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이 올해 3분기 6000억원대의 영업이익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LG엔솔은 13일 공시한 올해 3분기(7~9월) 잠정실적에서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6999억원과 6013억원으로 잠정집계되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1% 줄었으나 전분기 대비로는 2.4%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1%, 전분기 대비 22.2% 각각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에서 선방했다.
미국 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45X)에 따른 세액공제는 3655억원으로, 이 금액을 제외한 영업이익도 235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 AMPC를 제외한 영업이익은 14억원에 불과했었다.
이날 발표된 LG엔솔의 3분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를 상당히 웃도는 것이다. 연합인포맥스가 국내외 주요 증권사 5곳이 최근 1개월 내 제출한 LG엔솔의 3분기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매출은 평균 5조5058억원, 영업이익은 5178억원이었다.
특히 영업이익이 많이 개선된 것은 미국 전기차 구매 보조금 종료에 따른 북미 EV용 배터리 물량 감소 등에도 불구하고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증가에 따른 매출 확대, 원통형 고객사 신차 출시 및 신모델 출하량 증가, 지속적인 고정비 감축 노력 등 등의 영향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특히 최근 양산을 시작한 LG엔솔의 북미 현지 ESS 생산역량이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북미지역 ESS 수요가 기존 전망보다 훨씬 강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창식 LG엔솔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월 말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 당시 “미국 감세법안이 확정되면서 2차전지 시장 변동성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본다”며 “하반기에는 의미 있는 수익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그는 또 “3분기부터 미국 미시간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출하도 본격화되는 만큼, ESS 사업 확대로 (실적 부진을)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ESS용 배터리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며 “ESS용 배터리 시장이 연평균 25% 이상의 고성장세가 계속될 것이고, 정책 지원까지 유지되면서 수주 모멘텀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국내 배터리셀 업체들의 미국지역 합작공장 현황(한신평)
나이스신용평가(이하 나신평)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이미 이런 조짐을 전망한 바 있다. 한국 배터리셀 업체들은 중국업체들에 비해 밸류체인 통합도가 낮고 LFP 등 저원가 배터리 경쟁력이 뒤쳐져 중국 경쟁기업들에게 그동안 고전해왔지만 최근의 미중 통상갈등 격화가 오히려 새로운 기회요인이 되고 있다는게 당시 보고서의 줄거리였다.
한국 기업들의 강점은 북미, 유럽 등 다변화된 해외 생산기반과 JV(합작투자)를 통한 수주 안정성에 있다. 최근 배터리와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이 상향되는 등 무역장벽 강화 추세를 감안할 때 이미 북미와 유럽에 생산기반을 갖추고 현지 완성차 기업과 JV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나신평은 특히 ESS 배터리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중국산 대체 효과를 더 크게 누릴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ESS 배터리시장은 그동안 LFP 배터리 선호로, LFP에 강점이 있는 중국업체들이 미국 시장을 80% 이상 장악해왔다. 하지만 중국산 ESS배터리에 대해 관세장벽이 높아지면서 미국 기업들은 새 공급처를 찾고 있고, 특히 미국에서 ESS 제조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기업 제품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미국 시장에서 중기적으로 ESS배터리가 EV 배터리보다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는 점과 LG엔솔 등 한국 기업만 미국내 ESS용 배터리 제조 기반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기업들의 수익 기반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나신평은 밝혔다.
그동안 중국기업이 강했다는 LFP 배터리 생산에 LG엔솔 등 한국기업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한국 업체들의 미래를 밝게 한다고 나신평은 당시 분석했다.
지금까지는 저가형 EV(전기차)에 중국산 LFP 배터리가 주로 탑재되고, 고가로 갈수록 한국 기업의 하이니켈 배터리가 탑재되었다. 하지만 완성차 제조사들의 벤더사 다변화와 교섭력 강화 전략에 따라 한국 기업들도 LFP 배터리 양산이 증가하고 중국 기업들도 하이니켈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는 추세다. LG엔솔의 경우 유럽에서 EV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 올해 말부터 르노에 공급할 예정으로 있다.
한국 기업들은 북미와 유럽에서 LFP 배터리 양산 기반을 확대 중이어서 2025~2026년 중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고율 관세에도 불구하고 중국기업의 우수한 원가경쟁력과 LFP 양산 능력 때문에 중·저가 EV(전기차) 및 ESS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산 배터리가 높은 채택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율 관세를 감안할 때 한국 기업의 현지 LFP 생산이 본격화될 경우 중국산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나신평은 밝혔다.
이같은 전망들이 점차 현실화하면서 특히 LG엔솔이 먼저 수혜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엔솔은 특히 ESS 부문 급성장에 힘입어 3분기 잠정실적에서부터 선방한 반면 경쟁업체들인 삼성SDI와 SK온은 3분기에도 아직 적자 탈출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직 두 업체가 3분기 잠정실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LG엔솔보다 미국 관세 타격을 더 크게 받은 삼성SDI는 3분기에도 영업적자가 이어졌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SDI는 작년 4분기부터 분기기준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삼성SDI는 국내와 중국에서 ESS를 생산 중이지만 미국은 이달부터 스텔란티스 합작공장(SPE)의 일부 라인을 통해 현지 ESS 생산을 시작했다. 올 4분기부터는 관세 부담이 완화되고 AMPC 보조금 효과가 반영되며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적자 폭이 더 확대됐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KB증권은 SK온의 영업손실 규모가 전분기 664억원에서 3분기 1710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내다봤다. SK온은 내년 하반기부터나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 일부 라인을 ESS 생산에 투입해 새 수익원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국 현지 ESS 생산도 가장 늦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부문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3사가 ESS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지난 5월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LFP 기반 ESS 양산을 선제적으로 본격화한 LG엔솔이 먼저 그 실익을 톡톡이 보고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LG엔솔은 오는 30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열고 3분기 확정 실적을 공개한다. 어떤 분야에서 구체적으로 얼마나 호조를 보였는지는 그때 가서야 자세히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