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중국이 9월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이재명 대통령을 초청한 것과 관련, 한중 양국이 해당 사안에 대해 소통 중이라고 대통령실이 2일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외교 채널에서 이뤄지는 구체적 내용을 밝혀드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또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매개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공감을 토대로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해외 정상들을 대거 초청,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병식이 포함된 전승절 8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열겠다는 계획을 이미 발표했었다. 중국 정부는 이 행사에 이 대통령도 초청하기 위해 대사관 등 외교 채널로 참석 의사를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대통령 중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10년 전인 '전승절 70주년' 행사 때 유일하게 참석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서방 지도자들이 대부분 불참했던 열병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방 진영 정상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했다가 상당한 후폭풍이 일기도 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우호적 한중관계를 조성해 일본을 견제하고 북핵문제에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끌어낸다는 명분으로 미국 등의 사실상 반대에도 전승절에 참석했다. 이후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등을 막지 못했고, 주한미군 사드 배치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한중관계는 오히려 최악으로 치달았다.

10년 전과 달리 현재 상황은 더 복잡하다. 중국과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는 더 멀어졌고,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을 멀리하고 미국에 줄서지 않을 경우 강력한 관세 보복 등까지 구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에 이재명 정부의 고심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역대 민주당 정부의 성향으로 볼 때 친중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실용외교를 표방하며 미국-중국간 등거리 외교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그러다가 관세 중과나 주한미군 철수 같은 미국 측의 강력한 보복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검토하고 고려해야할 문제들이 너무 많을 것“이라며 ”중국이 대외적으로 군사력을 과시하는 자리에 만약 한국 대통령이 서방 진영 중 거의 유일하게 참석한다면 한미동맹을 기초로 하는 한국 외교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석한다면 그나마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겠지만 미중 간 긴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전망이기도 하다.

앞으로 전개될 미중관계 변화나 전승절 행사에 대한 서방 측 움직임 등을 좀더 살펴보고 시간을 끌면서 참석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홍콩 성도일보는 지난 1일 10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70주년 전승절 행사 참석을 거론하면서 “10년 후 중국과 한국은 밀월관계와 작별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9월 3일 베이징에 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도 초청에 응해 열병식에 참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중국과 미국이 2차대전에서 함께 싸웠지만 미국과 일본은 현재 동맹국이고, 트럼프가 아무리 특이한 행동을 해도 동생(일본)의 감정을 상하게 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현재 중국의 최대 우방인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8월 31일∼9월 3일 중국을 방문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다고 이미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