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한국기업평가는 미국의 관세 압박 영향과 관련, SK하이닉스의 경우 미국으로의 직접 선적 비중이 미미하고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AI 메모리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경쟁사 대비 대응력이 양호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13일 밝혔다.
또 SK하이닉스의 이익창출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문은 HBM 등 AI용 고사양 메모리로, 이 제품군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수익성과 글로벌 AI 경쟁력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단기간 내 고율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관세 부과시에도 기술 리더십 기반의 우수한 가격협상력을 고려할 때 부정적 영향을 일정 수준 이내로 제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도 밝혔다.
한기평은 지난 1일자로 SK하이닉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하면서 하이닉스의 관세 대응력을 이같이 평가했다. 하이닉스의 미국 고객 매출 비중이 작년 기준 63.4%에 달해 고율관세 부과시 일정 수준의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지만 앞에서 거론한 여러 요인들로 인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의 영업실적 추이와 매출액기준 디램 시장 점유율(한기평 정리)
한기평은 하이닉스의 등급전망을 상향조정한 이유로, 강력한 AI 수요와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실적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 확대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재무안정성이 크게 제고된 점, HBM 시장 내 주도적 지위를 유지하며 재무구조 개선세가 유지될 전망인 점 등을 들었다.
한기평 자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 중심의 AI 메모리 판매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고 수준의 영업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작년 전년 대비 큰폭의 실적 개선을 기록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전년동기 대비 각각 38.2%및 99.3% 증가한 39.9조원의 매출액과 16.7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이퍼스케일러 주도의 강력한 AI서버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업계 최고의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HBM시장을 선점하면서 높은 마진을 향유하고 있다. 또 HBM 주요 고객과의 연간 단위 계약에 기반한 선판매-후생산 구조가 실적 변동성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범용 디램및 낸드의 수급 개선 역시 실적 개선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메모리 3사가 보유한 한정된 생산 설비능력이 HBM 등 일부 고부가 AI 메모리제품 수요 대응에 집중된 가운데 AI 워크로드 증가에 따른 서버 증설수요가 본격화되면서 범용 디램및 낸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서도 HBM 고객 대응을 위한 설비 증설, M15X/용인팹 건설 등 장기 성장기반 확보를 위한 인프라투자, 솔리다임 잔여 인수대금(3.1조원) 지급 등 높은 자금소요가 이어지고 있으나 자체 현금창출을 통해 자금소요에 원활히 대응하면서 2023년 말 23.6조원에 달했던 순차입금이 2024년말 11.3조원, 지난 6월말 7.4조원으로 축소되는 등 재무구조 역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현금흐름및 주요 재무지표 추이(한기평)
한기평은 2025~2026년에도 SK하이닉스가 HBM시장을 주도하며 높은 마진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엔비디아와의 장기공급계약에 기반한 선판매-후생산 구조를 바탕으로 실적 변동성도 완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올해 엔비디아 향 HBM 물량과 가격은 연간 공급계약을 통해 확정되어 있고, 범용 디램은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4분기 판매가격을 인상하는 등 초과수요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낸드 역시 비교적 긍정적인 수급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 올해 큰폭의 이익창출력 개선이 예상된다.
엔비디아의 메모리 3사 HBM4 인증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재 2026년 HBM 공급물량 및 가격협상이 병행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고객사 조기수요 대응능력과 스펙 충족 역량 측면의 우위를 바탕으로 HBM4에서도 주도적 공급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한기평은 예상했다.
물론 대만 TSMC의 첨단 로직 공정을 활용한 베이스 다이 제작으로 높아진 비용 부담, 후발업체의 진입 확대로 인한 기존 제품(HBM3e 12Hi) 가격 하락 압력은 부담요인이다. 하지만 AI서비스의 급속한 확산 추세와 글로벌 소버린 AI 투자흐름에 기반한 높은 시장 성장세를 바탕으로 2026년에도 SK하이닉스 HBM 이익기반의 양적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한기평은 예상했다.
한기평은 또 올해 연간 CAPEX는 전년도 16.7조원 대비 크게 상승한 20조원 중반대 수준까지 확대될 예정이나 우수한 이익창출력을 바탕으로 현금창출력 개선세가 이어지며 단기간내 순현금 상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빚보다 쌓인 현금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기평은 축적된 재무완충력을 통해 산업고유의 업황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을 갖추는 한편 자체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높은 투자 부담을 상쇄하며 당분간 재무구조 개선세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실적및 차입금 커버리지 전망(한기평 정리)
미국 관세 영향과 관련, 전반적인 SK하이닉스의 대응력은 양호하지만 PC, 모바일 등 전통 응용처를 포함한 범용 메모리의 경우 가격 탄력성이 높아 직간접 관세 부과시 수요 위축과 수익성 저하 영향이 클 수 있다고 한기평은 평가했다.
다만 하이닉스는 수익기반 내 HBM 등 AI특화 제품의 비중이 높고 범묭 메모리 의존도가 경쟁사 대비 낮아 관세 대응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최근 추론AI 확산으로 DDR5 등 일반 디램 및 일부 낸드제품 수급이 개선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관세부과로 전통 응용처향 메모리 수요가 둔화되더라도 그 부정적 영향이 일정 부분 완충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