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크래커 = 박지훈 기자

태광그룹 계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티투프라이빗에쿼티(티투PE)가 애경산업 인수전에 이름을 올리면서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룹 3세인 이현준·이현나 씨가 직접 출자한 이 운용사는 단순한 투자사를 넘어, 향후 승계 자금 조달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애경산업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는 티투PE를 포함해 총 5곳의 후보를 숏리스트에 올렸다. 티투PE는 작년 12월에 설립된 신생 PE 하우스지만, 배경은 단단하다.

태광산업과 IT 계열사인 티시스가 각각 41%의 지분을 갖고 있고, 이호진 회장의 장남 이현준 씨와 장녀 이현나 씨가 각각 9%를 출자했다. 자본금 100억원 중 18억원이 이들 남매 몫이다. 사명인 'T2'는 두 출자사의 영문 이니셜 앞글자에서 따왔다.

눈에 띄는 점은 티시스의 지배구조다. 티시스의 지분은 태광산업(46.33%), 대한화섬(31.55%), 그리고 이현준 씨(11.3%)가 나눠 갖고 있다. 결국 티투PE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배당 등의 방식으로 이현준 씨에게 직간접적으로 유입될 수 있다. 티투PE가 이 회장의 경영 공백 속 3세들에게 실질적인 재무적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창구라는 해석이다.

태광그룹 본사 전경. 사진=태광그룹

업계 한 관계자는 “PE 수익은 배당 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현금화가 가능하다”며 “이 회장의 건강 문제와 3세들의 경영 미숙 등을 감안할 때 티투PE는 안정적인 승계 재원 마련의 중간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티투PE의 수장은 신한대체투자운용, NC소프트, 흥국자산운용을 거친 남형권 대표다. 1975년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와 미국 MIT 슬론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후 2001년 KPMG에서 경력을 쌓았다. 회계·투자 실무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다. 한자산운용과 엔씨소프트 등을 거쳐 지난해 태광그룹과 연을 맺고 티투PE의 초대 대표를 맡게 됐다. 직원 수는 4명에 불과하지만, 이번 애경산업 인수전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애경산업의 인수 가격은 약 6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설립 반 년 남짓의 신생 운용사에겐 결코 작지 않은 규모지만, 티투PE의 든든한 후견인인 태광산업은 1조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다. 필요시 자금 지원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티투PE가 애경산업 인수를 성사시킬 경우, 태광그룹 3세들의 위상 강화와 함께 그룹 내 지배구조 재편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