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가 가장 민감해하는 현안 중 하나인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문제를 또 다시 언급했다. 이달 말까지 미국과 관세협상을 잘 마쳐야하는 우리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회의에서 "우리가 관세를 부과할 때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거의 모든 나라가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해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수십년 동안 모든 국가에서 적자를 기록해왔다"며 한국을 또 다시 지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을 재건했고, 그곳에 (미군이) 머물렀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에게 군사비용으로 매우 적은 돈만을 지불한다"며 "그들이 수십억달러를 지불하도록 제가 만들었으나, 바이든이 들어오자마자 그것을 취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1기 대통령 재임 시절에) 저는 한국에 '우리는 사실상 군사를 무상지원하고 있고, 본질적으로 (한국이 내는 금액은) 매우 적다. 내 생각에 한국은 연간 100억달러(약 13조7020억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난리가 났지만, 결국 30억달러(약 4조1106억원)에 동의했다. 결국 제가 전화 한통으로 30억달러를 얻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들(한국)은 바이든에게 가서는 아마 '트럼프가 우리를 가혹하게 대했고, 우리는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바이든은 그것을 완전히 삭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에 4만5000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고, 독일에는 5만2000명이 주둔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엄청난 경제적 혜택이지만 우리에게는 엄청난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매우 성공한 국가들에게 군사력을 제공한다. 한국은 많은 돈을 벌고 있는 부유한 나라이고, 또 그들은 좋은 사람들이지만, 자신들의 방위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발언들을 여러 번 했지만 한국이 부담하는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추가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또 다시 압박하고 강조하는 발언이었다. 이달 말을 기한으로 한미 양국간 막바지 관세협상이 진행되고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들에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다소 과장되거나 숫자가 틀린 내용들이 여전히 적지 않았다.
우선 현재 주한미군 규모는 약 2만8000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주한미군보다는 1만7000명 가량 적다.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았다거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분담금이 대폭 삭감됐다는 주장도 사실과 많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 1기 재임 시절인 2020년에는 한국 측 분담금이 약 1조389억원이었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도 계속 늘어 올해는 1조4028억원이었다. 지난해 타결된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에 따라 2026년엔 1조5192억원을 한국이 지출할 예정이다.
지난 2019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인상을 요구한 금액도 100억 달러가 아닌 50억 달러(당시 약 5조7천억원)였다.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분명히 정확한 관련 숫자들을 보고했을 것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잘못된 수치 등을 계속 언급하는 것은 약간의 과장과 압박을 교대로 구사하는 트럼프식 협상 전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이미 유효하게 타결되고 발효된 제12차 SMA를 준수하며 이행을 다해나간다는 입장을 미국 측에 강조하며 협상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다음 SMA 협상부터라도 대폭 인상을 약속하라고 미국 측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그에 대한 정부 입장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