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화재 서울 광화문 본사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오랫동안 3대 손해보험사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온 현대해상화재보험에서 최근 약 2천억원의 예실차 손실이 매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험사의 가장 중요한 재무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지급여력비율(K-ICS)도 큰 폭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예실차는 보험사가 인식한 예상보험금 및 사업비와 실제 보험금 및 사업비와의 차이를 말한다. 예상한 액수가 더 많으면 이익이 나고, 반대는 손실이 발생한다. 예실차 손실이 매년 발생한다면 실제 보험금 및 사업비가 예상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지난달 30일 정기평가를 통해 현대해상화재의 보험금지급능력평가 및 후순위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한 단계씩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전망 조정은 실제 신용등급을 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기간 실적 개선이 없으면 실제 신용등급까지 조정할 수 있다는 일종의 사전 예고조치다.

현대해상화재에 대한 한신평의 신용등급 조정현황


한신평은 이번 등급전망 변경의 주된 사유로, 보험부문 이익변동성이 확대된 점과 지급여력비율 관리부담이 상승한 점을 들었다.

현대해상화재가 장기보장성 보험 중심의 다각화된 보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긴 하나 계리적 가정 변경과 예실차 손실의 영향으로 보험부문 이익변동성이 다소 높게 나타나고 제도변경 및 할인율 현실화는 지급여력비율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이 보험사에서 최근 보험부문 이익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인 수익성이 저하된 이유는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 계리적 가정 변경 외에도 예실차 손실의 지속적인 발생 때문이다.

2023년 회계제도 전환 이후 매년 약 2천억원의 예실차 손실이 매년 발생하면서 2023년 이후 최근 연평균 보험수익성(보험손익/보험수익)은 5.7%로, 같은 기간 업계 평균 8.9%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현대해상화재 요약 손익(한신평 정리)


이 보험사는 보험수익성 개선을 위해 매년 보험료 인상을 통해 실손 손해율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손해율 추이 변화가 위험보험료에 반영되기까지는 시차가 존재하므로 예실차 손실의 안정화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한신평은 전망했다.

안정적인 상각이익으로 이어지는 CSM(보험계약마진)도 최근 변동성이 나타났다. 이 회사의 CSM잔액은 2023년 말 9.1조원에서 작년 말 8.3조원으로 많이 줄었다. 연간 1.8조원의 신계약 CSM이 누적되었음에도 무·저해지 해지율 등 계리적 가정 변경으로 인한 감소분이 더 크게 작용했다.

지난 3월 말에는 신계약 영향 및 연령별 손해율 분류 등으로 CSM이 다시 회복되었으나 전체 잔액 증가세가 제한적이라고 한신평은 설명했다.

현대해상화재 주요 재무지표 추이(한신평 정리)


킥스비율과 관련해선 지급여력제도 전환 이후 2.6조원의 후순위채 발행(누적)에도 불구하고, 킥스비율은 2023년 3월 말 178.6%, 2024년 말 157.0%, 2025년 3월 말 159.4%로 낮아지면서 관리부담이 상승하고 있다.

큰 폭의 지급여력비율 하락은 계리적 가정변경(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강화)으로 인해 보험위험액(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이 증가하면서 지급여력기준금액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2025년 3월 말에는 자본성증권 발행 등의 영향으로 159.4%로 소폭 반등했으나 여전히 경쟁업체들 대비 낮은 수준이다.

제도변경 및 할인율 현실화도 지급여력비율에 추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신평은 현대해상화재는 보험부채의 듀레이션(채권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의 가중평균만기)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2027년까지 예정된 할인율 현실화 방안의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 있어, 금리 민감도를 낮추기 위한 조치부터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