조기 성사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식 채널뿐 아니라 워싱턴과 연이 닿는 국내외 비공식 채널들까지 총동원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남은 3주간 최대한 관세율 인하를 끌어내되 한미정상회담을 이달 중에 열면 아무래도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타결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위 실장은 전날 워싱턴DC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조속한 시일 내에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모든 현안에서 상호호혜적 결과를 진전시켜나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고, 미국 측은 이에 공감을 표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향후 한미 협상에서 미국 측은 한국의 각종 비관세장벽이나 농산물 추가개방, 안보분야 등에서 한국의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과연 정부가 이 부문들에서 얼마나 적절한 양보를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 내에서는 특히 한국의 농산물 추가개방, 디지털 규제 완화 등을 놓고 불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 허용과 쌀 수입 확대, 미국 기업의 유전자변형생물체(LMO) 수입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한국의 디지털 규제 완화를 미국 정부에 중점 주문하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온라인 플랫폼법, 망 사용료 부과 등과 한국 정밀지도 반출 허용 여부 등도 미국 기업들의 관심사들이다.
미국은 한국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도 희망하고 있다. 한국의 생산·건설 참여뿐 아니라 구체적인 수입계약(오프테이크) 물량을 제시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높아 덜컥 약속하기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들도 많다.
농산물 시장 추가개방도 전통적으로 농민들이 필사적으로 반발하는 초민감 주제다. 구글 정밀지도 국내 반출 문제 역시 국내 군사·안보 시설이 외부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국내 반대 여론이 높다.
안보분야는 우리의 최대 아킬레스건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한국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과 주한미군의 전략적 재조정 문제 등을 여러차례 공개 언급한 바 있다.
국내 민감 사안들을 지키기 위해 고관세를 용인할 경우 자동차 공장 등이 대거 미국으로 옮겨가면서 국내 산업의 공동화와 이에 따른 대량 실업 및 노조 등의 강력한 반발도 우려된다.
이 때문에 이 중 무엇을 내주고 무엇을 끝까지 지킬지를 놓고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 관계당국들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런 민감한 분야들보다 우리가 적극 협조할 수 있는 조선분야나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 분야의 한미 협력 확대 방안을 협상의 지렛대로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나 미국 측이 이걸로 만족할지는 미지수다.
한편 트럼프 서한과 관련, 외신들은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 공백과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고율 관세가 협상 지연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은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이지만, 협상은 미국 정부가 원하는 속도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최근 한국 대선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자동차, 철강, 전자제품 등 주요 수출 품목에 높은 관세로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한국 정부는 핵심 산업에 여전히 고관세가 부과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섣불리 양보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며 “특히 이번 조치가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어서 한국 측 반발을 사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한국과의 협상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 혼란으로 지연됐고, 새 정부 출범으로 협상에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며 "남은 기간 협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