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정상회담 국빈환영식에서의 시진핑 주석과 이재명 대통령(오른쪽)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야한다’는 발언과 관련, “공자님 말씀으로 들었다”며 “착하게 잘 살자라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순방을 수행한 국내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이날 중국 상하이 프레스센터에서 순방 기자단 오찬 간담회를 열고 “(시 주석이)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우리가 역사적으로 바른 편에 서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건 맞는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그걸 특정 사안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저로서는 특별히 반응할 필요는 없었다”며 “공개 석상 얘기는 액면 그대로 받아주면 좋다”고 했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 5일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세계 정세를 언급하며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건히 서서 정확한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를 비판하면서, 한미일 협력 중인 한국에 ‘중국 편에 서라’고 요구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이 나왔다.

이어 이 대통령은 회담 과정 비공개 자리에서 한국의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각 국가의 핵심적 이익이나 중대 관심사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며 “우리와 일본 관계도 중국과의 관계 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핵심 이익도 당연히 존중 받아야 한다”며 “핵잠수함 문제가 그런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시 주석에게) 이 얘기도 명확하게 했다”며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국가적 이익을 위해 최선 다하고, 대한민국 대통령 이재명은 대한민국 국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니겠느냐. 서로 필요한 부분에서 타협하고, 조정해 나가는 것이 국가 간 관계라고 직접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또 중국이 모든 이중용도 품목에 대한 일본 수출 통제를 강화한 것과 관련, ‘중일 갈등을 적극 중재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받고 “나설 때 나서야지, 안 나설 때 나서면 별로 도움이 안 된다”라며 “상황이 되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어른들도 뭔가 실제 이유가 있어서 다툴 때 옆에 끼어들면 양쪽으로부터 미움 받는 수가 있다”며 “상황을 잘 보고, 정말 우리의 역할이 필요할 때, 실효적일 때, 의미 있을 때 하겠지만, 지금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 때가 되면, 상황이 되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연대와 협력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또 한편으로, 우리는 안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안타까운 역사 때문에 우려도 많다”고 했다. 이어 “지금 문제된 수출 통제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고 뿌리가 깊어서 하나의 현상처럼 보이지만, 그 현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일단은 원만하게 신속하게 잘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서해 잠정조치수역 내 중국 측 구조물 설치 문제와 관련해서는 “관리 시설은 철수하기로 했으며, 향후 실무 협의를 통해 수역 경계를 명확히 획정해 갈등의 원인을 제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구조물은 우리 쪽 수역으로 넘어온 것이 아니라, 공동관리수역 중 중국 쪽 경계에 살짝 넘어온 것”이라며 “중국 측은 해당 시설이 양식장과 이를 관리하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실무진에 “중간(공동관리수역)을 정확하게 그어버리자”고 제안했다는 점을 공개했다. 경계를 확실히 획정해 각자의 관할권을 인정함으로써 불필요한 마찰을 깔끔하게 정리하자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서해 구조물 설치를 ‘상납’으로 표현하는 등의 일부 주장을 ‘왜곡’으로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언론은 정치 집단이 아니지 않으냐”며 “누구 편을 들어 왜곡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적 입장에서 근거 없고 불필요한 문제들을 사실관계에 입각해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조치와 관련해서는 "단계적으로 조금씩 원만하게 해 나가면 될 것 같다"며 "너무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한령이 해제·개선될 조짐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꽤 오래된 의제인데 중국 정부는 한한령은 없다고 계속 말해왔다"며 "그런데 이번에 시진핑 주석이 '석자 얼음이 한꺼번에 언 것도 아닌데 한꺼번에 다 녹겠나. 과일은 때가 되면 익어서 떨어진다'고 했는데 그게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한한령 해제가) 갑자기 바뀌면 (중국이 한한령은) 없다고 했던 게 있는 게 되지 않나"라며 "그런 점들은 서로 이해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이번 방중 기간 중국 측에 전달한 ‘석사자상’과 관련해 유물을 기증한 민간 기관인 간송미술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석사자상’에 대해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에서 매우 비싼 가격에 사들였던 유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선생이 생전에 ‘언젠가 중국에 돌려주라’는 유언을 남기셨고, 간송미술관 측이 오랫동안 반환 절차를 추진해 왔으나 행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정부가 이를 직접 양도받아 중국에 기증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