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직선거법 사건 대법원 판결 등과 관련된 논란을 논의하기 위해 30일 다시 임시회의를 열었지만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종료됐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2시간동안 온라인 원격회의 방식으로 임시회의를 열어 상정된 5개 의안을 심의하고 표결을 진행했지만 5개 안건 모두 의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법관대표회의는 각급 법원에서 뽑힌 대표 판사들이 모여 사법 현안들을 논의하고 의견 또는 요구 사항들을 모으는 기구다.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둘러싸고 재판 공정성이 논란이 되자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26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첫 임시회의가 열린 바 있다.

첫 회의에는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을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신속히 선고한 배경을 두고 불거진 '재판 공정성' 문제와 판결을 문제삼아 여권을 중심으로 대법관 탄핵·청문 등의 움직임이 일자 이를 우려하는 '사법권 독립' 문제 등이 동시에 안건으로 올라왔다.

다만 당시는 대선 직전이라 민감성 등을 감안, 결론이나 표결을 하지 않고 대선 이후다시 회의를 열기로 결정한 바 있다.

30일 속개된 임시회의에선 지난 회의 때 상정된 7개 안건을 5개로 조정, 다시 논의하고 표결에 부쳤다. 하지만 법관 대표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모두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법 신뢰나 재판 독립 등 주요 안건의 경우 반대 의견이 훨씬 많았고 표결에 부친 모든 의안이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대표회의 관계자는 "치열하게 논의했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로 사법 신뢰가 훼손되었으므로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의견 표명이 필요하다고 보는 법관 대표들과 이번 대법원 판결을 이유로 벌어진 여러 조치들의 재판독립 침해 우려에 관한 의견표명이 필요하다고 보는 법관 대표들, 법관들의 집단적인 견해 표명은 자제해야한다는 법관 대표들 간에 의견이 갈리면서 어느 안도 의결 요건은 충족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는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사법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 엄중히 인식한다'는 안건은 참석 법관 대표 90명 가운데 찬성 29명, 반대 56명으로 부결됐다고 보도했다.

또 '판결에 대한 비판을 넘어 판결한 법관에 대한 특검, 탄핵, 청문절차 등을 진행하는 것은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임을 천명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는 안건은 90명 중 찬성 16명, 반대 67명으로 부결됐다.

이른바 '정치의 사법화'가 이 시기 법관 독립에 대한 중대한 위협 요소임을 인식한다거나 자유민주국가에서 재판 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임을 확인한다는 안건도 반대표가 찬성표를 압도해 부결됐다.

법관대표회의가 향후 관련 분과위원회를 통해 제도개선안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하기로 한다는 안건도 90명 중 찬성 26명, 반대 57명으로 부결됐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이 보도가 맞다면 중요 현안에 대해 반대표가 모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셈이다.

다만 법관대표회의는 재판제도 분과위원회와 법관인사제도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각 분과위원회는 올해 12월 예정된 하반기 정기회의에서 의견을 표명하거나 건의할 예정이다.

이날 임시회의는 법관대표 전체 126명 가운데 90명이 참석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되고, 또 새 정부의 사법개혁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사법부도 대법 판결에 대한 비판 의견 같은 것이 이번 회의에서 나올 수 있다는게 일반적 관측이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새 정부의 사법개혁 움직임에 관한 사법부의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드러난 회의 결과가 아닌가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