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하는 김정은과 푸틴(크렘린궁)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 중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일 현지에서 별도 회담을 가졌다.
3일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리셉션을 마친 뒤 아우루스 차량을 타고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크렘린궁은 리셉션장에서 나온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이 같은 차량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도 김정은을 따라 탑승했다.
양자회담을 하며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양국 관계가 우호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사이”라며 “김 위원장의 지도하에 쿠르스크주의 해방을 도왔다. 러시아가 용감하게 싸워준 북한군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양국 관계에 대해 모든 차원에서 이야기할 기회를 갖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이어 "잘 알려졌다시피 당신의 지도하에 북한 특수부대가 우리의 새 협정(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조약)에 완전히 부합하게 쿠르스크 해방에 참여했다"며 "당신의 장병들은 용감하고 영웅적으로 싸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당신의 군과 군 가족들이 겪은 희생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인을 대신해 여러분의 공동 전투 참여에 감사하고 싶다. 따뜻한 감사의 말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모든 사람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정은은 파병 북한군 치하에 감사하다며 북러 관계는 모든 측면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김정은은 “북한이 러시아를 도울 수 있다면 반드시 도울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지원은 형제의 의무”라고 했다. 이어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양자회담은 약 2시간 30분 만에 종료됐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을 마친 뒤 김정은을 차량이 있는 곳까지 배웅했고, 두 정상은 포옹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에게 러시아 방문을 제안했다고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은 2019년 4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2023년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 2024년 6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데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한편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열병식 직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우 의장은 이날 베이징 톈안먼 망루(성루)에서 열병식을 참관하기 전 대기실에서 김 위원장과 수인사를 나눴다고 의장실이 전했다. 두 사람은 인사와 함께 짧은 대화를 나눴지만 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 의장은 망루에 오르기 전 대기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당부했다.
우 의장은 열병식 행사 직후 시 주석이 주재한 리셉션 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130개 한국 기업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남북 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으며, 우 의장에게 '남북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러북정상회담 기회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면 좋겠는지'를 물었다고 의장실은 전했다.
이에 우 의장은 "남북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일이 지금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답을 건넸다.
이에 앞서 3일 오전 9시(현지시간) 중국은 수도 베이징 톈안먼 일대에서 북한··러시아 정상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을 개최했다.
시 주석과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26개국 국가원수 및 정부 수뇌가 톈안먼 망루(성루)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한국에서는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참석했다.
북중러 정상은 망루 가운데에 선 시 주석을 중심으로 왼쪽에 김 위원장,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이 자리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반서방 연대의 결속을 과시했다. 3국 정상이 텐안먼 망루에 같이 모인 것은 1959년 이후 66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이어진 여러 행사에서 중국 측은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준하는 최고 예우를 해 눈길을 끌었다.
열병식 행사 전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는 고궁박물관 내 돤먼(端門) 남쪽 광장에서 각국 지도자들과 대표단을 맞이했다. 김정은은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행사장에 입장했고, 푸틴 대통령이 가장 마지막이었다.
앞서 중국은 전승절 참석자 명단을 공개하면서 푸틴 대통령을 첫 번째로, 김정은을 두 번째로 불렀다. 이날 입장 순서도 이런 의전 순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어진 기념 촬영에서 북·중·러 세 정상은 첫 번째 줄 정중앙에 위치했다. 시 주석 부부 양옆에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이 자리했다. 이후 톈안먼 망루에 오를 때도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은 초청된 20여명의 정상급 인사들 가운데 가장 앞줄에 섰다. 망루로 이동하면서도 김정은은 시 주석 옆에서 웃으며 대화했고 중국 항전노병들과 악수를 나눴다.
톈안먼 망루 중심에서 시 주석의 왼쪽에는 김정은, 오른쪽에는 푸틴 대통령이 나란히 선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열병식을 지켜보면서 시 주석이 손짓을 하며 김정은에게 무엇인가 설명하는 듯한 장면도 카메라에 잡혔다.
김정은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마련된 전승절 기념 리셉션장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입장했다. 시 주석이 가운데에 섰고, 좌우에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함께했다. 김정은 이날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중국과도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북한·중국·러시아 정상이 친밀한 모습으로 만난것과 관련, "국제 정세가 워낙 복잡한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북중러 3국의 밀착 움직임이 빨라진다는 분석에 대해 대통령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실의 평가는 특별히 없다"며 이같이 답했다.
강 대변인은 "우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주요 국가들에 대해 늘 면밀하게 살피고 있다"며 "(과거에도 이 같은 입장이었으며) 여기서 입장이 달라진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