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부장관(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 미 상무부청사에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만나고 있다.(산업부제공)


더트래커 = 김상년 기자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한미 외교장관회담이 미국이 예고한 관세 협상 시한 종료 직전에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25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한국시간으로 31일 자정 전후로 회담하는 방안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지난 21일 취임 이후 8월 1일이 시한인 관세 협상 이전에 미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그동안 추진해 왔다.

현재의 양 측 일정이나 미국 측 움직임 등으로 보아 그 이전에 한미 양국 간 관세협상 등이 완전 타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여 이 회담이 사실상 협상 시한 종료 전 마지막 협상이 될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회담에서 관세 등 통상협상이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 주한미군 역할 재편 등 한미 간 주요 현안 전반에 대해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정상회담 의제나 일자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을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24일(이하 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나 관세 협상 타결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일단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고위급 '2+2 통상협의'가 무산된 상황이어서 이 회담은 애당초부터 큰 기대는 받지 못했다. 한미 양국은 조속한 시일 내 추가 협의 일정을 잡기로 했지만 상호관세 조치 시행 전 만족할만한 합의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산업부는 25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전날 오전 11시 30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에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나 한미 제조업 협력 강화 방안을 포함한 관세 협상 타결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조선·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제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을 소개하고, 이를 감안해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 및 상호관세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하게 요청했다.

산업부는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이 미국이 상호관세 부과일로 정한 8월 1일 이전 상호 호혜적 타결 방안 도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두 사람은 조속한 시일 내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날은 만족할만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는 얘기다. 조속한 시일내에 추가 협상에 합의는 했다지만 남은 시간이 1주일 밖에 되지 않아 시한 전 무난한 타결은 현재로선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김 장관은 "우리 기업들이 경쟁국 대비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금번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8월 1일 전까지 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 면담 하루 전에는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을 면담하고, 양국 간 청정에너지 및 에너지 안보 강화 등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앞으로 김 장관은 더그 버검 미 국가에너지위원장을, 여 본부장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및 그레그 애벗 미 텍사스 주지사와 개별 면담을 갖고 관세 협상 진전 및 에너지 분야 협력 방안을 추가 논의할 계획이다.

한미 통상장관 회담 모습


미국은 최근 타결된 미일 협상안을 기준 삼아 한국에도 유사한 수준의 조건을 언급하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연방준비제도(연준) 청사 공사 현장에서 '다른 나라도 돈을 내면 관세를 낮출 수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 난 다른 나라도 돈을 내고 관세를 낮추는 것(buy it down)을 허용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미일 무역 합의에서 일본이 약속한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일본이 약속한 투자는 대출 같은 게 아니라 "사이닝 보너스(signing bonus)"이며 일본이 선불로 냈다고 주장했다. '사이닝 보너스'는 계약 체결 시 선지급하는 선급금 같은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경제 개방은 일본이 낸 5500억달러보다 더 가치가 있어 경제 개방과 투자약속을 묶어 우리는 (관세율을) 15%로 낮췄다. 원래 일본의 관세율은 28%였으며 일본은 기본적으로 관세 인하를 돈으로 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유럽연합(EU) 또한 (협상이) 꽤 잘 되고 있다. 또 다른 국가들도 있다. 모두 매우 큰 거래들이며, 우리나라는 엄청 돈을 벌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한국 측에도 4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 조성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트닉 장관은 김 장관과의 협상 직전 CN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한국이 미일 협정을 읽을 때 한국의 욕설이 터져나오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며 "한국과 일본은 서로 경계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협상 시한을 1주일 앞둔 25일 오후 비서실장 주재의 통상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은 25일 오후 비서실장 주재로 정책실장, 안보실장, 경제부총리,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하는 통상대책회의가 열릴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 회동을 하는 등 재계 총수와 연쇄 회동을 갖고 있다. 대미 투자 확대 방안 등이 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조선 등 군수 분야와 반도체·배터리 등의 첨단기술 산업 협력도 논의 중이다.