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선제 공습으로 파괴된 이란의 한 건물(AP통신사진)
더트래커 = 이태희 기자
이스라엘이 핵협상 이틀을 앞둔 13일(현지시간) 이란의 핵과 군사시설을 전격 공습했다. 이란은 즉각 드론 반격전을 감행, 중동 전면전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제유가와 환율이 급등락하는 등 안그래도 좋지 않은 글로벌 경제와 한국경제에 또 하나의 큰 암초가 생겼다.
13일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새벽(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이런 전역에서 진행된 이스라엘군의 전격 선제 타격으로 이란 군부의 '투톱'이 모두 사망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날 성명에서 호세인 살라미 IRGC 총사령관이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IRIB 방송도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앞서 국영 IRNA 통신은 바게리 총장이 작전실에 생존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란 국영 TV는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테헤란 동부에 있는 이란 혁명수비대 본부 등 주요 시설에서 화재와 연기가 목격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작전명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를 가동, 이란 군 및 핵시설 등 수십 곳을 목표로 공습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스라엘군의 이란 내 공격 목표 중에 이란 중부 나탄즈에 있는 핵물질 농축시설과 핵무기를 개발 중인 주요 핵과학자들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핵시설과 군 지휘관 및 핵 과학자 숙소 등만 노려 족집게식 대대적인 공습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리는 이란 국민들과 싸우려는 게 아니라 이란 독재정권과 싸우려는 것"이라며 "이번 작전은 며칠이 걸리든 필요한 만큼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도 이날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군사 목표물 타격 1단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은 “이란이 핵을 못갖도록 이란 핵프로그램을 파괴하기위해 이날 정밀 선제공격을 한것”이라면서 “이란의 핵 및 군사 목표물 수십개에 대한 공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의 반격에 대비한 모든 조치가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국영 매체들이 군 최고지도부의 연쇄 사망 사실을 이렇제 신속히 보도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사망한 군부 투톱의 거주지도 이스라엘이 공습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페레이둔 압바시, 모하마드 테헤란치 등 이란 핵과학자들도 이번 공습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즉각 보복 반격에 나섰다. IRGC는 "시온주의자 적의 침략에 단호하고 가혹하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방침을 곧바로 발표했다.
티임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에피 데프린 이스라엘 육군 대변인은 "지난 몇 시간 동안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100대가 넘는 드론을 날렸다"면서 “이스라엘군(IDF)이 모든 이란 드론 격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요르단 국영매체들도 "영공에 진입한 미사일·드론 다수를 요격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공습 직후 영공을 폐쇄하고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주민 대피령과 함께 비상 내각회의도 소집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이날 성명에서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은 더럽고 피비린내 나는 손으로 사랑하는 우리 조국의 주거지역을 공격했다. 그 어느 때보다 악랄한 본성을 드러냈다"며 "가혹한 응징을 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이 범죄는 백악관의 사악한 통치자들과 미국 테러정권의 인지 하에 저질러졌다"며 미국도 보복 범위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 이란이 보복할 경우 미국은 이스라엘을 철통 방어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란의 핵보유는 안된다. 이란이 핵협상장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은 핵협상 복귀를 이날 당장 거부했다. 이란 정부는 국영방송을 통해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미국과의 핵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의 6차 핵 협상은 15일 오만 무스카트에서 열린 예정이었다.
이란은 특히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습을 사전에 막지 않은 점에 분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외무부는 "시오니스트 정권의 공격은 미국의 조율과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이스라엘 주요 후원국인 미국도 이 무모한 긴장 고조 결과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에 이번 선제 타격이 미국에 사전 통보한 후 이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이란 공격이) '자위권 때문에 필요하다'고 우리에게 통보했다"며 "우리는 이란에 대한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이란은 미국의 이익이나 인력을 표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미국 정계는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크리스 머피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X(구 트위터)를 통해 "(이번 선제타격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이란 핵협상을 분명히 방해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X에 "게임 시작(Game on)"과 "이스라엘을 위해 기도하자"는 글을 올리며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에 다른 나라들은 대체로 비난과 함께 자제를 촉구했다. 이란 핵협상을 중재해온 오만은 “야만적 군사공격”이라고 비판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도 “강력 규탄한다”는입장을 내놓았다. 영국정부는 “외교로 복귀할 때이며 확전은 도움이 안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군사수단 사용은 유감이며 이를 강력 비난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이날 중동 전면전 위기 고조로 국내 주가가 크게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10원 넘게 치솟았다. 국제유가도 10%이상 급등했다. 전세계 주요 증시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